‘진라면’을 앞세워 오랫동안 라면업계 2위 자리를 지켜 온 오뚜기에 위기가 찾아왔다. 출시 이후 줄곧 농심 ‘신라면’에 이은 라면 2위 브랜드였던 진라면은 농심 ‘짜파게티’에 밀려 3위로 떨어졌다. 급기야 이제는 전체 라면 매출에서 3위 삼양식품에게 추월 당할 위기다. 진라면 외에는 두각을 나타내는 제품이 없는 포트폴리오가 약점이라는 지적이다.
‘넘버 쓰리’ 된 진라면
오뚜기 진라면은 20여 년 가까이 국내 라면 시장을 신라면과 양분해 온 오뚜기의 간판 브랜드다. 2018년에는 판매량 기준 시장 점유율에서 농심 신라면과의 격차를 1%포인트 미만으로 줄이는 등 신라면의 유일한 대항마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역전극이 벌어졌다. 짜파게티가 진라면을 누르고 2위로 올라섰다. aT와 마켓링크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 시장에서 짜파게티는 2131억원어치가 판매되며 신라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진라면은 2092억원으로 3위로 내려앉았다.
전체 라면 시장으로 시선을 넓혀 봐도 오뚜기의 ‘2위’ 자리는 위태롭다. 삼양식품은 2023년 매출 1조1929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9090억원보다 30%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아직 4분기 실적이 공시되지 않은 오뚜기의 3분기 누적 면제품 매출은 7258억원으로, 연말까지 1조원을 넘기기 쉽지 않다. 오뚜기의 면제품 매출이 라면 외에도 매출 비중이 상당한 국수류 등을 포함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라면업계 2위’ 타이틀은 삼양식품이 가져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NEXT 진라면
오뚜기가 라면 시장에서 약세를 이어가는 것은 진라면 뒤를 이을 세컨드 브랜드의 부재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라면 ‘톱 10’ 브랜드 중 오뚜기 제품은 진라면 1개 뿐이다. 5개 제품을 올린 농심은 물론, 삼양식품도 ‘불닭볶음면’과 ‘삼양라면’ 2개를 올렸다. 팔도조차 ‘왕뚜껑’과 ‘팔도비빔면’ 등 2개 제품이 ‘톱 10’에 들었다.
물론 오뚜기도 꾸준히 신제품을 선보였다. 소기의 성과도 이뤘다. 2015년 출시한 ‘진짬뽕’은 국내 라면 시장에 ‘프리미엄 짬뽕’ 트렌드를 불러 왔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신라면을 누르고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18년엔 ‘쇠고기미역국라면’을 선보여 ‘미역라면’ 트렌드를 선도했고 2020년 출시한 ‘진비빔면’도 출시 3개월 만에 3000만 봉지 이상을 판매하며 팔도비빔면에 이은 2위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늘 ‘뒷심 부족’이 문제였다. 진짬뽕은 이후 경쟁사들도 잇따라 프리미엄 라면를 내놓으며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 탓에 매출이 점차 감소하다가 순위권 밖으로 밀렸다. 쇠고기미역국라면과 진비빔면 역시 ‘반짝 인기’에 그쳤다. 확실한 ‘투톱’을 보유한 경쟁사들에 밀리는 이유다.
다만 삼양식품의 매출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오뚜기가 확고한 2위를 지키고 있다.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대부분 불닭볶음면 시리즈의 매출이다. 오뚜기 역시 해외 시장 진출이 늘어나면 전체 매출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K-라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해외 시장 개척 여부가 실적의 바로미터가 되는 경우가 늘었다”며 “오뚜기 역시 최근 들어 해외 시장 비중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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