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특수교사 아동학대 고발 사건 관련해 “사건 초기 아이의 장애 증상을 부각시킨 선정적 제목의 기사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다”며 언론보도를 비판했다.
주씨는 1일 오전 1심 선고가 끝난 직후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과도한 언론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상대측의 교육청 변호사는 아이의 증상이 담겨있는 아이와 부모 간의 내밀한 카톡 내용을 언론사에 제공해 굉장히 큰 고통을 저희 가족에게 줬다”며 “그로 인해 여러 언론사가 경고나 주의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론 장애 사건을 다룰 때 더 세심한 손길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주씨가 자폐 성향이 있는 자녀를 가르치던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며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주씨의 고소를 두고 언론에선 사실관계 확인 없이 “누리꾼”의 주장이라며 기사 수를 늘렸고, 장애 특성을 무시한 채 주시 자녀의 행동을 선정적 제목으로 묘사하며 장애 혐오를 이끌어내 비판받았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해당 사건을 선정적으로 보도한 신문·통신사 9개 매체에 대해 경고 및 주의 처분을 했다.
녹음으로 확보된 증거 능력 인정…특수교사 1심 유죄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특수교사 A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비교적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처리해주는 판결이다. 앞서 검찰은 A씨에 대해 징역 10월과 취업제한 3년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9월 13일 학교 교실에서 주씨 아들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주씨 측은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보낸 뒤 녹취된 내용 등을 확인하고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A씨 측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녹음파일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곽 판사는 1일 녹음파일 등을 증거로 인정하며 “이 사건의 경우 장애를 가진 소수의 학생만이 함께 수업을 듣고 있었고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교실에서 있었던 대화를 녹음한 것이므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요건을 모두 구비해 위법성 조각사유가 존재한다”며 녹음파일과 이를 기초로 확보된 2차 증거들의 증거능력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곽 판사는 “피고인(A씨)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피해자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표현들이 있었고 ‘너’, ‘싫어’라는 단순하고 명확한 표현을 반복적으로 섞어 사용했다”며 “피해자(주씨 자녀)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곽 판사는 “피고인의 죄책이 결코 가볍지는 않다”면서도 “피고인의 수업 중 한 일부 발언이 미필적 고의에 인한 정서적 학대로 인정될 뿐이고 전체 수업은 대체로 피해자를 가르치고자 하는 교육 목적 및 의도에 따라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이는 점, 여러 동료와 학부모들이 선처를 희망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특수학교 교사로서 성실히 근무한 것으로 보인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주호민 “여전히 무거운 마음” 특수교사 측 “항소하겠다”
한편 주씨는 선고 직후 수원지법 앞에서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결국 아동학대로 판결이 나왔는데 자신의 자식이 학대를 당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당연히 부모로선 전혀 기쁘지 않다”며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고 이 사건이 열악한 현장에서 헌신하는 특수교사분들께 누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이 장애 부모와 특수교사들 간의 대립으로 비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며 “둘은 끝까지 협력해 아이들을 키워나가고 협력해야 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이 사건은 그런 것들(대립)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꼭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주씨는 “특수교사 선생님 사정을 보면 혼자서 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과중된 스트레스가 있었고 특수반도 과밀 학급이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제도적 미비함이 겹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된다”며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학교나 교육청에서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선생님과 학생을 분리하는 방법은 고소밖에 없다는 답변밖에 듣지 못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제도적인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녹음파일의 증거능력 인정 관련해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자신의 의사를 똑바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녹음 장치 외엔 어떻게 이런 일들을 잡아낼 수 있을까 의문”이라며 “의사를 전달하기 어려운 어린이들, 노약자들, 장애인들을 어떤 방식으로 보호할 수 있을지 다 같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씨는 현재 자녀를 가정에서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씨는 “여러 가지 방법을 열어놓고 고민했지만 아직 결정이 어려워 일단 가정에서 보호하면서 천천히 방법을 모색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과 교육부를 향해선 “아직도 그 사건이 벌어졌던 특수학급에 선생님이 제대로 배치가 안 돼서 (교사가) 여러 번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직 학생들이 많이 고통받고 있다”며 “책임감이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특수교사 A씨 측 변호인은 이날 1심 판결에 반발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A씨 측 김기윤 변호사는 “몰래 녹음한 부분에 대해 유죄로 증거능력을 인정했는데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며 “몰래 녹음에 대해 유죄 증거로 사용할 경우 교사와 학생 사이 신뢰 관계가 상당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 측 전현민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아동에게 정서적으로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쳤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선고 과정에서도 나왔는데 법에서 정하는 정서적 학대로는 보기 부족한 것 아니냐는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상태”라며 “사실관계뿐 아니라 법리적 부분도 다툴 부분이 있어 항소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학부모와 교사 이렇게 이해 대립각으로 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 사건이 유사 사례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어 선생님, 교육청 입장에선 항소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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