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액 86조 돌파…전년比 31.2%↑
유동성 규제 정상화 대응 수요 확대
소비자에 악영향 줄까 우려 지적도
국내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통해 끌어 모은 돈이 한 해 동안에만 20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86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정상화 수순에 들어간 유동성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CD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이는 대출 금리 인상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0개 전체 은행이 CD를 통해 조달한 자금 잔액은 총 86조6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2%(20조6016억원) 늘었다.
CD는 은행의 정기예금에 양도성을 부여해 발행하는 무기명예금증서로 금융 시장에서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한 상품이다. 단기간에 정기예금 수준의 이자를 받으면서도 필요 시 매매해 현금화할 수 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CD 조달 자금이 22조203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0.8%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역시 14조2274억원으로, 국민은행도 13조3425억원으로 각각 200.2%와 65.6%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신한은행의 CD 조달 자금은 12조9338억원으로 20.4% 줄었지만 여전히 10조원을 웃돌며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밖에 ▲KDB산업은행(7조3323억원) ▲BNK경남은행(4조1882억원) ▲IBK기업은행(3조6493억원) ▲BNK부산은행(3조5322억원) ▲DGB대구은행(1조9832억원) ▲Sh수협은행(1조2356억원) 등이 CD 조달 자금 상위 10개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은행에게 CD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주요 수단 가운데 하나다. 특히 최근 은행들이 CD에 더욱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때문이다. 안정성이 높은 자금 조달원인 CD가 많을수록 LCR 개선에 도움이 된다.
LCR은 심각한 유동성 악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끌어올리고자 도입된 제도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100%를 넘겨야 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이같은 제한이 은행권의 금융지원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규제가 완화돼 왔다.
다만 금융당국은 LCR 규제 복귀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95% 준수로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올해 중에는 이를 다시 100%로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최종적인 정상화 개시 여부는 올해 2분기 중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은행권의 CD 발행이 몰려 관련 금리가 오르게 되면 가계의 대출 이자 부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CD 금리가 상승할수록 대출 금리도 오르는 구조여서다. 은행권은 단기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을 산정할 때 CD 금리를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1일물 CD 금리는 지난해 4월 3.43%로 떨어졌다가 같은 해 말 3.83%까지 높아졌다. 그나마 올해 들어서는 3.6%대로 다소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LCR 규제 대응 차원에서 은행들의 CD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발행이 지나치게 몰려 대출 금리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물량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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