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부산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돼 피해를 본 원고들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재차 나왔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원고들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는 항소를 포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서보민 부장판사)는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던 13명, 3명의 원고가 각각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두 건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모두 “원고들의 청구원인을 인정하고 손해금액은 일부 인용한다”며 국가가 인당 7000만~4억 원 수준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됨으로써 신체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 원고들 상당수가 수용 당시 아동이었던 점, 공권력의 적극적 개입•묵인 하에 장기간 이뤄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위법성이 중대한 점, 약 35년 이상의 장기간 배상이 지연된 점, 현재까지 원고들에 대한 명예회복이나 피해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위자료는 수용 기간 1년당 약 8000만 원을 기준으로 후유증 등을 고려해 7500만~4억2000만 원 사이로 책정됐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12월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가 형제복지원 피해자 26명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최초로 인정하면서 총 145억 원의 배상금을 명시한 것과 동일한 맥락을 지닌 판단이다.
다만 법무부가 해당 판결에 대해 배상금액이 적정한지 등을 두고 다투겠다며 이달 10일 항소를 제기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배상 등 피해회복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날 국가의 배상 책임을 다시 한번 인정한 법원의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연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이향직 대표는 “대한민국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항소한다면 절대적인 반인권 국가라는 걸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 “재판 과정에서 대한민국 측 변호인들이 ‘중학교 1학년이라면 사리 분별이 될 나이인데 왜 도망을 안 갔느냐’는 등 2차 가해성 발언을 했고 뼈에 새기는 아픔을 이겨내면서 1심 선고를 받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피해자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시그니처 김건휘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선고된 사건에서 법원은 국가의 책임을 거의 모두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으나 국가는 항소하면서 배상금을 공탁하고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했다”면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격언을 국가가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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