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시조 김민석 의원 현역 지역구
권영세 3선 이후 민주당계 내리 3선
‘운동권 청산’ 내걸고 박민식 출마선언
‘이낙연 신당’ 신경민 결단 관전포인트
국민의힘이 ‘운동권 청산’을 기치로 더불어민주당 주류세력인 86그룹과 전면전에 나섰다. 22대 총선이 7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운동권 대표주자 김민석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을’ 대진이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다가오는 총선 구도를 “수십 년간 특권을 누려온 이들을 청산해야 한다”며 ‘운동권 심판’으로 설정했다. 여당은 86그룹이 운동권 경력 하나로 기득권을 차지하면서 정치 무대를 장악해 왔다는 점을 들어 ‘낡은 이념의 세대와 다음 세대 간의 대결’이라는 구도를 짰다.
이러한 한 위원장의 결단에 발맞춰 여권 인사들의 ’86 저격 출마’도 속속 이어지는 중이다. 영등포을에는 86그룹의 ‘시조’란 수식어를 받는 서울대 총학생회장·전국학생총연합 의장 출신 김민석 의원이 4선 도전을 앞두고 있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영등포을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김 의원과의 맞대결이 예상된다.
86세대는 1960년대에 태어난 1980년대 학번이면서 재학 시절 학생운동권을 거쳐 1990년대 후반부터 정치권에 대거 영입된 집단을 말한다. 당시 이들이 30대 청년이어서 ‘386(3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이라 불렸다. 국민의힘이 운동권 척결을 기치로 내걸자, 박민식 전 장관은 김민석 의원이 속한 운동권 그룹 저격에서 영등포을 출마 명분을 찾고 있다.
박 전 장관은 부산 북·강서갑에서 재선(18~19대) 의원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에서 국가보훈처장과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앞서 박 전 장관은 경기 성남분당을 출마를 염두에 뒀다가 지난해 12월 “당에 (출마 지역구를) 백지위임할 생각”이라며 중앙당의 총선 구상을 따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 11일 박 전 장관은 22대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한민국의 위기의 이유 중 하나는 야당의 입법 폭주와 모든 것을 투쟁으로 몰아가는 운동권적 사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기득권이 돼버린 운동권 세력의 낡아 빠진 이념 공세와 무조건적 트집잡기는 대한민국 발전의 걸림돌”이라며 “이번 총선을 통해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놓고 야당의 기득권 운동권 세력과 정면승부를 펼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석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영등포을에 박민식 전 장관이 출마 선언을 하자 “박민식 전 장관이 영등포에 출마한다고 한다. 용산에서 정했다는 풍문이니 총선 상대가 될 듯하다”고 반응했다. 그는 “누가 됐건, 상대보다는 국민과 주민을 바라보고 지금까지처럼 정책과 비전으로 나아가겠다”며 “용산은 이념전쟁을 바라지만 국회1번지 영등포는 정책비전으로 화답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영등포을은 국민의힘이 총선 구도를 ‘운동권 심판론’으로 끌고가기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동시에, 국회의사당이 자리하고 있어 정치적인 상징성 또한 큰 곳이다. 영등포을 지역구는 중앙정계에서 주목받은 여야 거물급 인사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권영세 의원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당의 소장·중도파를 주도했으며 한나라당·새누리당 사무총장, 국민의힘 사무총장,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 등을 지냈다. 한때 민주당의 차기 주자로 탄탄대로를 걸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서울시장 후보로 맞붙었던 경험이 있는 김민석 의원도 영등포을이 배출한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영등포을이 격전지로 불리는 또 다른 이유는 이곳이 ‘역동적인 표심’을 보이는 곳인 데도 있다.
보수세가 강한 여의도동, 야당 지지 성향의 대림·신길동이 같은 지역구에 있기 때문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실시된 11번의 총선과 보궐선거에서는 보수정당 후보가 6번, 민주당계 정당 후보가 5번 선택을 받았다. 다만 19~21대에서는 모두 민주당계 후보들이 당선되며 국민의힘의 입장에서는 22대 총선에서 영등포을을 탈환해내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됐다.
김민석 의원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영등포을 지역구에 출마, 최연소(31세)로 국회에 입성해 15·16대 의원을 지냈다. 2002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겨루기도 했다. 다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고, 같은 해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새천년민주당(민주당 전신)을 탈당해 정몽준 캠프로 향했다가 정치 인생에 부침을 겪었다. 젊은 나이에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자리 잡았지만 ‘철새’ 타이틀로 인한 야인 생활은 무려 18년 동안 이어졌다.
김민석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로 치러진 2002년 재보궐선거에서 권영세 의원은 ‘재야 3인방(이부영·김근태·장기표)’으로 불리며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를 주도했던 장기표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권 의원은 영등포을에서만 16~18대에 걸쳐 내리 3선을 지냈지만, 이후 19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정치신인’에게 영등포을을 내어줬다. 앵커 출신 신경민 전 의원이 ‘야성(野性)을 회복하겠다’며 정치에 입문해 민심 변화를 이끌어냈다.
신 전 의원은 이후 영등포을에서 19~20대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다만 21대 국회에서는 ’20년 만에 돌아온 영등포의 아들’을 자처한 김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신 전 의원의 무릎을 꿇려, 신 전 의원의 3선 달성은 좌절됐다. 이로써 김 의원은 15~16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영등포을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3선 의원을 지내게 됐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공지된 영등포을 예비후보자는 국민의힘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과 박용찬 영등포을 당협위원장, 민주당 김민석 의원과 양민규 전 서울시의회 의원 등 4명이다.
영등포을 지역구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신경민 전 의원의 참전 여부다. ‘이낙연 신당’인 새로운미래 창당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며 ‘국민소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경민 전 의원의 결단에 따라서 판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신 전 의원은 영등포을 출마 여부를 아직 공식화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신 전 의원이 신당 기호를 달고 나와 김민석 의원에게 대항, 지난 당내 경선에서의 패배를 설욕하는 ‘리턴매치’를 치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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