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경기 용인시 현대모비스 마북연구소. 기자가 연구소에 마련된 차량에 탑승해 직장 상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착용 중인 스마트워치를 보니 분당 70대로 안정적이던 심박수가 갑자기 90을 넘어섰다. 빨라진 심박수와 가팔라진 호흡에 맞춰 차량 실내 조명들이 깜박이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친한 친구처럼 기자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것만 같았다. 운전자의 심박수에 따라 조명이 천천히 깜박이고 편안한 색상으로 조절해 스트레스를 낮추는 현대모비스 ‘스마트 조명’ 기술 중 하나다.
심박수나 뇌파 등을 활용해 사용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신기술이 자동차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카메라와 스티어링휠(핸들), 스마트워치, 조명 등이 서로 연동돼 운전자의 생체 신호를 인식하고 사고 위험성을 낮추고 운전자의 기분까지 맞춰주는 기술이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목적기반차량(PBV) 등이 자동차업계 화두로 떠오르며 운전자에 알맞은 고객 경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모비스 스마트 조명에는 32가지 패턴이 있었다. 스마트 조명의 핵심은 ‘사용자 중심 기술’이다. 반려견이 차내에서 안정감을 느끼도록 눈높이에 맞춰 청색 조명이 작동되거나, 자외선(UV) 조명으로 비타민D 합성 작용이 일어나도록 돕는 디테일한 기능들을 마련했다. 이관우 현대모비스 연구원은 “사내 워크숍을 통해 100여 가지 아이디어를 먼저 얻었다”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령대, 성별에 따른 운전자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도출해 32가지 조명 패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안전에 집중한 기술들도 눈에 띄었다. ‘액티브 라이팅’의 경우 차량에 탑승하자 운전대에 설치된 카메라가 운전자 동공 움직임을 자동 인식했다. 오른쪽 백미러를 슬쩍 쳐다보니 백미러 근처 조명들이 어두워졌다. 운전자 시선에 방해되는 조명만 밝기를 낮춰 안전성을 높인 기술이다. 차량 문을 열 때 외부 물체에 충돌 위험이 있으면 빨간색 경고 조명이 깜박이는 ‘문콕 방지’ 기능도 꼭 필요해 보이는 안전 기능이었다.
생체 인식을 통한 차량 내 헬스케어 기술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현대모비스의 32개 조명 패턴 대부분은 완성차에 즉시 탑재 가능하도록 개발이 완료됐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일부 스마트 조명 기능을 제네시스 ‘G90’ 등 프리미엄 차종에 차량구독서비스(FoD)를 통해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프리미엄 차종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한 뒤 향후 다양한 차종으로도 적용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버스 등 상용차나 건설 현장에서는 이런 헬스케어 신기술이 이미 활발히 도입돼 있다. 뇌파를 활용해 사고 발생을 낮춰주는 현대모비스 헬스케어 ‘엠브레인’이 대표적이다. 귀에 이어폰 모양의 센서를 착용하자 엠브레인 시스템이 뇌파를 실시간으로 감지했다. 졸음과 스트레스 상태를 분석한 뒤 일정 수치를 넘어서면 진동, 소리, 조명 등으로 ‘경고 신호’를 보낸다. 실제 경기 공공버스 300여 대와 지게차 등 건설기계 운전사들이 사용하고 있다. 버스 운영 회사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어떤 장소와 시간대에 사고 위험이 높은지 한눈에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엠브레인 착용 후 운전기사들의 부주의 발생 빈도는 25.3% 줄었다.
용인=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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