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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이낙연 서로 필요하나 너무 달라 빅텐트 난망, 비례대표 선거제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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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을 선언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소형 차량으로 돌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자신만의 강력한 지지층을 보유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현역 프리미엄을 앞세운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과의 제3지대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위원장이 이끄는 새로운미래와 더불어민주당 탈당파 의원들이 만든 미래대연합이 공동창당하기로 합의하면서 당명에 자신들과 같은 개혁을 사용한 것에서부터 노골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 대표와 이 위원장은 서로에게 바라는 정치적 목적뿐 아니라 정책 지향점도 크게 달라 같은 성향의 제3지대 정당 사이에 ‘중텐트’까지는 몰라도 ‘빅텐트’가 세워지기는 힘들어지는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가 개혁이라는 당명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이면서 이 위원장과 사이에 빅텐트 형성을 위한 ‘협상과 타협’이 아닌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우선 이 대표는 제3지대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가장 넓은 활동 범위를 보이고 있다.

26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준석 신당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이 20%로 더불어민주당(40%), 국민의힘(39%)에 이어 3번째였다. ‘이낙연 신당’과 정의당은 각각 16%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제3지대 최다 지지율을 기반으로 29일 경찰’해양경찰’소방’교정(공해소교) 직렬에 지원하려는 여성은 군복무를 해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약을 띄워 ‘젠더 이슈’에 불을 붙였다.

이와 함께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공약을 발표하는 등 첨예한 갈등 사안에 대한 이슈를 선점하려는 모습을 통해 정치적 보폭을 넓혀갔다.

28일에는 합당하기로 한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와 함께 트럭에 올라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시민들을 만나는 정책 행보를 보였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정치에서 지금까지 3년 동안 정책은 실종됐다”며 “선거 때마다 보면 정책 얘기는 안 하고 누가 감옥을 가야 하느니 마느니, 누가 나쁜 사람이니 좋은 사람이니 이런 거 갖고 3년 동안 싸우다 보니까 (그렇다)”고 국민의힘과 민주당 두 거대 양당을 비판했다.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한 이 대표와 달리 이 위원장은 지난 27일 광주와 전북서 ‘새로운미래’ 시도당을 창당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공약을 내세우거나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위원장은 내달 4일 ‘개혁미래당’이란 이름으로 중앙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뒤 정치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이 위원장이 본격적 활동을 펼치기 전부터 견제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직 가칭이긴 하지만 이 위원장이 ‘개혁미래당’을 당명으로 채택한 것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개혁신당이 출범해 개혁을 화두로 삼아 이슈를 만들어가는 상황에서 ‘개혁미래당’이라는 당명을 쓰겠다는 것은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무임승차’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은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을 앞세워 개혁미래당이 기호 3번을 선점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와 이 위원장은 상대방으로부터 정치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들이 있는 동시에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기 어려운 부분도 공존한다.

먼저 이 대표는 이 위원장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호남을 비롯한 ‘확장성’과 ‘기호 3’번이 필요하다.

이 대표의 주요 지지층은 2030세대로 이 가운데 특히 남성의 강한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그 외 지지층에서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또 이 대표의 개혁신당은 특정 지역을 기반하고 있지 않아 지역구 의원 당선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를 주로 지지하는 2030세대의 투표율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20대 투표율은 58.7%, 30대 투표율은 57.1%로 80%의 투표율을 보인 60대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위원장은 호남에서 전남도지사를 지냈고 전남에서 4선을 역임해 ‘호남’ 이라는 확실한 지역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 제6공화국 출범 이후 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내면서 전국적인 인지도 및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또 이 대표로서는 총선에서 다수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호 3번’이 필요하다. 이 위원장의 ‘개혁미래당’은 현재 3명의 현역의원을 보유하고 있어 6명을 보유한 정의당에 이어 4번째로 많은 현역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다.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경기도당 창당대회에서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오른쪽)과 미래대연합 박원석 공동대표가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이 꼼수 사퇴 논란까지 불사하며 기호 3번 사수에 나서고 있지만 개혁신당과 개혁미래당이 합치게 되면 양향자 의원의 존재로 인해 4명의 현역의원을 보유하게 된다. 여기에 국민의힘과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2~3명의 후보가 제3지대로 합류하게 되면 정의당의 현역의원 숫자를 쉽게 넘어설 수 있게 된다.

이 대표가 기호 3번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개혁미래당의 현역의원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위원장 역시 이 대표의 강력한 지지층과 파급력을 필요로 한다.

이 위원장은 27일 새로운미래 전북특별자치도당 창당대회에서 19명의 행사 피켓 아르바이트 모집을 위한 구인공고를 올린 바 있다. 대부분의 인력을 당원들의 자원봉사 등으로 해결하는 개혁신당과 대조되는 모습으로 팬덤 지지세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 대표가 미디어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총선 아젠다 세팅에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이 위원장은 현재까지 존재감이 사실상 없다.

이 위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을 묶어 비판하면서 창당의 이유를 드러내긴 했지만 아직 정치나 민생을 위한 공약을 제시하는 데까진 나아가지 못했다. 총선을 70여 일 앞둔 상황에서 진도가 더딘 셈이다.

이 대표와 이 위원장이 서로 상호보완할 수 있는 점들이 많지만 빅텐트 현실화에 부정적인 시각이 큰 것은 두 사람 사이에 본질적 이질감도 한몫 한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지는 ‘젠더 갈등’과 ‘노인 무임승차 금지’ 등을 수면 위로 꺼내 반대쪽 지지를 포기하면서라도 해결 의지를 나타낼 정도로 공격적이다.

반면 이 위원장은 ‘엄근진(엄격’근엄’진지)’이 별명일 정도로 신중하고 균형 잡힌 태도를 보여왔다. 이 덕분에 문재인 정부 당시 야당의 정치 공세에도 ‘최장수 국무총리’를 역임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이 위원장이 총선 불출마로 뒷짐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라는 식으로 이 위원장을 압박하고 있다.

설사 제3지대 빅텐트가 결렬된다고 해도 이 대표는 ‘이준석’이라는 정치 브랜드를 기반으로 선거를 치러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미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된 적도 있고 전국적 선거를 치러본 만큼 다양한 변수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2030세대 가운데 특히 남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브랜드도 그가 ‘대체불가’한 정치인으로 자리매김 한 이유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이 대표에 비해 독자적인 브랜드 구축을 해본 경험이 없다. 이 대표는 주요 요직과 민주당 대표를 거쳤을 정도로 큰 이름값이 있지만 민주당 브랜드를 뗀 뒤 자신의 가치를 측정해 본 적이 없다.

더구나 호남 지역엔 민주당이라는 거대한 산이 존재하고 있어 호남 민심을 돌리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를 의식해 2월5일 광주 방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와 이 위원장의 정치 성향뿐 아니라 준연동형이나 병립형이냐를 둔 비례대표 선거제의 향방도 빅텐트 형성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 정당이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해 채워주는 제도로 거대 양당보다 지역구 선거에서 상대적 열세일 수밖에 없는 제3지대 정당들에게 유리하다.

만약 이재명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확정하게 되면 이미 일정 수준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이 대표가 빅텐트를 구축할 필요성이 더 줄어들게 된다. 반면 비례대표 선거를 별도로 하는 병립형으로 정해지게 되면 준연동형보다 제3지대 정당들 각자의 비례대표 의석 확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빅텐트의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된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선거제 논의와 관련해 “조만간 지도부가 결정을 하고 당내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다. 일단은 당내 의견 결집은 이번 주 안으로 모아져야 될 것이다”고 말해 조만간 제3지대의 빅텐트 형성 여부를 놓고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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