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법정제재 이후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진행자 신장식 변호사가 하차를 선언한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사실상 방통심의위가 공영방송 편성에 개입한 것”이라며 “(방송 독립이 명시된) 방송법 4조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 심의에 대해선 “140여개 언론사가 똑같이 들었고 보도했는데 어떻게 심의하나”라고 주장했다.
방통심의위가 30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보도 방송사 9곳에 대한 심의를 예고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27개 단체가 이날 오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앞에서 ‘방통심의위는 비판언론 죽이기를 멈추라’는 규탄 기자회견에 나섰다. 방통심의위는 MBC가 지난 12일 정정보도 소송 1심에서 외교부에 패소하자 심의를 예고했다.
김성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서울서부지법의 1심 판결을 두고 “잘못된 법리에 기인해 정권 옹호 판결이라는 비판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다. 확정적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는 윤리적 잣대를 들이댈 사건이 아니다”라고 했으며 MBC보도를 두고 “권력자의 부주의한 언행에 대해 언론의 정당한 비판과 의혹제기다. 실제 발언이 무엇인지 대통령은 아무런 해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정확한 발언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바이든’ 발언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정정보도하라는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며 “이런 비상식적 판결을 기다렸다는 듯 이를 근거로 MBC를 법정제재하겠다고 나선다. 이 무도한 제재로 방통위가 MBC 재허가를 거부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2심 등 추후 법원 판결이 뒤바뀐다면 MBC가 입을 피해, 시청자들이 입을 피해는 어떻게 책임지려 하는가”라고 우려했다.
언론노조 방통심의위지부는 ‘바이든-날리면’ 보도 관련 심의가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김준희 지부장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선 방통심의위가 심의를 진행하지 않는 것이 그동안 원칙이었다. 1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재판 확정될 때까지 심의를 보류해왔다”며 “이는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에도 지켜지던 원칙이었다. 왜 대통령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만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현재 방통심의위뿐 아니라 선거방송심의위원회도 MBC에 대한 ‘집중심의’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는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대해 두 차례 법정제재(관계자 징계)를 의결했고 추가 법정제재를 염두에 둔 의견진술이 예정돼 있다. 방통심의위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를 통해 신속심의에 나선 안건 9건 중 4건도 뉴스하이킥에 집중된 바 있으며, 30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도 뉴스하이킥에 법정제재 ‘경고’를 의결했다. 이런 가운데 신장식 진행자는 지난 29일 “MBC에 더 부담줄 수 없다”며 2월8일 하차를 알렸다.
이호찬 본부장은 “뉴스하이킥은 청취율 1위 방송이었다”며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 뉴스하이킥을 표적 삼아 무도한 막가파식 제재 폭탄을 쏟아부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송법 4조는 방송 독립과 편성에 관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류희림은 심의를 무기 삼아 사실상 공영방송 편성에 개입하고 있다. 방송법 4조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류희림 방통심의위 체제에 더 이상 인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류희림 사퇴를 넘어 류희림 방통심의위 체제를 해체시키는 것”이라며 “류희림 위원장은 물러나야 한다. 이미 망가진 위원회 체제에서 어떤 결정이 나와도 정당성을 상실했다. 제재 대상이 되는 방송사 누구도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법정에서 방통심의위 결정들이 하나씩 부정당할 것이고 순차적으로 바로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방통심의위는 오전 10시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를 열고 대통령 순방길 비속어 논란 관련 ‘바이든’이라고 자막을 달아 보도한 MBC·KBS·SBS·OBS·TV조선·채널A·JTBC·MBN·YTN 등 9개 방송사들에 대해 관계자를 불러 의견을 듣는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의견진술은 제작진의 입장을 듣는 절차로 의견진술을 거친 안건은 중징계인 법정제재 가능성이 높다. 이날 방송소위엔 여권 추천 위원만 4인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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