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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직원들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미국 등 주요국이 기부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자금이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UNRWA는 가자지구에서 초·중학교를 운영하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며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난민이 된 가자지구 주민 약 220만명의 80% 이상 대부분에게 피신처를 제공하고 있다.
UNRWA는 500만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난민을 지원하는 기구로 가자지구·요르단강 서안지구·요르단·레바논·시리아에서 약 3만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고, 가자지구에서는 약 1만3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최대 일자리 제공 기관으로 직원 대부분은 팔레스타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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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직원 가운데 12명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과정에 가담했다는 이스라엘의 정보를 받아 유엔의 최고 조사기관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필립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이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이스라엘 측은 12명 가운데 대다수는 하마스 조직원이거나 다른 무장단체 소속이며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측과 집결지와 무기 지참 등을 논의한 흔적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에 라자리니 위원장은 해당 직원들을 해고할 것이라고 했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8일 직원 9명이 해고됐다고 발표했다. UNRWA에 따르면 가담 의혹 직원 2명은 이미 사망했다.
사태의 심각성은 UNRWA 직원들이 중립 서약서에 서명하고, 정치 활동이나 폭력에 관여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워크숍에 반복적으로 참석했으면서도 민간인 약 1200명이 살해되고, 약 250명이 인질로 붙잡혀 간 하마스의 ‘테러’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자금 지원이 일시 중단됐다는 점이다.
2022년 기준 연간 3억4400만달러(4600억원)로 기부액이 가장 컸던 미국에 이어 독일(2억2000만달러·2940억원)·호주·영국·캐나다·핀란드·프랑스·네덜란드·일본 등 12개국 이상이 자금 지원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중립국 스위스도 유엔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부금 지원을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29일 이번 의혹에 대해 유엔 조사뿐 아니라 EU 집행위원회가 임명한 전문가 주도의 감사가 진행돼야 한다며 이 같은 조치의 추이를 봐 가면서 UNRWA에 대한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르웨이(3400만달러)·튀르키예·스페인·아일랜드 등은 ‘테러’ 가담 의혹이 제기된 직원이 소수이고, UNRWA 직원 100명 이상이 이번 전쟁에서 사망하는 등 직원 1만3000명이 엄청난 희생을 치르면서 인명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자금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UNRWA가 연간 자금 11억달러(1조4700억원)의 거의 절반을 미국과 독일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자금 지원이 재개되지 않으면 구호 활동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UNRWA는 이날 성명에서 “자금 지원이 재개되지 않으면 다음달 말 이후로는 가자지구를 포함한 UNRWA의 활동 지역 전역에서 진행하던 모든 구호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지원 중단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줄리엣 투마 UNRWA 공보국장은 2월 말까지 몇몇 국가라도 자금 지원을 재개하지 않으면 중동 전역의 3만명의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27일 “의혹이 제기된 직원들의 혐오스러운 행동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라야 하지만 가장 위험한 곳에서 인도주의 업무를 하는 수만 명의 UNRWA 직원들을 모두 징벌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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