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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수십 만명의 신자를 대표하는 미국의 흑인 종교 지도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을 추진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000명 이상의 흑인 목사들이 백악관 당국자와의 면담이나 공개서한, 광고 등을 통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수천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공격 작전을 중단하도록 바이든 행정부가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하마스의 억류 인질 석방과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점령 중단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보수 성향의 남부 침례교인부터 중서부와 북동부의 진보적인 초교파 신도를 아우르는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신자가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태도에 실망한 나머지, 그의 재선 도전에 대한 지지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퍼스트 아이코니엄 침례교회의 담임목사 티머시 맥도널드는 “흑인 종교 지도자들이 이 문제(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매우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선 경합주인 조지아주에 있는 200여명의 흑인 목회자 가운데 처음으로 휴전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한 그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하도록 신도들을 설득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목소리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가 예전만 못한 가운데 휴전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민주당에 환멸감을 갖게 됐다는 게 매체의 분석이다. 특히 그 이면에는 억압받고 있다고 느끼는 미국 흑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의 강한 연대감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조지아주에 있는 한 교회의 담임목사 신시아 헤일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우리의 일부로 본다”며 “그들은 억압받는 사람들이다. 우리도 억압받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 같은 흑인 교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구애에 나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첫 선거운동 행사의 하나를 지난 8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했다. 유서 깊은 흑인교회로, 현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이곳에서 연설을 한 것이다. 실제 이 곳은 2015년 백인 우월주의자의 무차별 총격으로 9명이 희생된 곳이기도 하다. 그는 27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민주당 주최 모금 만찬에서 흑인 표심을 겨냥해 “사우스캐롤라이나 사람들이 없었다면 나는 여기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분이 내가 대통령인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흑인 지지층의 균열은 여론조사에서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여론조사에서 흑인 성인 50%만이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이는 2021년 7월 조사 때의 86%보다 크게 낮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유력한 공화당은 당내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콧 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을 부통령 후보로 점찍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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