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을 내놓을 때마다 항상 설레죠.”
지난 25일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해수로가 마천루 사이를 가르고 있었다. ‘국내 1호’ 100% 전기추진 센트럴커낼호는 작년 10월 이곳에서 첫 닻을 올렸다.
갑판에 오르니 화려한 빌딩이 수놓은 야경에 탑승객들은 연신 환호성을 냈다. 선상에서 만난 정종택(59) 카네비모빌리티 대표의 두 눈동자도 빛나고 있었다. 이 배의 뱃고동을 울리게 한 이가 정 대표다.
카네비모빌리티는 전기선의 심장인 배터리시스템과 두뇌·혈관 역할을 하는 전력변환장치를 공급한다. 정 대표는 일주일에 2번은 꼬박 승선 행사를 벌인다. 매번 보는 야경에 질릴 만도 하지만 자식과 같은 이 배에 오르는 일은 범사가 아니란다.
전장 회사가 선박을 만든다는 게 의아할 수 있다. 전기선도 부품 간 통신과 제어가 중요한 전자제품임을 상기할 때는 승산있는 ‘이종결합’이다. 미국 애플이 전기차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완성차 업계가 바짝 긴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31돌을 맞은 카네비모빌리티는 ‘벤츠 순정(내장용) 블랙박스’로 유명한 회사다. 내비게이션·하이패스를 개발하기 시작해 자율주행 라이다(Lidar) 센서와 차량·사물 간 통신(V2X)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 싱가포르 공장에 산업용 로봇 통신 장비를 납품하는 성과를 냈다.
17톤(t)급 센트럴커낼호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추진용 230킬로와트(㎾)와 시스템용 115㎾다. 이 둘을 합하면 77㎾ 현대차 아이오닉 5 5대 분량에 이르는 힘을 가졌다는 얘기다.
전기차의 정숙함을 품은 센트럴커낼호는 어느덧 송도의 명물로 거듭났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30차례의 디자인 수정을 거친 데다, 1580개에 달하는 배터리셀에 대한 위험성평가까지 치러 진동과 폭발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했다.
해양오염 우려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왕복 2.4㎞에 달하는 해수로를 오가는 동안 기름때를 전혀 볼 수 없었다. 기존 디젤선에서는 누유된 기름이 물 위에 동동 뜨곤 한다.
목포해양대 졸업 이후 4년간 범양상선 탱크선에 올랐던 시스템 엔지니어 출신 정 대표가 친환경선을 미래 먹거리로 빠르게 점찍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 대표는 “국내에 30개의 전기선이 있지만 공식 취항이 가능한 건 이 배뿐”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글로벌 조사기관 스트레이트 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선 시장은 2030년 127억8000만 달러에 이르는 큰 시장이다. 지난해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기존 50%에서 100%로 상향 조정했다. 담수 작업 어선을 중심으로 친환경선 도입이 시급해지고 있고, 각국 정책에 따라 관공선 교체 수요도 늘고 있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친환경선 건조 시 비용의 30%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외산 친환경선 대비 30~40%의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카네비모빌리티는 배터리시스템을 병렬 연결해 다양한 용량에 맞게 붙였다, 뗄 수 있게 했는데 확장·경제성을 갖춰 수출이 용이하다.
카네비모빌리티의 새 도전에 시장이 거는 기대도 크다. 회사는 올해 말 국내 증시 상장을 목표로 현대차증권, 대신증권과 함께 기업공개(IPO) 준비를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매출은 1320억원으로 전기 선박 수출 등으로 향후 5년 내 5000억원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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