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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금공 장기모기지 ‘지원’한다는데…은행들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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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적격대출(집값 9억원·소득제한 없음·대출한도 5억원) 공급을 중단한다. 대신 민간 금융사(시중은행 등)들이 장기모기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중심에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금공)가 있다.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을 공급하는 등 정책금융상품 공급자 역할을 맡았던 주금공은 앞으로 시중은행들이 장기모기지를 취급할 수 있도록 장기자금조달을 지원하는 역할로 탈바꿈한다.

관건은 금융당국 구상대로 시중은행이 장기모기지 공급을 늘리는 등 주택담보대출 시장 구조가 바뀔 수 있느냐다. 시중은행들의 장기모기지 공급이 활성화되지 않을 경우 변화 주체인 주금공의 역할이 애매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급 아닌 지원’ 주금공 역할 바꾼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년간 공급했던 정책모기지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 대신 보금자리론 공급 전환 계획을 발표하면서 민간 장기모기지 취급기반 마련 방안도 공개했다. 적격대출 공급을 중단하는 만큼 장기간 금리가 고정되는 장기모기지를 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공급하도록 다양한 상품 취급을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 도입과 커버드본드 발행 활성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DSR은 주담대 가운데 변동형과 주기형, 고정형 등 금리 형태에 따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시 가산금리에 차등을 두는 것이 골자다. 변동형은 금리 변동성에 따른 차주 위험이 커지는 만큼 가장 높은 가산금리가 적용된다. 변동형을 선택하는 금융 소비자는 스트레스 DSR을 통해 대출한도가 최대 1억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 ▷관련기사: 스트레스DSR 내년부터 적용…2년 후 대출한도 1억 줄 수도(23년 12월27일)

반면 주기형과 순수 고정형은 가산금리가 낮아 변동형보다 대출한도가 더 많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변동형이 아닌 고정형과 주기형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게 금융위 구상이다.

주담대 공급자인 은행에는 예보료와 주신보 출연료율 산정 등에 혜택을 제공해 다양한 상품 취급을 독려한다.

은행 입장에선 장기간 금리를 고정해야 하는 장기모기지 공급을 위해선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이 커버드본드 발행을 활성화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커버드본드는 금융기관이 중장기 자금 조달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우량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일종의 담보부 채권이다.

자료=금융위원회

이 과정에 주금공의 역할이 커진다. 은행들이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때 좀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추도록 지급보증, 유동화 발행 지원과 금리 헷지(Hedge)를 위한 스왑뱅크 역할 등을 주금공이 맡도록 한다는 게 금융당국 그림이다.

그 동안 주금공은 MBS(주택저당증권) 등 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해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등 고정형 정책모기지를 직접 공급하는 것이 핵심 역할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금융상품 공급 기관에서 커버드본드 발행 보증 등 민간 장기모기지 간접지원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할 것”이라며 “민간 커버드본드 발행 지원을 통해 시중은행들이 과거보다 낮은 금리의 장기모기지 상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금공 관계자는 “커버드본드 신용보강은 신규업무로 민간지원업무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획된 일정대로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민간 장기모기지 활성화 관건

금융당국이 적격대출 공급을 중단하고 시중은행으로 바통을 넘긴 것은 국내 주담대 시장 구조를 바꾸고 은행 등 금융사들의 대출관행과 방식도 선진화하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장기모기지 공급을 정책기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금융사가 차주 상환위험을 고려해 다양한 금리 형태의 장기모기지 상품을 적극적으로 공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정책금융상품을 서민 실수요자 지원에 좀 더 초점을 맞추겠다는 구상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선 시중은행들이 커버드본드 발행을 활성화해 장기자금조달 여력을 갖추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금융당국이 주금공의 역할을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장에선 금융당국 구상에 의구심을 품는다. 커버드본드 발행 지원도 실제 발행을 이끌어낼 충분한 유인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채권시장에서 신용도가 높은 은행이 담보까지 설정하면서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필요성이 크지 않고, 투자자들 역시 낮은 금리가 예상되는 상품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금융소비자들이 장기간 금리가 묶이는 주담대 상품을 선호할지 미지수다. 실제 오는 2월 스트레스 DSR 적용을 앞두고 있음에도 은행들은 주기형과 순수 고정형 주담대 상품 공급 준비에 서두르지 않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조달부서 관계자는 “커버드본드는 발행자(은행)와 채권 투자자 등 채권시장에서 수요가 거의 없고 금융당국의 지원 방안도 유인책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를 통해 장기모기지 공급이 이뤄지기까지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과거 금리상한형 주담대도 사실 상 도입에 실패한 바 있는데 이번 장기모기지 공급 계획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라며 “장기모기지를 쉽사리 출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커버드본드 발행보다 스트레스DSR이 고정형 상품을 공급하는데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변동형 대비 장기모기지 차별성과 장기적으로 주담대 시장을 어떻게 만들지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커버드본드 발행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금융당국이 구상한 주금공의 역할 변화가 애매해지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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