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이하 현지시각) 친이란 무장 세력의 요르단 내 미군 기지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하며 중동에 또다시 확전 위기감이 치솟았다. 석달 이상 이어진 관련 공격에 확전 방지를 위해 제한적 대응만을 해 온 미국이 미군 첫 사망에 대응 수위를 높여 이란과의 직접 대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28일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 “시리아 국경 근처 요르단 북동부의 우리 기지에 대한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살해당하고 많은 이들이 다쳤다”며 해당 공격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이란 지원 급진 무장 세력에 의해 수행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선택한 시기와 방식으로 공격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보복을 시사했다.
다음달 3일 민주당 대선 경선이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유세에서도 숨진 군인들에 대한 묵념을 요청하며 “대응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28일 성명에서 “대통령과 나는 미군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 우리 군대, 국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공격당한 기지에 대해 미군 350명 가량이 주둔하는 물류 지원 기지인 ‘타워 22’로, 해당 기지는 이슬람국가(ISIS) 소탕을 위한 연합군 지원 등의 여러 주요 지원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령부는 이번 공격에 따른 부상자도 적어도 34명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요르단 정부도 성명을 내 미국인들이 “테러에 대응하고 국경을 지키기 위해 요르단과 협력하고 있었다”며 이번 공격을 규탄했다. 이번 공격에서 요르단 쪽 사망자는 없었다.
이번 공격으로 미국과 이란이 직접 대결 국면으로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조직은 지난해 10월7일 주로 민간인인 1200명의 사망자를 낸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공격 뒤 150회 이상 이라크,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 기지를 공격했지만 미군 사망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분쟁 확대를 피하려 지금까지 제한적으로 대응해 왔지만 외신들은 이러한 공격으로 미국인 혹은 미군 사망이 야기될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중동연구소의 찰스 리스터 선임 연구원은 “이는 모두가 걱정해 온 엄청난 (위기) 확대”라며 “이에 대한 진정으로 단호한 대응이 없다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완전히 대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화당은 이란 내부를 타격해야 한다며 바이든 정부를 압박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28일 성명을 내 “대이란 억지 정책이 비참하게 실패했다”며 “바이든 행정부에 우리 군 살해에 대한 보복뿐 아니라 미래 침략 억지를 위해 이란 내 주요 목표물을 공습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로저 위커 공화당 상원의원도 28일 성명에서 “반복되는 이란과 그 대리인들의 공격에 맞서 이란 목표물과 지도부를 직접 타격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도 성명을 내 “이러한 공격에 대한 유일한 대답은 이란의 테러리스트 세력에 대한 파괴적인 군사적 보복이어야 할 것”이라며 보복 수준이 이보다 낮을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겁쟁이”로 확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공격이 “더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근본적으로 3달 이상 미군이 봐 왔던 공격과 다르지 않았”지만 미군이 처음으로 사망한 이상 대응 수준이 지금까지와 같을 순 없다고 미 당국자들이 보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얼마나 멀리 갈지” 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중동연구소의 브라이언 카툴리스 선임 연구원은 매체에 “바이든 대통령이 직면한 문제는 그가 단지 이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대응하기를 원하는지 혹은 이 지역에 몇 달 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억지력을 회복하려는 더 큰 메시지를 보내고자 하는지 여부”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면전을 유발할 정도로 “너무 강하지 않고” 갈등만 연장시킬 정도로 “너무 약하지도 않은” 수준의 대응이 모색되고 있을 것으로 봤다.
이란은 이번 공격과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란 관영
통신에 따르면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 지역의 저항세력은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을 의미)의 전쟁 범죄, 어린이를 죽이는 집단학살(제노사이드)에 대응하고 있으며 이란의 지시를 받지 않는다. 이들 조직은 그들 자신의 원칙과 우선순위, 그들의 나라와 국민의 이익을 기반으로 행동하고 결정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당국자들이 요르단 공격 뒤에도 이란이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자 하지 않는다는 기존 평가를 바꾸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 고위 당국자는 28일 매체에 미국은 이란이 이번 공격으로 더 큰 전쟁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란이 더 강한 공격을 지시했는지 무장 세력이 자체적으로 결정했는지는 분석 중이라고 덧붙였다. 매체는 이란과의 전투를 강화하면 가자지구에서 전투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은 28일 오전 방송된 ABC 뉴스와의 사전 녹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역내에서 광범위한 분쟁을 야기하는 더 큰 확전의 길로 가고 싶지 않다”며 이란이 미국과 전쟁을 원하는 것 같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을 보면 28일 예루살렘에서 전후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정착촌을 다시 건설하고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정착촌 확대를 촉구하는 모임이 열렸다.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지구에서 군대와 정착민을 철수시켰지만 요르단강 서안에선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보는 유대인 정착촌을 점점 늘려 정착민 수가 50만 명에 이르렀다.
통신은 “정착이 안보를 가져온다”는 제목의 우익 단체가 주최한 이날 모임에 수백 명이 참여했고 그 중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소속 정당인 리쿠드당 소속 장관들, 극우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극우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도 있었다고 이스라엘 방송 채널12을 인용해 보도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또 다른 10월7일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 그 땅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후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인이 통치해야 한다는 미국의 구상에 반대하고 이스라엘이 무기한 안보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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