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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엔화·유로화 환율 전망…캐리 트레이드 전략도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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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유로화(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역대급 엔저(円低)로 지난 2년 동안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유로화로 대체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조기 금리 인하로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이 상승세(유로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올해 예상된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 출구는 엔화 강세로 이어지는 만큼 엔화가 더 이상 캐리 트레이드 전략에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은 유로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나인티원 자산관리 등 자산운용사들은 유로화로 신흥국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문을 열자 이런 관측에 힘이 더 실렸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앞서 ECB는 지난 25일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기준금리는 연 4.50%,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연 4.00%, 연 4.75%로 동결했다.

그러나 라가르드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의 어려움, 임금 압박 완화, 디스인플레이션 지속 등을 인정하자 시장에서는 4월까지 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것을 점치고 있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로렌 밴 빌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럽의 성장은 주요 10개국(G10)의 다른 나라들보다 더 불안정하게 느껴진다”며 “이는 ECB가 영국과 미국보다 먼저 앞서 2분기에 금리를 내릴 여지를 준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 기준금리가 올 연말까지 최대 2.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반면 미국 기준금리는 4%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유로화 약세로 이어지는 만큼 유로 캐리 트레이드가 새로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통화를 조달해 매도한 자금으로 고금리 통화를 운용하는 기법으로, 통화가치의 약세가 지속되거나 주요국 간 금리차가 벌어질 때 나타난다.

과거엔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과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통화긴축이 서로 맞물리자 역대급 엔저 현상이 발생했고 이는 엔 캐리 트레이드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일본은행의 출구전략이 올해 가시화될 것이란 확신이 들자 투자자들은 캐리 트레이드를 위해 엔화 대신 유로화로 대체하는 것에 주목했다. 골드만삭스의 카마크샤 트리베디 글로벌 통화·금리 전략 총괄은 “유로화는 여러가지 역풍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캐리 트레이드를 위한) 매력적인 옵션”이라고 말했다.

캐리 트레이드의 또 다른 리스크인 환율 변동성도 낮은 상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유로/달러 환율에 대한 1개월 내재변동성은 2년래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일본 엔화(사진=로이터/연합)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유로 캐리 트레이드 영향으로 유로화 통화가치가 달러화는 물론 다른 통화에 비해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9일 한국시간 오전 11시 20분 기준,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은 달러당 0.9224 유로로, 올 들어 2% 가까이 오른 상황이다.

JP모건의 미라 찬단 글로벌 외환 전략 총괄은 “ECB가 비둘기파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유로화는 가치 회복보다 자금 조달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 최상”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유로화 가치가 인도 루피화 대비 3% 급락하는 방향에 베팅하고 있다.

유로 캐리 트레이드에 따른 성과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유로화로 아르헨티나 페소화에 투자할 경우 8%의 수익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달러화로 투자할 경우 수익률은 6%에 불과했다.

다만 엔화로 투자할 경우 수익률은 11%로, 여전히 엔화가 캐리 트레이드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내는 통화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현재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달러당 148.23엔으로, 이달에만 5% 넘게 급등했다. 누버거버먼, CIBC 등의 투자 회사들은 유로화대신 스위스 프랑화, 중국 위안화 등이 캐리 트레이드에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ECB의 금리인하,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되는 만큼 일본과 유로존의 금리차가 좁혀져 유로화가 캐리 트레이드를 위한 유력한 통화가 될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크레딧 애그리콜의 발렌틴 마리노브 G10 통화 리서치 총괄은 유로화를 매도해 멕시코 페소, 브라질 헤알, 인도 루피를 사들이는 전략과 관련해 “일본은행과 ECB의 통화정책이 엇갈리는 2분기부터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인티원 자산관리의 이안 커닝험 다중자산 책임자는 엔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하락할 것에 베팅하면서 “유럽은 완화하고 일본은 긴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너지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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