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왼쪽)와 티고르 M.시아한(Tigor M. Siahaan) 슈퍼뱅크 대표(오른쪽). /사진제공=각사
은행 격전지로 떠오른 ‘인도네시아’…‘디지털뱅크’ 출현에 시장 경쟁 가속화
[한국금융신문 김경찬 기자] 인도네시아는 베트남과 함께 국내 은행의 글로벌 진출의 전초기지로 꼽힌다. 국내 4대 시중은행 모두 현지은행 인수를 통해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으며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 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다만 최근 인도네시아에 등장한 디지털뱅크들이 외형 성장을 가속화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위협 요소로 꼽히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현지 디지털뱅크에 대한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인도네시아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인 ‘슈퍼뱅크(PT Super Bank Indonesia)’에 10% 규모의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했으며 슈퍼뱅크는 현재 베타 테스트 중으로 올해 상반기 중 오픈할 예정이다.
슈퍼뱅크는 동남아시아 최대 슈퍼앱인 ‘그랩(Grab Holding Limited)’과 ‘싱가포르텔레콤(Singel)’의 컨소시엄을 최대주주로 하는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으로 현지 1위 미디어 기업인 ‘엠텍(Emtek)’이 합류해 인도네시아 금융 시장 기대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디지털뱅크는 캡티브(Captive)와 플랫폼을 보유한 빅테크와 선두권 P2P 사업자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전통은행들은 슈퍼앱을 통해 시장 흐름에 대응하는 수준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핸드폰 보급률은 100%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인도네시아에서의 디지털 뱅킹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높은 상황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명목 GDP 기준 세계 17위 국가로 명목 GDP는 전년 대비 7.7% 증가한 1조3887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4.2%의 양호한 경제 성장을 통해 세계 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했으며 30년간 연평균 6.8%의 높은 경제성장을 통해 인도네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3년 0.73%에서 1.35%로 약 2배 확대됐다.
골드만삭스는 인도네시아가 2050년에 중국, 미국, 인도와 함께 세계 4대 경제 대국에 등극할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 인도네시아의 경제 규모는 2020년 대비 2배 성장하고 2050년에는 5.7배 성장한 6조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인도네시아의 금융업 자산 비중은 은행이 77.8%로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산업이 발전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5월 기준 상업은행이 총 105개로 건전성 강화와 대형화를 위해 정부 주도로 은행 수를 80개로 통폐합하는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디지털 경제 관련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은행 자산 규모는 국내 은행의 26%에 불과해 향후 경제 성장과 함께 은행업 발전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은행업 자산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1경1052조 루피아(약 900조원)로 최근 6년간 연평균 8.3%의 자산 성장이 이뤄졌다. 특히 만디리·BRI·BCA·BNI 등 상위 4대 은행을 중심으로 성장이 이뤄졌으며 4대 은행의 총자산 점유율은 2017년 52.3%에서 지난해 상반기 58.6%까지 확대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인도네시아의 은행업은 대부분 자국 은행들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상황으로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4대 은행과 외국계은행, 탄탄한 모기업을 등에 업은 디지털뱅크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내 1위 은행인 만디리은행과 3위 은행 BCA의 자산은 지난 2022년 각 15.9%와 9.6% 증가했지만 20~30위권에 주로 포진한 국내 은행 중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20% 이상 자산을 증대했으며 주요 디지털뱅크인 씨뱅크(SeaBank), BNC, 자고은행(Bank Jago) 등은 100%대의 자산 성장률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공통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국가로 베트남과 함께 글로벌 영토 확장의 전초기지로 꼽힌다.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은행의 인도네시아내 은행 총자산은 144억3000만 달러로 전체 해외 자산의 7.1%가 집중됐으며 미국, 중국, 홍콩, 영국, 일본, 베트남에 이어 7번째로 투자 규모가 큰 국가다.
국내 은행들은 현지 은행 인수를 통해 시장에 진입해 인도네시아를 제2의 마더마켓(Mother Market)으로 설정하고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 내 경쟁력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2010년 중반 이후 국내 은행들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본격화됐으며 중소형 은행 인수를 통해 기존 거래 고객과 네트워크를 흡수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7년 소형은행 비마은행을 인수했으며 외환은행과 합병하면서 2014년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을 출범해 기업금융 기반을 마련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8년 자산규모 19위의 중대형 은행 부코핀은행을 인수하고 계열사 동반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2015년 BME와 2016년 수라바야지역 은행 CNB 인수를 통해 통합 법인 출범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4년 연금담보대출에 특화된 소다라은행을 인수했다.
현지 은행 인수 이후에도 경영 정상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KB부코핀은행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투자한 금액은 약 1조6000억원으로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인수한 금액은 1164억원이며 최대 주주로 올라선 지난 2020년에는 2번의 유상증자로 각 439억원과 2527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지난 2021년에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3935억원을 투자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3자배정 유상증자로 7091억원을 투자했다.
하나은행은 네이버 관계사 ‘라인(LINE)’과 지난 2021년 인도네시아에 디지털은행 ‘라인뱅크’를 설립했으며 라인뱅크는 비대면 계좌 실명 확인(e-KYC)을 통한 계좌개설과 QR코드 간편결제, 간편송금 등으로 디지털뱅킹 기능을 강화해 누적 다운로드 400만건을 돌파하는 등 청년층 집중 공략에 성공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내 2억 달러 증자해 디지털 인프라 고도화와 영업기반 확대에 나설 계획으로 현지 상위 10위 은행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우리소다라은행은 리테일대출 포트폴리오 개선과 수익기반 확대를 위해 연금대출 외 직장인신용대출, 자동차할부금융, 모기지론 판매를 확대하고 현지 기업금융전문인력 적극 육성과 외부채용으로 기업금융 역량을 강화해 기업·가계금융의 균형성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은행들의 공격적인 투자에도 현지 은행들의 강력한 고객 기반과 디지털뱅크의 등장으로 상대적으로 고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국내 은행들의 여신은 현지 대기업과 한국계 우량 기업 비중이 높으며 국내 은행간 경쟁이 과열된 상태다.
현지 대기업과 SME 영업 확대를 위해 방대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RM(Relationship Manager) 확보가 필요하지만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현지 은행이나 자금력을 갖춘 외국계은행이 흡수하고 있어 현지 은행은 지점당 RM 수가 5~6명인데 반해 국내 은행은 1~2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캡티브를 보유 디지털뱅크는 고객 채널과 신용정보를 확보하고 있고 생태계 내 콜라보 측면의 강점을 앞세워 리테일과 기업금융 영역에서 국내 은행을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
열위한 자산 규모와 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건전성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자산이 많은 부코핀은행을 인수한 국민은행을 제외한 국내 은행들은 우량 기업 고객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 CSS모델 고도화 등으로 건전성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이 각각 0.91%와 1.45%로 인도네시아 전체 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디지털뱅크의 등장으로 인도네시아 은행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디지털뱅크가 거대한 생태계를 바탕으로 외국계 포함 중소형은행의 강력한 경쟁사로 등극했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디지털뱅크는 생태계 내 충성 고객을 대상으로 LCF(저원가서예금) 비중을 높이고 채널링을 통해 저위험 여신을 취급하는 전략으로 중소형은행의 시장지배력을 위협한다. 또한 비즈니스 이해관계 및 개인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끈끈한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면서 거대한 캡티브 기반 총 거래금액을 확대한다.
김경찬 한국금융신문 기자 kkc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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