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는 29일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공익법인 법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자선지원재단이 발표한 ‘2023년 세계기부지수’에서 한국의 기부 참여지수는 38점으로 전체 조사 대상국 142개국 가운데 79위에 그쳤다.
전년(35점, 88위)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미국(5위)과 영국(17위) 등 주요국에는 못미친다. 한국의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은 주요 원인으로는 ‘공익법인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꼽힌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공익법인의 주식 취득과 행사 등을 지나치게 규제해 기업의 사회 환원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국내 계열회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는 ‘공익법인의 순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라며 공익법인의 존속 가능성까지 저해시킬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익법인이 그룹 계열사의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비판도 있지만 기업들이 공익법인을 통해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등 국가의 과제를 대신 발굴·해결하는 순기능도 있다.
취득의 형태로 출연받으면 초과분에 증여세를 부과하는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면세 적용 한도가 5%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면세 한도까지만 공익법인에 출연하면서 사회공헌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이는 미국과 일본, 독일 등 해외 주요국에는 없는 불합리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공익법인이라는 지속가능한 형태로 이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제한 규제를 폐지하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주식 취득 면세 한도를 미국 수준인 20%로 확대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면 기부문화가 확산하고 기업 승계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강화 기조에 발맞춰 기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사회공헌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익법인 관련 규제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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