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알 와크라(카타르) 박대성 기자] 김민재(26, 바이에른 뮌헨)는 아시안컵 첫 경기부터 톱 클래스 수비력을 보였다. 말레이시아전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보였지만 진 것과 같은 결과였다. 경기 후에 김민재는 말이 없었다.
한국 대표팀은 25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 와크라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023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겼다.
말레이시아와 최종전에 이겨 E조 1위로 간다면 16강은 한일전이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부터 “1위로 16강에 가겠다”고 선언했고 말레이시아전에 최정예 멤버를 꾸려 나왔다.
김민재는 베테랑 중앙 수비 김영권과 짝을 맞췄다. 말레이시아는 클린스만 감독이 꺼낸 공격적인 미드필더 조합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개개인 능력은 한국보다 열세지만 약점을 파고들어 득점을 뽑아내려고 했다. 3선에 홀로 선 황인범 등이 볼을 잡으면 2~3명이 달라들어 볼을 빼앗고 카운터 어택을 시도했다.
3선 ‘포켓 지역’에서 볼이 빼앗기면 그대로 최종 수비들과 마주했다. 김민재는 대표팀 수비 밸런스가 흔들려도 좌우로 뛰며 공간을 메웠고, 볼만 툭 건드리는 탁월한 수비로 말레이시아 공격을 막아냈다.
분투했지만 말레이시아 반격이 꽤 거셌다. 김판곤 감독은 후반전에 들어가자 더 라인을 올려 전방 압박을 걸었다. 김민재가 버티는 포백 라인과 빠르게 마주했고 조현우 골키퍼를 긴장하게 했다. 첫 번째 실점 장면에서 김민재가 말레이시아 공격진 슈팅 각도를 막으려고 했지만 홀로 모든 걸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 실점 이후 급격하게 흔들렸다. 좀처럼 말레이시아 공격을 제어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청였다. 이강인과 손흥민이 골망을 흔들며 스코어를 뒤집어냈지만 후반 추가 시간 말레이시아 반격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점 1점만 확보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라며 남일처럼 웃었지만 선수단 분위기는 침울했다. 아시안컵 합류 직전까지 무실점 연승 가도를 달렸는데, 본선 무대에서 6경기 5실점을 했다. 발롱도르 후보 중앙 수비수를 보유하고도 처참하게 골을 내준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만 특유의 미소를 지었고 선수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지나가는 분위기와 공기는 마치 패배한 것처럼 무거웠다.
김민재는 꽤 일찍 공동취재구역에 등장했다. 급격하게 흔들리는 대표팀에 중앙 수비로서 고충과 앞으로 각오를 듣고 싶었지만 말없이 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국제축구연맹(FIFA) 130위 팀을 상대로 졸전을 했으니 침울할 법 했다.
다만 다른 선수들에게 팀 내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정말 쉽진 않지만 어떻게든 다잡고 비판 여론을 뒤집으려고 했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절대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다. 조별리그에서 안 좋은 모습들이 있었는데 토너먼트에서 약이 될 수 있다. 전술 문제보다 선수들 의지가 중요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어려운 일이 많았다. 이런 걸 이겨내면서 팀이 더 단단해지는 모습을 갖춰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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