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강제로 끌려나간 사건을 두고 “경호처의 과도한 대응”,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 조치가 필요하다며 서로를 배타적으로 적대하는 문화가 극심하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고성을 쏟아냈다.
김진표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의를 열기 전에 이같이 강성희 의원 사건을 언급했다. 김 의장은 “한 말씀드리겠다”며 “지난 18일 대한민국의 국회의원과 대통령 경호처 경호원들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김 의장은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 기관”이라며 “대통령 경호원들의 이와 같은 과도한 대응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마자 본회의장 내엔 김 의장을 비난하는 고성과 항의가 쏟아졌다.
이에 김 의장은 더 큰 목소리로 “국회와 정부는 국정 운영의 파트너인데도 서로를 배타적으로 적대하는 정치문화가 극심해지고 있다”며 “국회도 정부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고 정부도 국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아울러 여와 야가 지난해 정기 국회에서 본회의장에서는 피켓팅이나 야유, 함성을 자제하기로 합의한 절제와 관용의 정신을 되살려 국민 눈높이에 맞는 품격 있는 정치를 함께 만들어가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촉구했다.
본회의 표결을 마친 뒤 당사자인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신상발언에서 “윤석열 대통령님,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진다”고 전북자치도 행사장에서 있었던 발언을 다시 꺼냈다. 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총선 이후 대한민국 경제위기가 닥칠 것 같다고 하는데, 이미 경제위기는 우리 곁에 왔다”며 “서민들의 어려운 처지에도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등의 감세 규모를 늘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강 의원은 부자감세에 대해 “당장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강 의원은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말 한마디 도 할 수 없다면 300명이나 되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의 존재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냐”며 “저는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하고 싶었던 말의 100분의 1도 전하지 못했지만 나라를 책임지는 최고 지도자라면 국민들의 하소연에 등이라도 토닥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기대가 과한 것이었느냐”고 반문했다.
강 의원은 “이제라도 제가 아닌 국민께 사과하라”며 “대통령께서는 국회의원의 입을 막은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입을 막은 것이다. 국정기조를 바꿔 이념과 정쟁이 아닌 민생을 살리는 데 힘을 모으겠다 말씀해달라”고 촉구했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유발언에서 강의원 강제 퇴장 사건을 두고 “현장이 뻔히 생중계되는 자리에서 대통령실이 국회의원에게 물리력을 사용해서 끌어낸 것은 명백한 폭력행사”라며 “최소한 공정과 상식, 자유를 그렇게 외쳤 던 대통령이라면 그런 사태를 제지하는 척이라도 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사태 직후 강성희 의원이 위해 행위를 한 것처럼 발표한 대통령실 대응은 생생한 현장 영상을 본 전 국민에게 또 다른 분노를 불러일으켰다”며 “강성희 의원에게는 명백한 2차 가해이고 국민에게는 모멸감을 준 국민 우롱”이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그날 대통령실은 강성희 의원 한 명만이 아니라 입법부 전체를 끌어낸 셈”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께 사과하고 반드시 경호처장을 경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건 표결이 끝나자마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조리 본회의장을 빠져나가 이들의 신상발언과 자유발언을 직접 듣지 못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김진표 의장의 입장 표명이 유감이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오늘 김진표 의장님의 입장 표명은 유감”이라며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라고 해서 일탈적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강 의원이 국회의원이라는 헌법기관의 본분에 걸맞은 품격과 예의를 갖추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국회와 정부의 상호 간 예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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