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당내 의원들의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 유죄판결 전까지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와 부패 의혹을 받는 의원들에 관대한 맞춤형 룰이자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나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공천과정에서 어떻게 보고, 기준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는 질의에 “범죄가 재판에 회부됐을때 최종심 대법원의 유죄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서 처리하겠다”며 “그렇다고 부정부패나 뇌물에 대해서 소프트하게 처리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의 불출마를 주장하는 친명계 인사들 주장을 두고 임 위원장은 “일괄적으로 배제한다는 것은 당에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고, 공관위에서도 그렇다”면서도 “다만 여기서도 문재인 정부 하에서 검찰 정권 탄생에 본의 아니게 기여한 분들이 있다면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견이 있다”고 말했다.
586 용퇴론에 대해서도 임 위원장은 “3선 이상이라든지 올드보이, 586 이런 카테고리를 만들어 감점을 주는 건 없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의 이야기를 듣고 경청해야 한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지지불태(知止不殆)처럼 멈출 때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임 위원장의 발언은 결국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 부패 의혹 의원들을 위한 ‘방탄 룰’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경향신문은 22일자 기사 <“범죄 혐의, 대법 판결 전까지는 무죄 추정” 민주당 공관위 ‘이재명 맞춤 공천 룰’ 논란>에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맞춤형 공천룰’이란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한 초선 의원이 “(민주당이) 국민에게 매를 맞든지, 정신을 차리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승찬 정치컨설턴트는 “공직 후보자에 대한 도덕적 수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서울신문은 23일자 사설에서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1·2심에서 아무리 큰 형량의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이라 해도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정당이 앞장서서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며 “이재명 대표가 갖가지 비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 아니어도 이런 방침을 내세웠을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서울신문은 “공천 혁신을 이끌어 내야 할 공관위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연루 의원 등을 위한 ‘방탄공천’에 나섰다는 얘기까지 들린다”며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 전당대회 돈봉부 살포 연루 의원,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 등을 예로 들었다.
임 위원장이 성범죄, 음주운전, 직장갑질, 학교폭력, 증오발언 등 ‘5대 범죄’을 엄격 심사하겠다고 한 점을 두고 서울신문은 “부패 정치인에게는 하염없이 관대한 처지에 5대 범죄 엄격 심사 운운하는 모습이 괴기하다”며 “사법 리스크나 구태로 얼룩진 인사들에 대한 ‘사천’(私薦)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공관위는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고, 사안 별로 판단하겠다며 공정한 결과로 보여주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공관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희정 공관위원은 2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임혁백 위원장 발언은 최소한의 기준을 얘기한 것”이라며 “각 사안별로 뇌물일 수도, 부패관련일 수도 있다. 기소 건 별로 사안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무죄추정의원칙은 기본권이자 최소한”이라고 했다.
정당의 공직후보자라면 기본권을 따질 게 아니라 더욱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의에 박 대변인은 “각각 기소된 사례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기소되면 모두 날린다고 할 수는 없다”며 “최대치로 올리면(더 엄격하게 할 경우) 피해를 보는 후보자가 있을 수 있어 이를 고려해 열어둔 것”이라고 답했다.
공관위가 이재명 대표와 친명의 눈치를 보며 퇴행적 공천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불신을 두고 박 대변인은 “(그런 주장을 부인하는 것보다) 공천 결과로 보여줄 수 밖에 없다”며 “결국 결과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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