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부진…주요국 대비 하락 폭 커
수급 악화…지난해 과도한 자금 유입 해소 과정
높은 증시 회복 기대에도 변동성 확대 우려 여전
새해 들어 증시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초 기대감이 반영되는 1월효과(1월의 주가 상승률이 다른 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현상)는 온데 간데 없고 지난해 마지막 두 달간의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면서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부진한 모습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인 22일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는 2464.35로 올 들어 7.19%(2655.28→2464.35) 하락했다.
새해를 시작한지 3거래일만인 지난 4일(종가 2587.02) 2600선을 내주더니 16일(종가 2497.59)에는 2500선마저 붕괴됐다. 같은기간 코스닥지수도 3.10%(866.57→839.69) 떨어지는 등 국내 증시는 연초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다른 국가들의 증시와 비교해도 부진이 유난히 두드러진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새해 들어 9.21%(3만3464.17→3만6546.95) 상승하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따로 떼 놓고 보더라도 미국 다우존스(+0.46%·3만7689.54→3만7863.80)나 유로스톡스50(-1.61%·4521.65→4448.83) 등에 비해서도 분명 부진한 흐름이다. 그나마 중국 상해종합지수(-7.35%·2974.93→2756.34)와 비슷한 하락세다.
지난해 말 가파른 상승세를 전혀 이어가지 못한 셈이다. 지난해 마지막 두 달간(11~12월) 코스피지수는 16.56%(2277.99→2655.28)나 오르는 급등세를 보였다. 같은기간 코스닥지수도 17.72%(736.10→866.57)나 상승했다.
이러한 반전은 수급 악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가 증시 하락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22일까지 기관 투자자들은 6조8955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마지막 두 달간 순매수한 금액이 6조773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한 달도 채 안 된 기간에 팔아치운 셈이다.
올 들어 외국인은 2조251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매수세가 많이 약화됐다. 외국인은 지난해 말 두 달간 8조2553억원을 순매수했었다.
해가 바뀌면서 지난해 말 거뒀던 수익을 거둬 들이기 위한 차익실현 매물이 많이 출회된 영향으로 지난해 11월과 12월 증시 자금이 과도하게 유입됐던 영향으로 자금 이탈 현상이 더욱 도드라지고 있는 셈이다. 그 과정에서 국내 증시가 급등락하면서 변동 폭도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새해 들어 지난해 4분기 잠정치를 발표한 반도체와 2차전지 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앞으로 이어지는 실적 시즌에서도 수치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상승의 주역이었던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 이후 예상치를 하회한 4분기 실적에 업황 회복에 대한 의문이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불거졌다”며 “하지만 최근 TSMC의 호실적 발표 이후 빅테크 위주 상승에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미국 주식시장 상승이 외국인 투자자의 재유입을 야기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여전히 견조한 미국 경기지표와 이로 인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위원들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 등으로 더욱 멀게 느껴지는 금리 인하 시점은 부정적 요인이다. 또 경제지표 부진에 경기 회복이 요원해지고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중국 변수도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 중동정세 악화와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의 악재도 상존하는 만큼 향후 증시 불확실성은 더욱 증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증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클 것으로 보고 있다”며 “흔히 이야기하는 상저하고의 흐름이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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