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820대ㆍK-9 308문 등…추가계약 아직 남았는데
입법지연에 30조 날릴 판, “수은법 개정안 처리 시급”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높이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며 폴란드 무기 2차 수출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국내 방위산업체들은 사업이 좌초될 경우 방산 수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회의 조속한 입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22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수은법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앞서 여야가 수은 자본금 한도를 현행 15조 원에서 25조~35조 원으로 늘리는 수은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지만, 입법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국가 간 인프라 및 방산 등의 프로젝트는 각국 정부 간 계약(G2G)으로 이뤄진다. 수출 규모가 큰 만큼 수출국에서 정책금융ㆍ보증ㆍ보험을 지원하는데 현행 수은법은 특정 개인ㆍ법인에 대한 신용 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다.
국내 방산기업들은 2022년 7월 폴란드와 무기 수출 기본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8월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152문, FA-50 전투기 48대 등 17조 원 규모의 1차 실행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수은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6조 원씩, 총 12조 원을 폴란드에 빌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폴란드가 2차로 30조 원 규모의 K-2 전차 820대와 K-9 자주포 308문 등을 도입키로 했으나, 계약이 미뤄지고 있다. 폴란드 정부가 2차 계약에서 20조 원 이상의 수출 금융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행 법으로는 지원이 불가능하다.
이미 방산 선진국들은 구매국에 금융 및 차관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 활용해 수주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해외 군사 재정 지원(Foreign Military Financing) 프로그램을 통해 차관 형식으로 무기 구매 국가에 100%까지 금융 지원을 한다. 프랑스는 금융 지원과 신용 보험을 제공해 무기 구매 국가의 금융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현재 수은의 자기자본은 자본금 15조 원을 포함해 18조4000억 원 정도다. 이 중 40%인 7조3600억 원 가운데 6조 원은 이미 1차 수출 계약에 썼다. 2차 계약에선 1조3600억 원 정도만 폴란드에 빌려줄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방산업계는 폴란드에 금융지원을 위해 신디케이트론을 검토하고 있다.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금융기관이 차관단을 구성해 공통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융자하는 일종의 집단 대출이다. 하지만 이 또한 임시 방편이다. 이율이 높아 재무 구조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산 업계는 최근 잇단 수주에도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폴란드 무기 2차 수출 계약이 축소되거나 무산될 위기에 놓이면서 부정적인 선례로 남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수은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방산 수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향후 방산 수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여야의 조속한 처리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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