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의 승자가 되기 위한 전 세계 기업들의 경쟁이 새해 벽두부터 펼쳐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총 출동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는 AI로 시작해서 AI로 끝이 났다.
우리나라 재계 총수와 경영진들도 라스베이거스로 달려가 AI가 가져올 변화를 공부했다. 승자가 독식하고, 패자는 부스러기만 먹게 되는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행보다.
재계에선 AI 전환기를 맞아 한발 앞선 투자와 연구개발(R&D) 확대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오너의 과감한 결단과 미래를 본 중장기 전략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정은 만만치 않다. 각종 사법리스크가 총수들을 옥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AI를 중심으로 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첫 ‘현장 경영’으로 선택한 곳은 서울 우면동 삼성리서치다. 이 회장은 이곳에서 ‘6세대 이동통신(6G)’을 주목했다. 6G는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AI를 비롯해 로봇, 전장 등 분야에서 핵심 기반기술이다.
이 회장은 “새로운 기술 확보에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선제적 R&D와 흔들림 없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과감하게, 더 치열하게 도전하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16일에는 사내 최고 기술 전문가를 만나며 ‘초격차’를 강조하는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기술인재가 마음껏 도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일 새해 첫 현장 경영으로 SK하이닉스 본사 이천캠퍼스 R&D센터를 찾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 분야 성장동력을 점검했다. 최 회장은 CES 2024에서 기자들과 만나 “AI는 이제 시작하는 시대이며, 어느 정도 임팩트와 속도로 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CES 2024에 참석해 AI 기술 진보를 직접 살폈다. 그러면서 소프트웨어·AI 기반의 대전환을 통해 ‘인간 중심적인 삶의 혁신’을 일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내부적으로 경영진들과 AI 관련 스터디를 이어가며, 대응책 마련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구 회장은 AI 등 미래 먹거리 사업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 등을 잇따라 방문한 바 있다.
이 같은 총수들의 행보는 올해 AI 대변혁기를 맞아 생성형 AI, 온디바이스 AI 등 기술 영역에서 ‘새로운 승자’로 등극하기 위해서다. 속도감 있고 과감한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AI 분야에서 해당 분야를 잘 아는 것은 필수적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AI라는 뉴패러다임은 ‘승자독식’ 시대다. 그룹별로 미래를 내다보면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며 “거대한 신규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려면 총수 차원의 과감한 투자밖에 답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각종 사법리스크는 우려스럽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AI 전환기에는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는’ 오너가 선제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데, 경영에 집중할 수 없게 하는 리스크들이 산적해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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