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가 한수 아래 상대로 봤던 요르단과 어렵게 비기자 전문가들은 전략, 조직력보다는 선수 개인 능력에 의존해온 총사령탑의 ‘무색무취’ ‘무능력하고 게으른’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라고 진단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일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요르단과 2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막판까지 1-2로 끌려가다가 황인범(즈베즈다)이 후반 추가 시간 회심의 슈팅으로 상대 자책골을 유도해내며 어렵게 승점 1을 따냈다. 64년 만의 우승이라는 숙원을 이루겠다며 카타르로 향한 클린스만호가 두 번째 경기부터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며 간신히 패배를 면하자 팬들과 전문가들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부터 바레인과 이번 대회 1차전까지 A매치 7연승 행진을 이어오는 등 제 궤도에 오른 듯했던 클린스만호의 갑작스러운 부진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선수의 경기력에는 필연적으로 ‘기복’이 따를 수밖에 없다. 선수 개인의 기량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7연승을 달린 클린스만호지만 주축이 컨디션 저하를 겪어 제대로 실력을 내지 못하는 경기도 있다.
요르단전처럼 이런 일이 빌어질 때 이를 보완할 팀 차원의 전술, 전략적 움직임이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다. ‘캡틴’ 손승민이 소속된 EPL 토트넘에 지난 시즌 부임한 클루셉스키 감독이 팀의 위기상황을 딛고 돌풍을 일으킨 이유도 ‘공격 축구’라는 탁월한 전술과 이를 실행한 기세 때문이었다.
그라운드 위 ‘감독’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손흥민은 경기 후 중계방송사 tvN 인터뷰에서 “실점하는 상황이 되게 많았다. 개선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선수들 개개인의 몸 상태가 전체적으로 좋지 못했다”며 “그게 잘 통하는 날이면 그렇게 위력적인 전략이 없다. 하지만 요르단처럼 압박 강도를 높인 팀을 상대로 선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그에 의존하는 경기를 하면 득점 성공 확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경기처럼 전반적인 컨디션이 저조한 날에는 조직적이고 유기적인 플레이로 풀어가는 장면이 나왔어야 하지만 그런 쪽으로 해법을 찾지 못했다”며 “단조로운 공격으로 일관한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 위원은 “우리가 아무리 이강인, 손흥민을 보유한 팀이라도 하던 식으로만 하면 상대가 점점 예측하기 쉬워진다. 공격 방식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르단보다 전력상 강팀으로 꼽히는 일본 등과 토너먼트에서 만날 가능성을 고려하면 선수 개인의 위력만 믿고 가는 방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문성 해설위원도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가 어떤 것인지 아시안컵 본선에 와서도 보이지 않는다”며 “이렇게 좋은 선수들을 가지고 어떤 축구를, 전술을, 색깔을 보여주고 싶은지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박 위원은 “선수 개인의 경기력이 좋을 때 그걸로 찍어 눌러왔다. 하지만 요르단전처럼 개개인이 잘 안 풀리니까 찍어누르지 못하게 됐다”며 “이때 감독이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너먼트에서도 이렇게 위기가 올 텐데 그때도 계속 팀이 개개인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며 이 경기를 ‘예방 주사’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찬하 위원은 “클린스만호는 하나의 팀으로서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모든 걸 개인 능력으로 돌파해왔으니 막히면 어려워질 거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그게 요르단전”이라며 “이강인이라는 고리가 빠져버리니까 다 안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이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도 계속 4-4-2 포메이션을 고수한 사실이 대표팀이 처한 딜레마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 부분을 강조한 박 위원은 “그냥 준비가 안 된 것”이라며 “앞으로 만날 상대에 대비해 선수 기용 등 측면에서 다음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없다. 클린스만호는 ‘오늘만 이기면 되는 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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