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전에서도 아쉬움 남겼던 바레인전 선발 라인업과 동일
개막 전부터 ‘플랜A’ 지속성 강조하며 선발 라인업 고집
2경기 연속 조규성-이기제 일찌감치 교체..앞뒤도 안 맞아
찝찝함을 남겼던 바레인전 이후에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피파랭킹 23위)은 20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3 아시안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요르단(피파랭킹 87위) 자책골 덕에 2-2 무승부를 거뒀다.
초반에는 행운이 따랐다. 전반 9분 페널티킥을 얻어낸 손흥민이 키커로 나서 ‘파넨카킥’을 선보이며 선제골을 넣었다. ‘찰칵 세리머니’ 후에는 부상으로 빠진 ‘골키퍼’ 김승규 유니폼을 들어 올리는 ‘캡틴’다운 모습도 보여줬다.
선제골이 일찍 터져 여유 있는 경기를 예상했지만, 한국은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오히려 알타마리를 앞세운 요르단의 측면 공격과 뒷공간 공략에 흔들렸다. 결국 전반 38분 문전 앞에서 박용우의 헤더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한 데 이어 전반 추가시간에는 야잔 알나이마트의 날카로운 슈팅을 막지 못해 1-2로 뒤집혔다.
답답함 속에 가슴을 졸이며 맞이한 후반 추가시간, 황인범의 슈팅이 요르단 선수 발에 맞고 들어가면서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으로서는 패배 앞에서 터진 행운의 자책골이다. 어렵게 승점1을 추가한 한국은 요르단과 같은 1승1무(승점4)를 기록했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E조 2위에 자리했다.
역대 최강 멤버를 구축해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한국의 초반은 결과와 내용 면에서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날 역시 피파랭킹 80위권 팀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 나온 자책골이 아니었다면, 1-2 패배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불안한 경기력 속에 지속성을 강조해왔던 클린스만 감독이 내놓은 ‘플랜A’에 대한 문제는 더 도드라졌다.
이날 선발 라인업은 부상으로 빠진 김승규를 대신해 들어온 조현우 외에는 바레인전과 같았다. 최전방에 손흥민과 조규성이 출전했고, 측면에는 이재성과 이강인을 배치했다. 중원은 박용우-황인범이 지켰다. 포백 수비라인은 이기제-김민재-정승현-설영우로 구성했다.
1차전에서 좋지 않았던 이기제-조규성이 나란히 선발 출전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역시 좋지 않았다. 김진수가 부상으로 뛰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기제가 풀백으로 뛰고 있지만 불안하다. 바레인전 전반만 뛰고 교체 아웃된 이기제는 이날 알타마리를 막지 못했다. 전반 추가시간 알타마리 스피드에 완전히 밀렸고, 움직임 한 번에 무너지며 일대일 기회까지 내줬다. 김민재의 커버가 아니었다면 골을 내줄 큰 위기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을 앞두고 자책골을 기록한 박용우와 함께 이기제를 뺐다.
최전방도 문제다. 조규성이 2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지만 실망스러운 움직임이다.
바레인전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던 조규성은 이날 슈팅 2개에 그쳤다. 전반 추가시간 10분 골키퍼를 맞고 나온 볼을 바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공은 바운드 되어 크로스바 위로 벗어났다. 오프사이드가 선언되긴 했지만 후반 19분에는 문전에서 완벽한 찬스에서 골문을 크게 벗어나는 어이없는 슈팅으로 가슴을 치게 했다. 결정력을 보여줘야 하는 최전방 공격수인데 기대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1~2차전 모두 이기제와 조규성은 일찌감치 교체 아웃됐다. 국내 일부 축구 전문가들은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은 분명 중요한 자세다. 하지만 당장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국제대회에서 특정 선수의 폼이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고집하다가 선발로 기용한 뒤 2경기 연속 일찍 교체하는 것은 감독 선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포지션에 대체자가 없는 것도 아니다. 김진수가 부상으로 빠진 상태지만, 설영우가 위치를 이동해 뛸 수 있다. 요르단전에서도 이기제가 빠진 뒤 김태환이 우측에 자리하고 설영우가 좌측으로 이동했을 때 경기력이 훨씬 나아졌다. 조규성 대신 오현규도 있다. 높이를 잃는 것은 아쉽지만 손흥민을 원톱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황의조가 빠진 자리에 스트라이커를 충원하지 않았던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바레인전에서 드러났던 문제를 ‘지속성’이라는 틀 안에 갇혀 요르단전에서도 이어갔다는 것은 분명 아쉽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플랜A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반 들어 문제가 됐던 선발 자원들을 잇따라 불러들였다. 행동과 말이 맞지 않는다.
바레인전과 비슷한 전술을 들고 나오는 클린스만 감독의 패착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도 조 1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갔다. 요르단전에서 간신히 승점1을 추가하며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이날 예상했던 16강 조기 확정은 없었다.
한국은 요르단과 나란히 승점4(1승1무)를 기록 중이지만, 골득실에서 요르단(+4)에 뒤지면서 조 2위에 자리했다. 오는 25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말레이시아에 다득점 승리해야 조 1위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E조 1위는 D조 2위, E조 2위는 F조 1위와 16강전을 치른다. 현재로서는 일본이 D조 2위가 유력하다. 한국이 조 1위를 차지하면 16강 한일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조 2위로 밀린다면 F조 1위 사우디와 16강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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