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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에서 ‘판매량 1위’ 칭호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수십 개에 이르는 국산·수입차 브랜드가 매달 신차를 쏟아내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만큼 쉽게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판매 1위는 완성차 제조사가 수립한 연구개발(R&D)부터 마케팅에 이르는 생존 전략이 수요와 맞아 떨어져야 달성할 수 있는 명예다. 연간 판매 성적표가 나오는 현 시점에 각 분야에서 최고 자리에 오른 제품을 살펴봤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수출된 차종은 한국GM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레일블레이저로 조사됐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해 국내 생산 승용차 중 가장 많은 21만 4048대를 해외 시장에 판매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현대자동차의 소형 SUV 코나와 월별 수출 실적에서 1, 2위를 다투다 1559대라는 근소한 차이로 코나를 앞섰다.
지난해 코나는 21만 2489대를 수출하며 2위로 밀려났다. 코나가 승용차 수출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4년 만이다. 코나는 2019년부터 4년 연속 최다 수출 모델을 유지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2020년 출시 이래 현재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총 65만 대 넘게 판매된 한국GM의 전략 수출 모델이다. 물량 대부분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으로 인도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GM이 2018년 정부·산업은행과 함께 발표한 정상화 계획에 따라 탄생한 차종이다. 한국 사업장이 개발과 생산 전 과정을 주도했다. 도심형인 경쟁 소형 SUV와 달리 실제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강한 주행 성능을 갖춘 데다 국내 소비자를 겨냥해 각종 편의사양을 적용한 점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속적인 인기를 얻는 비결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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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판매량 1위에 오른 모델은 현대차(005380)의 중형 세단 그랜저였다. 1년 동안 11만 3062대 판매되며 단일 차종 중에서 유일하게 10만 대를 넘겼다.
그랜저가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오른 것은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2022년 내수 판매 1위를 차지했던 현대차의 1톤 트럭 포터는 지난해에도 인기를 누렸지만 2위(9만 7675대)로 밀려났다.
시판되고 있는 그랜저는 2022년 11월 공식 출시된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다. 1세대 ‘각 그랜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디자인과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제공하며 출시 초기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7세대 그랜저는 이전 모델 대비 45㎜ 길어진 5035㎜의 전장(길이)을 비롯해 휠베이스도 10㎜ 늘리며 넉넉한 공간성을 확보했다. 전면부에는 끊김없이 연결된 수평형 유기발광다이오드(LED) 램프를 넣어 미래지향적인 인상을 갖췄다.
파워트레인으로는 가솔린 두 개 모델(2.5ℓ·3.5ℓ)부터 하이브리드와 액화석유가스(LPG)까지 총 4개의 선택지를 제공한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이 많은 선택을 받았다. 그랜저 전체 판매에서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54.7%(6만 1907대)로 절반을 넘었다. 전년 판매량(2만 274대)과 비교하면 205%나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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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고차 판매 1위는 기아(000270) 모닝이 차지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중고 승용차 가운데 국산과 수입차를 통틀어 가장 많이 거래된 차종은 기아 모닝(TA·4만 6598대)이었다.
모닝은 신차 시장에서 소형 SUV에 밀려 판매가 저조했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약진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에서 국산차를 구매할 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데 모닝은 저렴한 가격이면서도 기본적인 성능을 누릴 수 있는 대표적인 차종이라 큰 인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 시장에서 200만~300만 원의 가격으로도 괜찮은 모닝 물량을 구할 수 있다.
중고차 판매량 2위는 현대차 그랜저 HG(4만 3225대)였고 한국GM 스파크(4만 520대), 그랜저 IG(3만 7936대), 기아 레이(2만 7533대)가 뒤를 이었다.
수입 중고 승용차 중에서는 벤츠 E클래스 5세대가 2만 5128대로 가장 많이 거래됐다. 이어 BMW 5시리즈 7세대(1만 3763대), BMW 5시리즈 6세대(1만 1826대), 벤츠 S클래스 6세대(9422대), 벤츠 E클래스 4세대(8397대) 순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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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에서는 기아의 전용 전기차 EV6가 1만 7131대 판매되며 1위에 올랐다. 2위는 1만 6625대 팔린 현대차 아이오닉 5가 차지했고 현대차 아이오닉6(9288대), 기아 EV9(7668대), 기아 니로(7102대)가 뒤를 이었다.
수입 전기차 가운데 판매 1위는 테슬라 모델Y로 1만 3885대를 기록했다. 이어 2위 메르세데스벤츠 EQE(3178대), 3위 BMW iX3(2648대), 4위 BMW i4(239대), 5위 벤츠 EQS(2239대)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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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Y는 수입 전기차 가운데 유일하게 1만 대 넘게 판매되며 다른 수입 전기차를 압도했다. 국산 전기차까지 포함한 전체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도 EV6, 아이오닉 5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한때 국내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던 테슬라는 아이오닉 5, EV6 등 국산 전용 전기차가 출시된 뒤 선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중국산 모델Y를 국내에 들여오기 시작하며 상황이 뒤집혔다. 중국산 모델Y는 가격이 5699만 원으로 테슬라가 이전까지 판매하던 미국산 모델Y 롱레인지(7874만 원)보다 2000만 원 이상 저렴하다.
기존의 미국산 모델Y 롱레인지는 듀얼모터와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반면 중국산 모델Y는 후륜에 전기모터 1개를 장착하고 중국 닝더스다이(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적용해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 주행거리가 기존 모델(511㎞)보다 짧은 350㎞ 수준이지만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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