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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국회의원 나에게 세비 1억5천만원이 돈인가요…실질연봉 5억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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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 1억5천만원 외에 연간 최대 3억원의 후원금 받는다”

“의원 회관내 이발소, 헬스장, 병원 공짜 이용”…장기표 인터뷰

“세비 1억5천만원 외에 연간 최대 3억원의 후원금 받는다”
“의원 회관내 이발소, 헬스장, 병원 공짜 이용”…장기표 인터뷰

[※ 편집자 주= 장기표 특권폐지정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 상임대표의 인터뷰는 분량이 많아 3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 기사는 그 첫 번째입니다. 조만간 이번 인터뷰의 두 번째 기사가 나갈 예정입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장기표 대표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장기표 대표

[촬영 홍지희]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나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다. 공식적으로 받는 연간 1억5천만원의 세비만이 나한테 기쁨을 주는 게 아니다. KTX는 국가의 돈으로 타는데, 반드시 특실을 이용한다. 비행기도 비즈니스석 이상만 타는데, 국가가 그 비용을 지불해준다. 항공사는 우리 국회의원들 때문에 이런 특별좌석의 일정 비율에 대해서는 일반 예약을 안 받고 비워놓는다고 하는데, 그 세심한 배려에 고마울 뿐이다.

우리 국회의원은 여의도 의원회관 내 헬스장, 사우나, 이발소, 내과, 치과, 한의원 등을 이용할 때도 돈을 안 낸다. 그걸 이용하면 남들과 다르다는 그 느낌이 좋다. 의원실의 야근 식사비도 국민이 내주니 고마울 뿐이다. 국민은 우리가 야근하지 않아도 야근 식사비가 국고에서 나온다는 것을 다행히 모른다.

뇌물, 횡령 등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 허위 사실이 가득한 막말을 해도 되는 면책특권, 감옥에 들어가 있어도 꼬박꼬박 통장으로 입금되는 1천300만원의 월급은 일반 국민들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특혜이긴 하다. 이런 것을 헌법과 법률이 보장해주니 마음이 든든하다.

나의 보좌진 9명 모두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지만 7명 정도는 내 지역구에 보냈다. 총선이 임박했으니 유권자들을 만나 사전 표 단속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위반이긴 하지만 선관위도 뭐라 하지 않는다.

우리 국회의원의 특권은 국민이 잘 알아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여기저기에서 우리들 특권에 대해 말들이 많긴 하지만, 선거철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특권에 대한 비난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일부 국민은 자기들이 우리 국회의원의 진짜 주인인 줄 안다. 우리가 국민의 심부름꾼, 하인, 종이라고 말하는 것은 선거철에 표를 얻기 위한 것인데, 그걸 진짜로 받아들이다니 할 말이 없다.”

위의 내용은 국회의원 특권의 일부를 가상상황으로 정리한 것이다.

특권폐지운동 집회에서 연설하는 장기표 대표
특권폐지운동 집회에서 연설하는 장기표 대표

[본인 제공]

장기표(78) 특권폐지당(가칭) 창립준비위원회 상임 대표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1억5천만원의 세비, 불체포·면책 특권, 9명이나 되는 대규모 보좌진 등 공개된 것 외에 숨어있는 특권까지 모두 찾아내 합하면 180여가지나 된다고 했다.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이런 특권을 누리면 서민들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고 부패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4월 총선의 시대정신은 나라 발전을 가로막고, 국민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정치를 바꾸는 것이며, 그 정치혁명은 국회의원 특권 폐지로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젊은 시절 서울법대에 입학한 뒤 곧바로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 민청학련사건, 청계피복노조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민중당 사건 등으로 9년간의 투옥과 12년간의 수배 생활을 했다.

그는 작년 4월 고위공직자 특권폐지국민운동부를 발족해 대표를 맡았고, 다음 달 초에 특권폐지 정당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작년 추석 의원회관의 모습
작년 추석 의원회관의 모습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25일 국회 의원회관에 배달을 앞둔 택배나 선물세트가 쌓여 있다. 2023.9.25 hama@yna.co.kr

— 국회의원들이 받는 연간 1억5천500만원은 왜 연봉이 아니고, 세비인가.

▲ 세비라는 말 자체가 특권이다. 권위주의적인 말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기관이지, 노동의 대가인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 들어있다. 자기들은 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과 달리 좀 더 고상한 세비를 받는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연봉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 국회의원들의 세비 액수는 적정한가.

▲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회의원 직무 활동과 품위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실비라고 한다. 그런데 한 달에 1천300만원, 연간 1억5천500만 원이나 되는 돈이 실비인가?. 이전에는 국회의원 연봉이 이렇게 많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자기들 급여를 계속 끌어올려서 이런 액수가 됐다.

— 그 연봉에는 설과 추석의 명절휴가비 414만 원씩 828만 원이 들어있는데.

▲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에게 명절휴가비를 주는 셈인데, 왜 국민이 그렇게 해야 하는가?. 그들의 급여는 그걸 빼도 매우 높은 수준인데, 무슨 명절휴가비인가?. 명절은 국회의원만 쇠는 것이 아니다. 그럼, 모든 국민들에게도 모두 명절휴가비를 줘야 하는 것 아닌가?.

— 국회의원들의 실질 연봉은 5억 원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계산한 것인가.

▲ 먼저 세비가 1억5천500만 원이다. 사무실 경비로 나오는 연간 1억 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5천만 원 정도는 차량 유류비처럼 국회의원 개인에게 들어가는 돈이다. 국회의원들은 후원금으로 연간 1억5천만 원을 거둬들이되 대통령선거, 지자체 선거,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3개년도에는 매년 3억 원의 후원금 수입을 올린다. 선거비용은 나라에서 모두 보전해주기 때문에 후원금 자체가 개인의 수입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계산하면 거의 매년 5억 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것은 공식적인 것만 계산한 것이다. 비공식적이고 은밀한 것까지 포함하면 국회의원의 실질적 수입은 5억원을 훨씬 웃돈다고 본다.

2013년 국회의원 연금법 폐지 시위
2013년 국회의원 연금법 폐지 시위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세비 외에 의원연금이라는 것도 있다는데.

▲ 19대 이전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이 65세 이후에 받는 연금으로, 월 120만 원이다. 국회의원으로 하루만 일했어도 이 돈을 받는다. 적은 금액이 아니다. 국민연금 평균인 54만원의 2배나 된다.

— 이들은 국회의원으로 일할 당시에 보험료를 냈는가.

▲ 그들은 내지 않았다. 국민이 120만 원의 연금을 받으려면 매달 30만 원씩 40년간 보험료를 부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 국회의원들은 항공기, KTX를 공짜로 타는가.

▲ 나랏돈으로 이용한다. 비행기는 비즈니스석, KTX는 특실을 이용한다.

— 왜 KTX 특실,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나.

▲ KTX 특실은 공간이 넓어 좋다. 문제는 의원실에서 갑자기 KTX 특실을 이용한다고 연락이 오는 경우를 대비해 일정 비율로 비워놓는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이 표를 사고자 하면 매진이라고 하는데, 국회의원에게는 매진이라는 것이 없다. 비행기 비즈니스석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이 갑자기 비행기를 타겠다고 하면 다른 사람한테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할 수는 없으니 미리 비워놓는 방식을 택한다. 물론, 막판까지 의원실에서 연락이 안 오면 대기자한테 좌석을 판매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여행을 하는 국민들에게 상당한 불편함을 주는 것이다.

— 국회의원들이 일반인과 달리 공항 귀빈실, 귀빈 주차장을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그것도 잘못된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공항에서도 일반 국민처럼 대우받아야 한다. 공항 측이 국회의원들에게 잘 보이려고 그런 혜택을 주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특권폐지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
특권폐지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국회의원 사무실 경비는 연간 어느 정도인가.

▲ 연간 1억200만 원 정도 된다. 이건 세비와는 별도다. 홍보물 인쇄비 1천200만 원, 우편 요금 755만 원, 문자 발송비 700만 원, 차량 유지비 430만 원, 차량 유류비 1천300만 원, 야근 식대 연간 770만 원, 업무용 택시비 100만 원 등 항목이 많다. 설령 이런 지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매월 고정적으로 줘서는 안 된다. 이런 경비가 개별적으로 발생했을 때 영수증을 첨부해 요청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경비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매달 무조건 돈을 준다.

— 왜 그들의 야근 식사비를 국민이 내야 하나.

▲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 문제는 야근해서 식사했다면 그때 영수증을 첨부해 사무처에 식사비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야근하든 말든 매달 고정적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이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 국회의원 보좌진은 많은가.

▲ 인턴 2명을 포함해 9명인데,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많다고 본다. 일본은 국회의원 1명당 보좌진이 3명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국회의원 2명당 비서가 1명이다. 이렇게 보좌진이 많은 나라는 없다.

— 국회의원들은 입법 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 이 정도의 보좌진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 보좌진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북유럽 국가들의 의회 생산성은 한국보다 훨씬 높다. 한국은 박사급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있는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많은 보좌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악청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악청사

[촬영 안철수]

— 보좌진들이 입법 활동을 열심히 지원하나.

▲ 그렇지 않다. 평소에 보좌진 중 1명은 수행비서처럼 따라다닌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이 서울 종로에서 누군가와 식사하는데, 공무원인 보좌진이 왜 따라가서 대기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다른 공무원(9급) 보좌진은 승용차 기사 노릇을 한다. 선거철이 되면 의원회관이 텅텅 빈다. 보좌진 9명 가운데 1∼2명 빼고 전원이 지역구에 내려가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전원이 지역구에 가서 선거운동을 한다. 이건 불법이다.

— 왜 불법인가.

▲ 국회의원 보좌진은 공무원이다. 공직선거법상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물론, 정치적으로는 자기가 모시는 국회의원을 지지하겠지만, 선거운동을 한다면 중립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다.

— 이런 불법 현상에 대한 당국의 대응은 없나.

▲ 지역구의 경쟁자들도 이게 불법인 줄 안다. 선관위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신고하거나 조사하지 않는다. 관행처럼 돼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언론도 이런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어서 기사로 다루지 않는다. 언론을 포함한 지식인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이렇게 된 데에는 그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 촉구
국회의원 특권 폐지 촉구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2023년 7월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국회의원 특권폐지 촉구 집회에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혜”를 표시한 과녁판이 세워져 있다. 2023.7.17 utzza@yna.co.kr

— 국회의원의 의원실 규모는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는데.

▲ 의원실의 규모는 45평이다. 10여 년 전에 두 배로 커진 것이다. 의원 개인 방이 따로 있고, 의원실마다 화장실도 있다. 침대를 갖다 놓고 자는 곳도 있다. 유럽의 국회의원들은 의원실이 없는 경우도 있고, 작은 공간을 의원 3~4명이 나눠 쓰기도 한다.

— 의원실마다 화장실이 있는 것도 문제인가.

▲ 의원실마다 화장실이 별도로 있을 필요가 없다. 보통의 건물이 그러하듯이 층마다 있는 공동 화장실을 이용하면 된다. 의원실을 럭셔리하게 만들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 국회의원들은 의원회관 내에 있는 내과, 치과, 한의원을 공짜로 사용하나.

▲ 의원의 가족까지 공짜다. 의원과 가족이 왜 이런 병원 시설을 공짜로 이용하도록 했는지 알 수 없다. 다른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의원회관 내에 있는 이발소, 헬스장, 사우나도 공짜인가.

▲ 이것도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의원회관에 헬스장을 왜 설치해놓는가?. 왜 국민이 국회의원 이발비도 대줘야 하나?. 이해할 수 없는 게 한둘이 아니다.

국회 고성연구원
국회 고성연구원

[자료사진]

— 강원도에 국회의원 리조트가 있다고 하던데.

▲ 강원도 고성 바닷가에는 리조트 성격이 강한 고성연수원이 있다. 이 연수원은 국회의원 본인 외에도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조부모, 손자녀), 본인과 배우자의 형제자매까지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은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

— 국회의원들이 해외에 나가면 한국 공관이 대접을 잘한다고 하는데.

▲ 특히 실세 의원이나 중진 의원이 외국에 가면 한국 대사관 등으로부터 칙사 대접을 받는다. 공관원이 공항으로 마중 가고, 되돌아간다고 하면 배웅한다. 오찬과 만찬 두 번을 주최하는 등 파티를 열어주고, 자동차를 지원하며, 통역사를 구해주고, 숙소를 예약해준다.

— 대사관이 할 일이 많을 듯한데, 왜 그런 일을 하나.

▲ 해당 의원이 소홀한 대접을 받고 귀국하면 외무부 장관에게 트집을 잡는다. 당연히 그 외무장관은 대사한테 뭐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해외공관은 알아서 잘하려 한다. 물론, 공관에 있는 외교 공무원들이 나름대로 국회의원에게 로비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장기표 대표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장기표 대표

[촬영 홍지희]

— 특권폐지정당을 추진 중인데, 이름이 어색하지 않은가.

▲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특권폐지에 집중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그렇게 정하기로 했다.

— 창당 작업은 언제 마무리되나.

▲ 지난달 23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었고, 다음 달 초에는 발족할 것이다.

— 4월 총선에서 의석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나.

▲ 유권자들이 특권폐지를 핵심 목표로 하는 우리 정당에 투표해줄 것이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하면 우리가 10% 이상의 득표를 할 경우에 5명의 의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 5명의 국회의원으로 특권폐지를 이룰 수 있나.

▲ 우리 5명의 국회의원은 자전거를 타고 출근할 것이다. 세비 1억5천500만 원 가운데 1억 원은 반납할 것이다. 보좌진 9명 중 3명만 고용할 것이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의 포기는 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 이렇게 시작하면 다른 당들도 따라올 것이고, 정치개혁이 시작될 것이다.

(취재지원 홍지희 인턴기자)

keunyoung@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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