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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을 바보로 만들어” 논란 불거진 ‘고려 거란 전쟁’, KBS 사극마저 흔들리나[TEN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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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년(고려 목종 12년, 현종 즉위년)에서 1019년(고려 현종 10년)의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인기리에 방영 중이던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연출 전우성, 김한솔)이 원작 및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의 이야기를 다룬 ‘고려 거란 전쟁’은 이전까지 열렬한 지지를 받았지만, 최근들어 시청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삐져나오고 있다. 애초에 픽션 사극이 아닌 역사적 사실을 최대한 고증해야 하는 대하사극인만큼 이번 논란은 ‘고려 거란 전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드라마의 원작자, 역사 소설 ‘고려 거란 전쟁’의 작가인 길승수 소설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16화 양규의 전사 이후 원작 내용’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재했다. 그가 지적하고 있는 에피소드는 지난 13일과 14일에 방송된 ‘고려 거란 전쟁’ 17화와 18화다. 해당 글에는 자신이 “KBS 원작 계약은 출간된 ‘고려거란전쟁: 고려의 영웅들’뿐만 아니라 지금 쓰고 있는 ‘고려거란전쟁: 구주대첩'”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려거란전쟁: 구주대첩’은 400페이지 정도 KBS에 제공되었으며, 양규 사망 후 전후 복구 부분을 담은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길승수 작가는 원작 내용을 언급하며 “하공진이 거란군에 의해 북쪽으로 끌려가며, 서경의 건재와 양규의 분진을 보고 고려로 반드시 돌아올 것을 다짐한다”라며 “이때까지 현종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는데 양규의 이야기를 듣고 각성한다. 앞으로 한탄 따위는 하지 않고 나라와 백성을 위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현종을 호종하던 신하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또한, “1011년 8월, 동여진족들이 배를 이용해 경주를 급습한다. 이에 현종은 강감찬을 경주로 급파하고, 강감찬은 동북면과 연관을 맺으며 군사 경력을 쌓기 시작한다. 채충순, 김은부 등이 거란에 사신으로 가서 외교전을 벌인다. 현종의 지방제도 정비도 나오는데, 드라마처럼 심한 갈등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당연히 18화에 묘사된 현종의 낙마는 원작 내용 중에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길승수 작가가 말한 원작 내용 및 역사적 사실이 다른 지점들은 어디일까.

1) 원작 및 역사적 사실이 드라마와 다른 이유 / 대본 작가 교체 이슈

한 네티즌은 “원작이 있는 경우에는 (원작자님과 같은) 원작자까지 여러 사람으로 구성된 제작진과 (방송사나 제작사와 같은) 관계자들이 출연진과 함께 만드는 것 아니냐”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했고 길승수 작가는 “대본 작가가 교체된 다음에는, 전투신 외에는 제 자문받지 않아서 내부 사정을 정확히 모른다. 대본이 급하게 나오고 있고, 수정 작업할 시간이 매우 촉박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자문도 충분히 받고 대본을 썼어야 했는데 숙지가 충분히 안 되었다고 본다. 대본 작가가 교체된 다음에는 전투신 외에는 제 자문을 받지 않아서 내부 사정을 정확히 모른다. 대본 작가가 일부러 원작을 피해 자기 작품을 쓰려고 하는 것이 보인다. 원작을 피하려다 보니 그 안에 있는 역사까지 피해서 쓰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사람이 공영방송 KBS의 대하사극을 쓴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2) 18화에서 그려진 현종의 낙마 사고

지난 14일 방송된 ‘고려 거란 전쟁’ 18회에서는 현종(김동준)의 낙마 사고 장면이 그려졌다. 앞서 강감찬은 김은부를 향한 탄핵 상소를 올렸고,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에 현종은 분노했다. 이후, 현종은 강감찬에게 “당장 개경을 떠나시오.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시오”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강감찬의 집을 빠져나와 말을 타고 달리던 도중, 현종은 낙마해 피를 흘리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해당 장면에 대해 “낙마사고 보고 너무 황당해서 실제 역사인가 찾아봤다”라고 말했고, 길승수 작가는 “전작 태종 이방원에서 말 때문에 그 고생을 했는데, 또 낙마라니”라며 사실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3) 양규 장군의 죽음 이후, 깊어진 강감찬과 현종의 갈등

양규 장군의 죽음 이후, 강감찬(최수종) 장군과 현종의 갈등 골은 깊어지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극 중에서 김은부(조승연)는 공주 절도사로 재임하던 시절, 호장들의 자식들을 증발에서 빼돌리는 중죄를 지었고 강감찬은 그의 파직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종은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 강감찬에게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으며,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강감찬은 멈추지 않고 주장했다. 이에 현종은 모든 신하가 보는 앞에서 강감찬에게 파직을 명하면서 갈등이 지속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한 네티즌은 “강감찬과 현종의 트러블은 언제까지 나올 것으로 보이냐”라고 물었고, 길승수 작가는 “전혀 예측이 안 된다. 16화까지는 역사와 원작의 틀 안에서라도 움직였는데. 한국 역사상 가장 명군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현종)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역사적 고증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과 흥미진진하다는 입장으로 시청자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 지난 몇 년간 지속된 KBS의 위기를 전복한 ‘고려 거란 전쟁’의 논란이 지닌 의미

최근 몇 년간 KBS는 이렇다 할 드라마나 예능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지만, 공영방송 50주년 특별기획 대하사극으로 나온 ‘고려 거란 전쟁’으로 이전의 명성을 다시금 되찾는 듯했다. 2004년 ‘불멸의 이순신’, 2007년 ‘대조영’, 2014년 ‘정도전’ 등으로 꾸준히 사료를 바탕으로 역사적 고증을 하는 이른바 ‘정통 사극’을 만들어왔던, KBS의 장기를 다시금 되살린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고려 거란 전쟁’의 논란으로 KBS는 어떤 식으로 위기를 타파할지 주목된다.

사실 KBS드라마의 ‘위기’라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계속해서 안방극장을 채웠던 월화드라마와 수목드라마가 계속해서 부진한 성적표를 냈고, 2023년 한 해만 하더라도 KBS2 월화드라마 ‘혼례대첩’, ‘순정복서’, ‘가슴이 뛴다’ 등의 작품이 화제성이나 평가면에서도 저조했다. 수목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시청률이 1%로 미치지 못하던 저조한 결과로 인해 2022년 ‘진검승부’ 이후에 수목드라마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예능 역시 마찬가지다. 2018년부터 방송 중이던 ‘옥탑방의 문제아들’과 2022년부터 방영되던 ‘홍김동전’이 모두 폐지 결정을 받았다. 두 프로그램은 각각 1월 17일과 18일을 마지막으로 종영됐다. 모두 시청률은 낮더라도 마니아층이 있던 프로그램으로, 특히 ‘홍김동전’의 폐지 소식 이후, KBS 시청자 청원에는 폐지를 반대하는 청원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KBS 측은 ‘홍김동전’의 폐지에 대해 “단순히 시청률뿐만이 아닌 수신료 분리 징수 등으로 어려워진 공사의 재정 상황을 비롯한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고려 거란 전쟁’의 논란을 둘러싼, KBS의 행보를 주목해볼 때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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