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단절·긴장고조 속 공조방안 논의…북러 군사협력엔 “막다른 길” 지적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김지연 기자 = 연초 북한의 한반도 긴장 조성 행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가 18일 서울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인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정 박 미국 국무부 대북고위관리, 나마즈 히로유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3자 협의를 가졌다.
이들은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응한 3국 차원의 공조 방안을 조율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북한은 대남정책 기조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전환하고 ‘전쟁 시 대한민국 완전 점령’을 포함하는 헌법 개정을 예고하는 등 공세적 언행으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건 본부장은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나, 북한은 역주행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내부 결속을 위해 긴장을 조성하고 있으며, 최근 대남기구 폐지 계획을 발표하고 한미에 책임을 전가하는 낡은 전술도 고수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판 쇄국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러한 시대착오적 시도는 스스로를 해치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 박 대북고위관리는 “미국은 최근 한국에 대한 북한의 적대적 언사가 증가하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이러한 언사는 불필요하게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일 3국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15∼17일 방러 등 최근 북러관계 동향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북러 군사협력을 저지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를 강화할 방안 등도 모색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 외무상 방러를 통해 대러 군사협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답방 논의를 한층 진척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김건 본부장은 “김정은은 러시아와의 불법적 군사협력에 기대를 걸고 있을 수도 있지만 이는 북한을 막다른 길로 이끌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국제 규칙과 규범의 노골적 위반자라는 평판만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마즈 국장은 러시아가 지난해부터 북한 탄도미사일을 구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수 차례 사용했다고 지적한 뒤 “이러한 무기 수출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무엇을 제공할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박도 북한의 대러 탄도미사일 등 무기 이전을 비롯해 핵미사일 개발, 악의적 사이버 활동, 자국민 인권침해 등을 언급한 뒤 “이 모든 건 우리의 관심과 공조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거듭 밝혔듯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며 “어떤 전제조건도 없이 북한과 만나 모든 상호관심사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촉구했다.
한미일은 불법 사이버 활동, 해외 노동자 파견, 해상 환적 등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3자 협의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김 본부장과 정 박 대북고위관리 간의 한미 양자 협의가 진행됐다.
한미는 양자 협의에서 북한이 인위적 긴장 조성 언동과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외교를 통한 비핵화의 길로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정 박이 미국의 북핵 수석대표로 한일과의 대면 협의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 김 전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지난해 말 은퇴한 뒤 부대표이던 정 박이 ‘대북고위관리’라는 새로운 직함으로 그의 직무를 이어받아 국무부의 대북정책을 이끌게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대사를 역임한 성 김 전 대표의 후임으로 국무부 부차관보급인 정 박이 임명된 건 미국 정부에서 북한 문제의 비중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정 박은 이날 모두발언 서두에 “역내 및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북한 위협은 미국에 매우 우려스러운 문제(an issue of extraordinarily high concern)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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