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들이 KBS를 방문해 혐의 사실과 동떨어진 배우 이선균씨의 사생활을 공개한 기사를 삭제하라는 성명서를 전달했다. 문화예술인들은 경찰청과 국회에도 성명서를 전달하며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문화예술인 인권보호를 위한 법령 제정 및 개정을 촉구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는 18일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지난 15일 KBS와 경찰청, 국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성명서 전달은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 고영재, 영화수입배급사협회 대표 정상진,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소속 BA엔터테인먼트 대표 장원석이 맡았다.
연대회의는 KBS에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경찰청엔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 국회의장에겐 문화예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제정 및 개정 등을 요구했다. 연대회의는 “성명서에 명시한 요구를 관철시킬 연대회의를 정식으로 발족하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문화예술인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 영화감독 봉준호, 가수 윤종신 등 문화예술인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이선균씨 죽음에 책임 있는 언론이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를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혐의사실과 동떨어진 이선균씨와 유흥업소 직원의 통화내용을 공개한 KBS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문화예술인들은 고인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은 없었는지 등 경찰의 수사 및 보안 과정을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형사사건 공개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관련 법 제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 이선균씨는 지난달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마약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10월19일 경기신문의 <톱스타 L씨, 마약 혐의로 내사 중> 단독보도 이후 이선균씨의 마약 투약 혐의는 끝내 입증되지 않았고, 다음달인 11월24일 KBS는 이선균씨와 유흥업소 직원의 통화내용을 공개하면서 사안은 유명연예인의 사생활 문제로 변질됐다. 고인이 사망한 날 TV조선은 <[단독] “이것 밖에 방법이 없어”…‘거짓말 조사’ 자청> 리포트에서 유족 반대에도 고인의 유서를 공개했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했다.
MBC <실화탐사대>는 지난해 11월(현재는 삭제 상태) ‘배우 이선균 마약 스캔들’이란 제목으로 유흥업소 실장과 해커의 대화내역 등을 단독보도했다. 고인의 사망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26일 JTBC는 <이선균 “빨대 이용해 코로 흡입했지만, 수면제로 알았다” 진술>이란 단독 보도에서 재차 이선균씨의 마약투약 주장을 전했고 같은 날 유튜버 가로세로연구소는 유흥업소 실장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고인의 사망 후에도 ‘이선균 협박범’을 키워드로 한 언론보도는 계속되고 있다.
연대회의엔 한국영화평론가협회가 추가 연명 의사를 밝혀 현재 총 30개의 문화예술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성명엔 감독 박찬욱, 배우 윤여정, 송강호, 황정민 등 17일 기준 2831명의 개인이 동참했다. 지난 12일 기자회견 당시 발표한 2000여 명에서 증가한 숫자다.
한편 KBS는 지난 12일 자사를 향한 문화예술인들의 비판에 “보도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다각적 취재와 검증 과정을 거쳤으며 관련 내용은 최대한 절제된 것”이라며 “사용된 녹취는 혐의 사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관련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었기에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또 “관련 보도 시점은 고인이 사망하기 한 달여 전으로 이를 사망 배경과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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