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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빠르게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꺾이면서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두 달 반 만에 1344원을 넘어서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4원 오른 1344.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1일(1357.3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6.2원 오른 1338원으로 출발했다가 오후 들어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되면서 장중 한때 1346.6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이틀을 제외하고 매일 상승하더니 불과 보름 만에 지난해 말(1288원) 대비 56.2원이나 높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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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바뀔 때마다 크게 출렁이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했다”고 발언한 후 환율은 1280~129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올 들어 연준 내 주요 인사들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인하 기대가 꺾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날 환율이 10원 넘게 급등한 것도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 없다”고 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누적되는 점도 원화 가치를 흔드는 요인이다.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위협하자 미국이 공격에 나서는 등 중동 지역의 불안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북한도 올 들어 북방한계선(NLL) 인근으로 포병 사격을 하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 강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양안 갈등, 외국인 주식 순매도, 엔·달러 환율 상승 등 원화 약세 요인이 쏟아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4분기 실적 쇼크 등으로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원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며 “환율 하락 호재가 전무한 가운데 악재가 누적되면서 환율을 반등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환율 변동성은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중동 확전이나 중국 경기 침체 심화 등이 불거지면 안전자산 선호가 커져 강달러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화는 연준의 금리 인하 등을 반영해 계단식 하향 흐름을 보이겠으나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하 불확실성 등으로 소폭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1분기 중 미 단기자금 시장에서 유동성 우려가 발생하면 달러 상방 위험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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