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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번진 파산 그림자…고금리·경기침체에 기업들 줄줄이 위기 [2024구조조정의 시간]

이투데이 조회수  

지난해 미국 파산 신청 전년 대비 18% 증가
2년 넘게 유지된 고금리에 차입 부담 가중
중국 중즈그룹, 부동산 침체 여파에 파산신청
독일 등 유럽도 파산 건수 기록적으로 늘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에서 2006년 7월 18일 시민들이 파산을 선언하고 지면 발행을 중단한 산타바바라뉴스프레스를 구제해 달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후 수년간의 노력에도 산타바바라뉴스프레스는 다시 파산을 신청했고 지난해 7월 21일 온라인판 발행까지 중단했다. 산타바바라(미국)/AP뉴시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이 결정된 가운데 파산 그림자가 전 세계 기업들에 드리우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에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줄줄이 위기를 겪는 상황이다.

파산 데이터 제공업체 에픽AACCER에 따르면 미국 파산 신청 건수는 2022년 37만8390건에서 지난해 44만5186건으로 18% 증가했다.

특히 파산법 ‘챕터11’과 관련한 구조조정 신청은 3819건에서 6569건으로 72% 폭증했다. 챕터11은 기업 청산을 의미하는 챕터7과 달리 파산법원 감독하에 회생 가능성을 살피는 제도다. 국내에선 법정관리가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미국 파산법 ‘챕터11’에 따른 구조조정 신청 건수 추이. 지난해 6569건. 출처 에픽AACCER 보고서

파산보호를 신청한 기업들 대부분 2년 넘게 유지된 고금리 여파로 차입 부담에 시달리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아직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있는 만큼 부담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마이클 헌터 에픽AACCER 부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부양책의 고갈과 금리 상승, 자금 조달 비용 증가 등을 고려할 때 파산 보호를 원하는 기업 수가 올해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기업도 크게 늘었다. S&P글로벌레이팅스는 지난해 디폴트에 빠진 미국 기업은 총 153곳으로, 전년 대비 8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했던 2020년을 제외하면 7년 만의 최고치다.

중국에선 내수 부진과 경기침체 속에 이달 대표 그림자금융인 중즈그룹이 파산을 신청했다. CNBC방송에 따르면 베이징 제1 중급인민법원은 성명에서 “중즈는 부채 상환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며 상환할 자산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파산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림자금융은 당국의 엄격한 규제에서 벗어난 비은행 금융기관을 일컫는 말로, 중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중즈를 비롯한 주요 기관들은 대규모 부동산 개발업체에 자금을 지원해 왔는데, 최근 몇 년간 헝다와 비구이위안 등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자 부동산 위기가 금융 위기로 확산하는 상황이다.

유럽 산업별 파산 추이. 2019년 4분기=100 지수화. 맨 처음부터 순서대로 전체 /산업 /건설 /무역 /교통 /병원 /IT /전문직종 /교육·건강.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에선 지난해 1~10월 기업 파산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1~9월 유럽연합(EU) 파산은 13% 증가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기간 정부 지원으로 살아남았던 좀비 기업들의 붕괴와 금리 인상이 이러한 추세를 부채질했다”며 “뿐만 아니라 운송업을 비롯해 에너지 집약적 산업에서의 높아진 에너지 비용도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 파산 건수. 단위 만건. 2023년 8690건.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도 파산이 늘고 있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부채 총액 1000만 엔(약 9095만 원)인 기업 중 파산한 곳이 전년 대비 35% 증가한 8690개사로 코로나19 사태 직전 수준을 웃돌았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코로나 대책 종료에 따른 기업 실질 무이자·무담보 대출 상환 본격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일본은행(BOJ)이 올해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하면 파산 기업 증가세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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