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방송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에서는 고(故) 이선균의 마지막 70일을 되짚었다. ‘PD수첩’이 주로 꼬집은 것은 ‘피의 사실 공표’와 ‘경찰의 실적 쌓기’ 문제였다.
이날 방송에는 고 이선균이 관련됐던 마약 파문의 최초 신고자 A씨가 출연해 “여자친구 때문에 신고했는데, 이선균과 김씨 쪽으로 타깃이 돌아갔다”고 털어놨다. 김씨(30·여·구속)는 유흥업소 실장으로, 해당 마약 파문의 핵심에 있는 인물이다.방송은 이선균이 입건된 경위와 수사를 받은 과정에 대해 다뤘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가 마약 혐의로 김씨를 처음 조사한 것은 지난해 10월 19일, 신문 종료 시각은 이날 오후 2시19분경이었다. 이로부터 불과 3시간이 지나지 않은 오후 5시17분경, 이선균의 마약 혐의 내사 사실이 최초 보도됐다. 이후 이선균의 실명이 특정됐다. 입건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의 사실이 공표된 것이다. 이와 관련 방송에 출연한 백민 변호사는 “이 사건은 입건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자 진술이 언론에 알려졌다.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잘못된 수사 방향에 대해서도 짚었다. 경찰은 김씨의 진술을 근거로 이선균을 입건했으며, 11차례의 피의자 신문에서 이선균의 이름을 196차례 언급했을 만큼 이선균의 혐의 입증에 집중했다. 나아가 이선균은 소변 간이 검사, 모발, 체모 정밀 검사에서 음성 판정받아 사실상 수사 동력을 잃었음에도 경찰은 수사를 계속 이어가 강압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다.일각에서는 경찰이 이선균의 사건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지드래곤의 불송치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우석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배상훈 교수는 “지드래곤이 불송치되면서 경찰 입장에서는 난감했을 거다. 지드래곤이라는 진짜 스타를 수사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마약 수사 검사 출신 배한진 변호사도 “같이 수사선상에 올랐던 권지용이 불송치가 나와 압박이 됐을 거다. 과잉 수사로 비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경찰의 수사에 대해서도 짚었다. 이선균은 3차례 경찰 소환 동안 매번 포토라인에 세워졌다. 이선균은 변호사를 통해 ‘지하 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출석’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백민 변호사는 “원래 수사는 기밀로 해야 정상이다. 보여주기 수사를 하는 이유는 여론을 통해서 수사 당사자를 압박하기 위함이라 생각한다”며 “수사기관 내부에 부족한 증거를 여론몰이해 이 사람은 범죄자가 맞다는 낙인을 찍고 자백하게끔 만들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마산동부경찰서 류근창 경감은 “검찰 조사를 받다가 세상을 떠난 분들이 되게 많았다. 10년 사이에 90명 가까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거 보면서 너무했다고 했는데 경찰 수사도 과거 검찰 수사를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며 “한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서 힘들게 하는 그런 경우가 없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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