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한국 투자기관들이 미국 부동산 시장 부실화로 에너지와 인프라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막대한 투자 손실로 인해 당분간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스펜서 박 밀뱅크(Milbank) 서울사무소 특별 고문은 17일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문 금융투자 경제지 아시안 인베스터(Asian Investor)와 인터뷰에서 “한국 투자기관들은 인프라와 에너지 관련 투자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며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이를 재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스펜서 박은 최근 한국의 한 자산운용사를 대리해 미국 텍사스에 배터리 에너지 저장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아시안 인베스터는 이미 올초 한국 투자기관들이 주식 투자 손실과 연장 대출 채무 불이행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는 2029년까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복귀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MSCI 리얼 에셋(MSCI Real Asset)에 따르면 한국 투자기관들은 지난 2022년 미국 부동산 시장에 17억 달러(약 2조2783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2023년엔 4억2000만 달러(약 5628억원)를 투자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39억 달러(약 18조6287억원)를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급감한 셈이다.
벤 차우 MSCI 리얼 에셋 아시아 부동산 리서치 책임자는 “지난해 한국 자산운용사가 외국인 투자를 한 사례는 미래에셋 인도 법인이 인도 창고 2곳을 인수한 것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 투자기관들의 대체자산 투자 수요는 여전히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전체 포트폴리오의 12% 미만을 차지하는 사모펀드, 인프라, 부동산 등 대체투자 비중을 내년까지 12%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의 이 같은 계획이 다른 투자기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대체적이 시각이다. 국민연금공단이 한국 투자 시장의 리더인 만큼 다른 투자기관들도 이를 따를 것이란 관측이다.
벤 차우는 “국민연금공단의 운용자산은 향후 3~4년 동안 1조 달러(약 1339조원)를 넘어설 것”이라며 “국민연금공단의 전략적 방향은 글로벌 익스포저를 확대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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