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당서 ‘한동훈·원희룡’ 두 손 번쩍
韓 향해 “우리 희망” 元 향해 “원합니다”
‘이재명 지역구’ 사수? 親민주 유튜버 결집
‘의원 수 축소’, ‘계양 출마’에 뜨거운 함성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서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을 제일 먼저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돌덩이 하나가 자기만 살려고 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제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원희룡 전 국토 교통부 장관)
대권 잠룡 두 명이 한낱 한시에 뜨는 건 흔치 않은 광경이다. 이를 반영하듯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가 열린 16일 인천 계양구의 한 호텔은 떠나갈 듯한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환호성의 주인공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 교통부 장관. 두 사람은 단상 위에서 백허그 퍼포먼스까지 선보이며 신년회장을 뜨겁게 달구는데 일조했다.
다른 지역 신년인사회보다 이날 환호성이 더 컸던 이유는 위치가 ‘인천광역시 계양구’였기 때문이다. 인천 계양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현 지역구다. 이 대표가 들어오기 전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내리 5선을 성공한 사실상 민주당의 텃밭이다. 민주당의 안방으로 상륙하는 작전을 펼치는 입장인 만큼 국민의힘 당원들은 열과 성을 다해 지지구호를 외쳐댔다.
계양이 민주당의 안방이란 점은 행사가 열리는 호텔에서 350m 떨어진 작전역 4번 출구에서부터 알 수 있었다. 한 위원장과 원 전 장관이 호텔을 찾기로 한 시각인 오전 10시보다 2시간 가량 이른 8시 30분부터 친(親)민주당 성향의 유튜버는 “김건희를 구속하라”고 외쳐 대고 있었다. 행사장으로 향하기 위해 지하철 역에서 올라오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받아치면서 한때 양측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행사가 열리는 호텔 앞은 더 큰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친민주 성향 유튜버들은 호텔 앞에 진을 치고 “한동훈 감옥가자” “직상 상사 와이프랑 왜 카톡했냐” “틀딱들 알바비 받아서 모여봐야 아무 소용 업다” 등을 외쳤다. 경찰들이 주변을 정리하기 위해 진땀을 뺐을 정도였다. 다행히 무력 충돌과 같은 소요는 벌어지지 않았다.
행사장 안은 한 위원장과 원 전 장관을 보기 위해 모인 당원들로 가득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계양구는 원희룡이를 원합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 있기도 했다. 원 전 장관이 이 대표의 대항마로 계양을에 공천될 것이란 소식이 돌았기 때문이다. 다른 지지자들은 한 위원장을 향해 “우리의 희망”이라는 칭호를 써가며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시간에 맞춰 행사장에 들어온 한 위원장과 원 전 장관은 당원들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먼저 단상 위에 오른 한 위원장은 “이곳 인천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곳이다. 우리 자랑스러운 인천은 제물포를 중심 한적한 곳이었던 곳을 천지개벽 수준의 국제도시로 만들어냈다”며 “첨단기술 집약체인 인천국제공항과 신도시의 발전은 이 나라의 자부심이다. 자유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인천상륙작전 현장인 인천, 저와 우리 당은 인천과 동료시민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 위원장이 “오늘 정치의식이 높기로 소문난 인천에서 우리의 네 번째 약속 말씀을 드리겠다. 국민 여러분께 여쭤보겠다. 지금 국회의원 수 300명이 적정한지 아니면 줄여야 되는가”라며 “사실 우리는 국민들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답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안을 제일 먼저 통과시키겠다”고 발언했을 때 지지자들의 환호성은 몇 단계나 더 커졌다.
또 한 위원장이 “이재명 대표가 출몰하는 곳에서 승리하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우리 국민의힘에는 이 대표가 출마하는 지역이라면 호남이든 영남이든 인천이든 충청이든 어디든 가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고 싶어 하는 후보들 많이 있다”며 “그 중 한 분이 여기있다. 설명 필요 없는 우리의 원희룡이다”라고 소개하고 원 전 장관이 무대 위로 올랐을 때 현장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연단 위에 선 원 전 장관은 “우리 정치가 꽉 막혀 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돌덩이 하나가 자기만 살려고 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 돌덩이가 누군지 여러분은 아시지 않나. 제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고 강조했을 때도 큰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원 전 장관 자신이 ‘이 대표 대항마’로 계양을 지역구에서 승리하겠다는 다짐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원 전 장관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돌덩이를 법원의 손으로 정리하는 길은 시간도 많이 걸렸고, 국가적 피해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다가오는 선거에서 수준 높은 국민의 손으로 정리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의 할 일”이라며 “국회를 자기가 살기 위한 방탄막이로 만드는 야당의 책임자가 발을 디딘 곳이라면 돌덩이를 치우러 어디든 가겠다”고 재차 ‘명룡대전’ 성사 가능성을 높였다.
한 위원장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을 향해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수용을 재차 압박하며 “구질구질 하지 말고 (불체포 특권 포기 동의를)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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