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 건설사가 지방에 분양하는 아파트의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건설사 자금난이 부각되면서 청약 시장에도 옥석가리기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낮은 청약 경쟁률은 악성 미분양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고, 중소건설사의 자금난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8~10일 청약 접수를 진행한 충북 제천 ‘신백 선광로즈웰(선광건설 시공)’은 209가구 모집에 단 2명만 신청했다.
만송종합건설(시공능력평가 685위)이 경북 울진군에 공급하는 후분양 단지 ‘후포 라온하이츠’는 지난 8~9일 60가구를 모집하는 1·2순위 청약에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2~4일 청약한 부산 보해 썬시티 리버파크(보해토건·도아종합건설)의 경우 208가구 모집에 17가구만 접수해 0.08대 1의 경쟁률로 미달됐다.
이달 들어 지방에서 분양에 나선 6개 단지 중 절반인 3곳이 청약 경쟁률 1을 밑돌았다. 지난달 지방에서 청약 진행한 17곳 중에선 미달된 곳이 9곳에 달했다.
이처럼 저조한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게 되면 향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 물량으로 이어질 우려도 높아진다. 국토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준공후 미분양은 지난해 1월 7546가구에서 11월 1만465가구로 39% 늘었다. 전국 준공후 미분양의 80%에 해당하는 8376가구가 지방에 분포돼 있다.
특히 자금여력이 부족한 지방 중소건설사의 경우 분양이 안 돼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자금난이 가속화되면서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부도가 난 종합·전문건설업체 총 21곳 중 지방 건설사는 14곳에 달했을 정도다. 부도 처리된 종합건설사 9곳은 모두 지방 건설사로 부산과 전남이 각각 2곳, 충남·경북·경남·광주·제주가 각 1곳이었다.
자금난을 겪다가 지난달 부도 처리 된 종합건설사 3곳도 모두 지방 건설사다. 시공능력평가 전국 285위인 경남 중견건설사 남명건설을 비롯해 광주 중견사 해광건설, 제주 중소건설사 현담종합건설이다. 새해 들어서도 울산 대원개발과 제주 성우이앤씨 등 지방 전문건설업체 두 곳이 부도 처리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청약시장 양극화가 더 심화하며 지방 중소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금융당국에서 사업성 떨어지는 부실 PF 사업장 정리 기조를 밝혔는데 PF 위기가 극심한 건설사 현장은 대부분 지방 사업장”이라며 “수요자들이 지방에 중소 건설사들이 짓는 아파트를 외면하는 것도 당연한 상황이다. 올 한 해 서울을 제외한 지방, 수도권 외곽 사업장에선 미분양이 속출하며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한편 정부가 최근 지방 준공후미분양 주택 구입 시 세제감면, 주택 수 제외 등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준공후 미분양 외 지방의 모든 미분양 아파트와 비아파트를 대상으로 분양가 할인, 취득세 감면, 양도세 면제 및 주택 수 제외 등 파격적 혜택을 줘서 지방 미분양을 빠르게 소진해줘야 하는데, 이번 대책도 소극적 대처에 그쳐 PF 위기 극복 효과는 제한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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