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주의’ 여신 한 해에만 4000억 넘게 증가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에 부실 확대 가능성
국내 지방은행이 가계와 기업에 내준 대출에서 발생한 잠재부실 규모가 지난 한 해 동안에만 4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부실이 확대되고 있어 우려가 커진다.
특히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되면서 부실이 추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들 은행은 앞으로도 건전성 관리에 방점을 둔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제주 등 6개 지방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요주의 여신 잔액은 1조62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3%(4152억원)나 늘었다. 지난 2022년 3분기 말에는 전년 동기 대비 13.1%(1821억원)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가팔라진 모습이다.
은행들은 대출채권 상태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구분한다. 이중 요주의 여신은 1~3개월가량 연체돼 고정이하여신으로 잡히기 전 단계에 놓여 있어 부실화 가능성이 큰 채권으로 볼 수 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전북은행의 요주의 여신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31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7% 늘어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광주은행(1188억원·48.4%) ▲제주은행(538억원·36.9%) ▲경남은행(2832억원·36.7%) ▲대구은행(4903억원·34.3%) ▲부산은행(3610억원·17.9%) 등으로 일제히 증가했다.
이처럼 잠재부실 규모가 커지는 배경에는 고금리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지난해 2월 이후 8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여전히 대출자들이 감당하기엔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이에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이 치솟았다. 경기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소상공인·중소기업들의 매출이 감소해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지방은행들은 부실화된 채권을 장부에서 지워내며 건전성 관리에 주력하고 있지만, 잠재부실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불안감이 높아진다. 실제 6개 지방은행이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부실채권을 손실 처리한 규모는 7599억원으로 1년 전보다 78.5%(3343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한 대출 원금·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지난해 9월부터 종료된 점도 우려를 가중하는 요인이다. 금융지원 대상자들이 분할 상환을 시작한 것인데, 그동안 금리가 급격히 올랐던 만큼 당장 지난해 4분기부터 잠재부실이 확대됐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금리가 급격하게 올랐고, 지역 경제는 수도권보다 상황이 좋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며 “리스크 관리를 통한 안정적 성장이 중요한 시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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