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준공 30년 이상 재건축 단지 안전진단 통과 기준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정부는 안전진단 평가 기준 가운데 노후도와 주거 환경 등의 비중을 현행 30% 수준보다 더 높여 낡은 아파트가 재건축으로 직행할 수 있도록 개편할 전망이다. 학계에선 지자체별로 안전진단 기준을 달리 적용하고, 내진설계 여부와 지질기반 조사를 반영해 새 기준을 만들자는 의견도 나온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노후도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앞서 간담회에서 “집은 일상에서 필요한 행위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지금 기준은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지만 본다”며 “콘크리트가 튼튼하다고 계속 살라고 하는 건 문제다. 생활 제반 요소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그 구성요소를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진단 관련 기준의 가중치 변경은 정부가 시행령만 바꾸면 돼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 안전진단 절차 개편은 법 개정 사항인 만큼 시행 전망이 어둡지만, 안전진단 가중치 변경은 시행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실제로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기준은 역대 정부의 정치 성향에 따라 요동쳤다. 특히 안전진단 통과의 핵심 사안인 ‘구조안전성’ 비중을 조정해 재건축 규제의 고삐로 삼았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안전진단 평가 중 구조안전성 비중은 45% 수준이었다. 이후 2006년에는 50%까지 상향됐다. 하지만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선 40%,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선 20%까지 줄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라면 쉽게 득점할 수 있는 주거환경 분야는 구조안전성 비중과 반대로 움직였다. 2006년 당시 주거환경은 10%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40% 수준으로 확 늘었다.
이런 경향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 안전진단 개편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행 기준은 구조안전성 30%(문재인 정부 당시 50%), 주거 환경 30%(15%), 설비 노후도 30%(25%), 비용편익 10%(기존 10%)로 주거 환경과 노후도 비중이 상향 조정됐다.
학계에선 부동산 시장 등락과 정권 교체 영향으로 매번 바뀌는 안전진단 평가 기준을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평가 기준을 지역 특성을 고려해 달리 적용하고, 평가 항목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진수 건국대학교 교수는 ‘재건축 안전진단 제도 개선안 연구’에서 “지역 특성을 반영해 원활한 재건축 사업 진행을 위해 안전진단 평가 기준의 항목 구성과 비율 등 결정 권한을 광역지자체장에게 위임해야 한다”며 “또 내진 성능을 평가항목에 넣고, 지질조건과 지반상태, 석면 건축자재 사용 여부 등을 평가항목에 반영해야 안전진단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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