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지난해 대형변압기 수출액이 7억 달러에 육박하며 최근 6년 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태양광, 풍력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대형변압기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영향이다. 이에 대형변압기를 만드는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의 실적 성장세도 가팔라질 전망이다.
15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변압기 수출액은 6억8341만 달러로 전년 3억8407만 달러보다 77.9% 증가했다. 이는 2017년 6억5601만 달러 이후 최대치다.
국가별로 보면 대(對)미국 수출액이 2억5797만 달러로 1위를 차지하며 전체 수출액의 37.7%를 기록했다. 이어 대사우디아라비아 1억5607만 달러(22.8%), 대호주 2664만7000달러 등으로 집계됐다.
한국산 변압기 호황은 10여 년만의 일이다. 국내외에서 수주 실적을 꾸준히 쌓아가던 국내 업체들은 2011년 미국 업체들의 제소로 반덤핑 조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수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변압기 가격이 충분히 오르면서 반덤핑 이슈도 사라지고, 미국 내 수요가 늘면서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을 맞게 됐다.
특히 미국 수출이 두드러진데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과 함께 급격히 늘어나며 전력 인프라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 코트라에 따르면 미국 내 대형 변압기 70%는 설치된 지 25년이 넘었다. 특히 러스트밸트,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등 북동부 지역 내 공장에서 활용되는 대형변압기는 수명이 40년을 초과했다.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최소 5년 이상 교체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내 변압기 업체들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증권가 집계한 효성중공업의 지난해 예상 매출액은 4조373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5.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2980억원으로 108.0% 뛴 수치다. 같은 기간 HD현대일렉트릭의 예상 실적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7203억원, 2809억원으로 집계 됐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29.0%, 111.0%씩 오른 수치다.
양사의 수주 잔고도 넉넉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HD현대일렉트릭 5조5000억원, 효성중공업 3조5000억원이다.
국내 기업의 선전은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선제적인 투자를 한 영향이 컸다. 미국의 반덤핑 이슈 당시, 한국 기업은 15~60%에 이르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현지 생산 시설 확충에 나섰다.
효성중공업은 2019년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일본 미쓰비시의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4650만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19년 미국 앨래바마 변압기 생산공장 증설을 완료한데 이어 최근 180억원을 들여 조립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올해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수주 목표를 공개하는 HD현대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수주 목표를 20억 달러로 잡으며 전년보다 25% 상향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올해 매출 전망치를 3조3020억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망치를 채운다면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분사한 뒤 처음으로 연매출 3조원대에 진입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변압기는 양산품과 달리 발주처의 전력 공사 현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제품”이라며 “이 때문에 기술 인증, 영업 등 해외 사업장 구축에 신경써 온 한국 업체들이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누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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