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새 시리즈 ‘선산’ 기획 및 각본
‘가족이란 무엇인가’ 질문 던져…”주제 강조 위해 충격적인 반전 설치”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햇병아리 시절 했던 인터뷰 기사를 얼마 전에 다시 읽었는데, ‘적당한 존중과 적당한 조롱을 받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더라고요. 딱 그대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웃음)”
영화 ‘부산행’,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등을 만들며 장르물의 외연을 확장해온 연상호 감독이 새 시리즈 ‘선산’으로 돌아온다.
작품 공개에 앞서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연 감독은 “한국적인 정서에서 출발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오는 19일 공개되는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에게서 선산을 상속받은 윤서하(김현주 분)에게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연 감독이 ‘부산행’을 선보이기에 앞서 첫 실사 영화로 고민했던 작품으로, 10여년 만에 기획 및 각본을 맡아 완성했다.
연 감독은 “한국적이면서 다른 색깔을 함께 낼 수 있는 소재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고민했는데, 하나는 시골 마을 사이비 종교였고 다른 하나는 선산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엮이면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에서 가족과 종교는 비슷한 것 같다고 느꼈다”며 “선산을 소재로 삼고, 종교적인 색채를 넣어서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긴장감을 자아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외부인 왕래도, 경제 활동도 거의 없는 작은 산골 마을 진성리를 배경으로 하는 ‘선산’은 굿판과 부적, 장례와 선산 등 곳곳에 한국적인 이미지와 정서를 심어 넣었는데, 결국은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주제 의식처럼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가족은 연 감독이 작품마다 자주 다뤄왔던 단골 소재다. 영화 ‘부산행'(2016)에서는 좀비물에 부성애를 녹여냈고, ‘지옥'(2021)에서는 부모의 사랑으로 살아남은 아기를 통해 희망을 얘기했다.
연 감독은 “제 작품들은 늘 가족이라는 개념을 다뤄왔는데, 이번에는 한층 더 깊게 들어가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좋은 작품은 보고 난 후에 그것에 대해 격렬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선산’이라는 작품이 던지고자 하는 질문을 강조하기 위해 후반부에 엄청난 반전을 숨겨두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윤서하가 마지막으로 뱉는 대사가 과연 ‘관객들에게 어떻게 들릴 것인가’가 이번 작품의 핵심적 질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질문을 만들기 위해 극단적인 설정을 더한 거예요. 사회적 통념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들이 펼쳐지는데, 한편으로는 이해 가길 바랐어요.”
1997년 애니메이션 영화 ‘D의 과대망상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막 치료를 끝낸 환자가 보는 창밖풍경’ 연출로 데뷔한 연 감독은 ‘돼지의 왕’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첫 실사 영화 작품 ‘부산행'(2016)으로 천만 관객 돌파를 달성했다.
이후에도 연 감독은 쉬지 않고 작품들을 내놓았다. 영화 ‘염력'(2018), ‘반도'(2020), ‘정이'(2023), 시리즈 ‘구해줘2′(2019), ‘방법'(2020), ‘지옥'(2021), ‘괴이'(2022) 등을 만들어왔다.
올해 넷플릭스에서 공개 예정인 작품만 ‘선산’, ‘기생수: 더 그레이’, ‘지옥 시즌2’ 등이 준비돼있다.
연 감독은 “다들 제가 엄청 바쁜 줄 아시는데 밤에 자는 시간만 10시간”이라고 웃어 보였다.
“집 앞에 작업실이 있는데, 아침에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요. 매일 아침 큰애 학교를 데려다주고 작업실에 가서 할 일이 있든 간에, 없든 간에 앉아있죠. 그러다가 5시~6시쯤에 집에 와서 애들 보다가 잡니다. 근데 집과 작업실 외에는 생활이 없어요. 언제부터인가 좁은 일상 안에만 있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영화감독, 각본가, 애니메이션 감독, 드라마 PD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연 감독은 만화가로서의 일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 ‘얼굴’을 시작으로 ‘지옥’ 시리즈(2020·2021), ‘계시록'(2022) 등을 그려왔다.
연 감독은 “영상 작업은 하다 보면 숨통이 조여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만화를 그리는 게 제게 여유를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그는 “만화는 영상 작업과 다르게 열심히 하면 (노력에 비례하는) 결과가 나온다”며 “일이 많아 보일 수 있지만, 제게 만화는 오히려 숨통을 트여주는 작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영상 작업은 남이 투자 결정을 해줘야 들어갈 수 있다 보니, 제 의지와는 다르게 은퇴해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두려움만으로 작업할 수는 없거든요.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공간을 확보하려고 만화도 그리는 거예요.”
‘기생수: 더 그레이’ 작업을 마치고 현재 ‘지옥2’ 후반부를 작업 중이라는 연 감독은 “개인적으로도 ‘지옥2’를 공개하는 게 무척 기대된다”고 웃어 보였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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