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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현(사진) OCI그룹 회장이 OCI·한미약품(128940)그룹의 통합법인은 OCI그룹 네트워크가 탄탄한 동남아시아 시장에 우선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5억 6000만 명에 달하는 인구를 가진 동남아 시장은 빠르게 증가하는 인구 성장세로 향후 중국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평가받는 지역이다.
이 회장은 14일 서울경제신문과 전화인터뷰에서 “현재로서 중국 시장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빠져 나오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곳을 메인 시장으로 가져가기는 힘들다”며 “2035년이 되면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가 한국·일본보다 더 커지기 때문에 이 시장에 더 주력을 할 수 있도록 회사를 초기 세팅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한미약품에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해 동남아 중심으로 진출시킨다는 게 이 회장의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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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영권 분쟁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을 오늘(14일) 처음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눴다”며 “23일 다시 만나 통합법인에 대한 고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임 사장은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회장의 장남인데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전격) 통합이 얼마나 서운하겠나”라고 임 사장의 상황에 공감했다.
임 사장을 이날 만난 뒤 이 회장은 곧바로 일본 도쿄로 출국했다. 23일 출장에서 복귀한다. 이 회장은 “23일 귀국 뒤 임 사장과 다시 만나 함께 할 일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면서 “통합법인에서 할 역할 등에 대한 얘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OCI가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해 아직 잘 모르다 보니 임 사장의 의견을 적극 듣고 임 사장이 통합법인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논의한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임 사장과 같은) 경험과 연륜이 있는 사람이 회사에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 12일 OCI홀딩스(010060)와 한미홀딩스는 그룹 통합을 전격 발표했다. 발표 후 임 사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한미사이언스(008930)와 OCI 발표에 대해 한미 측이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임 사장은 모친인 송영숙 회장과 여동생인 임주현 실장에게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다며 서운함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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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현 회장이 이끄는 OCI그룹은 화학 기업으로 시작해 신재생에너지와 소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기업이다. 다만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았던 태양광 사업이 중국의 가격 공세에 밀려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자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이 회장의 고민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같은 미래 산업에 대한 갈증 속에서 인수한 기업이 부광약품이었지만 새로운 산업군에서 성장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게 이 회장의 토로다.
그는 “제약·바이오라는게 굉장히 어려운 사업”이라며 “우리도 부광약품을 운영하고 있지만 굉장히 어렵더라. 진짜 프로페셔널한 팀이 필요하다고 느꼈는데 한국에서 최고 팀인 한미약품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에 감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미약품이라는 전문가 집단을 저희 회사로 모셔오게 될 텐데 가장 중요한 것은 통합(PMI)이며 앞으로 실사 과정에서 이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겠다”고 설명했다.
통합 OCI홀딩스를 출범을 앞두고 우려되는 지배구조 갈등에 대해서는 최대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의 경영 노하우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현재 양사 합병 계약에 따라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한다.
OCI홀딩스는 각 그룹별 1명씩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한다. 이 회장과 임주현 한미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게 된다. 양 그룹별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등이 완결되면 실질적으로 두 그룹이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통합된다.
이 회장은 “(14일에) 임종윤 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미래 기술에 굉장히 식견이 있으셔서 나중에 저희도 이분과 같이 기술 투자 등을 함께 관리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며 “OCI도 임 사장의 미래 기술 투자 관련한 부분을 배워야겠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분야 투자의 성공 가능성이 워낙 낮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서 많은 노하우를 전수받아야 한다고 이 회장은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임종윤 사장과 지속적 만남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 회장은 “23일에도 임 사장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며 “이 자리에서 회사를 통합할 것이냐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제가 우선 사고를 친 입장이니까 마음을 풀어드리고 현 상황을 수습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한미그룹과 OCI그룹은 아름다운 동반자로 통합 경영을 통해 소재‧에너지, 제약·바이오라는 전문 분야에 각각 집중하면서도 통합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라면서 “한미그룹은 자산 총액 기준 대한민국 30대 기업으로 단숨에 도약하게 됐으며 신약개발과 연구개발(R&D), 전문의약품(ETC)과 일반의약품(OTC), 위탁개발생산(CDMO) 비즈니스, 헬스케어 신사업 등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톱 티어 기업으로 올라설 힘찬 동력도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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