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화영 청장 연합뉴스 인터뷰…”과잉대응 주저하는 지휘관 용서 못해”
“‘긴급·비긴급’ 구분 어려워, 119 신고오면 일단 출동”
‘구급차 유료화’ 주장에는 “불러야 할 사람까지 못 부를 수도” 선 그어
(세종=연합뉴스) 양정우 김은경 기자 = 남화영 소방청장은 15일 “제 현장 지휘 방침은 ‘과잉 대응'”이라며 “초기부터 신속, 최대, 최고 대응으로 과감하게 동원해야 (화재가) 빨리 진화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청장은 이날 세종시 소방청사에서 가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대형 화재 등과 관련한 현장 대응 방침을 두고 이같이 답하며 “지휘관들이 과잉 대응을 주저해 (화재가) 확대하는 것은 용서를 못 해도 과잉 대응은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 사고까지 불러온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중증 응급환자 이송 병원을 지정하고, 이를 병원 측에서 거부할 수 없도록 관련 법을 바꾸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남 청장은 “제가 잘나서 소방청장이 된 게 아니고 결국 동료 직원들이 도와줬기 때문”이라며 “동료 직원들이 청장을 믿고 정책을 펼치는데 묵묵히 자기 소임을 다해준 것에 대해 늘 감사하고 있다”고 전국 소방 공무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다음은 남 청장과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작년 5월 소방청장에 취임했다. 지난 8개월 돌아보며 성과, 부족했던 부분을 짚어본다면.
▲ 좋지 않았던 일부터 말하자면, 우리 직원들 순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한 해 평균 4명 정도 순직 사고가 난다. 작년에는 전북과 제주에서 직원 2명이 순직을 했다. 참 안타까운 일은 전북에서 순직사고가 나기에 앞서 그날 아침 제가 회의를 하면서 순직 사고를 줄이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그렇게 됐다. 순직 사고 없는 한 해를 만들어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게 참 쉽지 않은 일이었다.
좋은 일이라면 그래도 동료 직원들이 청장을 믿고서 같이 정책을 펼치는데 묵묵히 자기 소임을 다해 준 것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저는 늘 제가 잘 나서 소방청장이 된 게 아니고 결국 우리 동료 직원들이 저를 도와줬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왔으니까 퇴직할 때까지 그 동료 직원들 배신감 들지 않도록 더 모범적으로 직무를 잘 수행하고자 한다.
— 몇 해 전 ‘비긴급 상황’에서 119 신고할 경우 소방대원이 출동하지 않도록 하는 출동 기준이 시행됐다. 아직도 비긴급 상황에 신고하는 일이 많은지, 이럴 경우 소방 당국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 ‘긴급’이냐 ‘비긴급’이냐는 기준이 굉장히 모호하다. 예를 들어 요즘 동물을 키우는 분들이 많고 ‘아기’라고 부를 정도로 애착을 갖기도 한다. 119로 신고 와서 ‘우리 아기가 없어졌다’고 하는데, 신고한 분 입장에서는 절박한 상황일 것이다. 이런 부분이 엄청나게 고민되는 부분이다. 감기만 하더라도 신고자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아픈 일이라, (신고받는) 상대방이 판단하기 어렵다. (신고 전화가 오면) 일단 출동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국민이 찾는데 안 된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국민 입장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일하는 게 소방공무원 자세가 아니겠는가.
— 일각에서 ‘119구급차’ 유료화 주장도 있다. 유료화 어떻게 봐야 하는가.
▲ 국가 정책이 보편적 복지로 가는 상황에서 생명과 관련한 일을 돈 줘야 부를 수 있다면 불러야 할 사람도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긴급하다고 불렀는데 나중에, 병원에서 비응급으로 판명되더라도 과태료를 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는 결국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 작년 3월 대구에서 119구급대가 이송하던 10대 여학생이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헤매다 숨진 일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응급실 뺑뺑이’ 문제,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 전체적인 대한민국 응급 의료 체계의 문제다. 부처 간 협업해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본다. 구급대원들이 피로한 게 사실이다. 응급환자 치료 병원을 장시간 찾아다녀야 하고, 오랜 시간 병원에 발이 묶여 있어야 한다. 구급대원이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119구급상황관리센터’ 기능을 확대해서 콜(119 신고)이 들어오면 센터에서 직접 병원을 찾고 지정해서 보내주는 걸 하자고 해 대구에서 시범사업으로 효과를 봤다. 중증 응급환자에 대해 센터에서 병원을 지정하면 무조건 받는, 이걸 제도적으로 요구할 생각이다. 계속 협의하고 있다.
— 최근 구축 아파트에서 화재가 잇따르면서 인명피해가 컸다. 구축 아파트는 스프링클러 등 화재 관련 시설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어떤 개선 방법이 있을까.
▲ 우리나라 국민의 51.9%가 아파트에 산다고 한다. 새로 지은 아파트는 스프링클러 등이 적용돼 있으나 구축에 소급 적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고 해도 비용 등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일단 해보자고 했다. 불이 나면 대피 먼저 했다가 도리어 인명피해가 나는 경우가 있었다. ‘불나면 대피 먼저’라고 했던 것을 ‘불나면 살펴서 대피하자’로 바꿔서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 2017년 소방청이 설립되며 국가와 지방으로 이원화돼 있던 소방공무원 소속이 국가직으로 일원화됐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어떻게 평가하는가.
▲ 2012년부터 ‘소방전문병원’ 설립을 정부에 요청했었다. 오랫동안 요구했지만, 소방직이 국가직화되면서야 가능해졌다. 소방공무원 처우개선을 위한 최초의 복지시설인 ‘소방심신수련원’도 올해 정식 공사에 들어간다. 국가직화가 되면서 (이런) 대형 사업이 가능해졌다고 본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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