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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독사 보고서…”50대 남 최다…알코올·약물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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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영 부산 의대 교수 논문…법의학자가 본 고독사 인구사회·법의학 분석

“시신발견 평균 26.6일…고독사 63%에서 ‘음주기준’ 0.03% 이상 알코올농도”

고독사 (PG)
고독사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대표적 사회 문제로 꼽히는 ‘고독사’ 예방을 위해선 취약계층의 사회연결망 강화와 같은 기존 정책을 넘어 약물·알코올 장애와 관련해 유기적인 사회적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학계에 따르면 나주영 부산대학교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제43권 제4호)에 실린 ‘법의부검 자료를 통한 대한민국 고독사에 관한 고찰’ 논문에서 법의부검 자료로 분석한 고독사의 특징을 설명했다.

고독사 예방법에 따르면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 발표한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2021년 고독사 발생 건수는 총 1만5천66건이었으며 5년 사이 연평균 8.8%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복지부의 실태조사 기간을 고려해 법의병리학자인 나 교수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시행한 664건의 법의부검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법의부검 자료는 경찰의 수사 자료 및 부검 결과가 포함된 자료로서 죽음을 설명해주는 가장 적확한 자료라는 평가를 받는다. 나 교수는 연구에서 법의부검 자료를 토대로 한 인구사회학적·법의학적 분석을 시도했다.

분석 결과 사망 후 3일 이상 지난 뒤 발견된 고독사 사례는 128건(19.3%)이었다.

이 중 남성이 108명으로 여성(20명)보다 5배 이상 많았으며 나이로는 50대가 51명(39.8%)으로 가장 많았고 60대와 40대가 각각 30명(23.4%), 28명(21.9%)으로 뒤를 이었다. 20∼30대가 고독사한 경우도 8건(6.3%) 있었다.

이혼이나 별거 상태였던 사례가 약 절반을 차지하는 등 전통적인 가족 구조가 파괴된 경우 고독사가 주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 앞, 신발 한 켤레
문 앞, 신발 한 켤레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망 후 고독사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평균 기간은 26.6일이었는데, 숨진 뒤 1주일 이상의 기간이 지난 뒤 발견된 사례만 보면 평균 기간은 39.9일로 80건(62.5%)이 이 같은 경우에 해당했다. 변색과 팽창되는 부패 단계에서 시신이 주로 발견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독사를 가장 많이 발견하고 신고하는 건 이웃 또는 건물관리인, 임대인 등이었다. 65명이 평균 29.7일 만에 이들에 의해 발견됐다.

가족이 시신을 발견하기까지는 평균 17.6일이 걸렸다. 복지 공무원에 의해서는 평균 12.3일 만에 발견됐으나 수도·전기·가스 검침 등 일상 공무 수행 중 시신을 발견한 경우를 포함하면 평균 67.8일이 걸렸다.

시체검안서로는 80% 이상에서 불분명했던 사망 종류가 부검 후에는 93%에서 확인되는 등 사망 원인이 명확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자살은 중독과 질식사가 많았다. 고독사의 경우 63%에서 0.03% 이상의 혈중알코올농도가 확인됐다. 0.03%는 현행법상 음주운전 단속 기준으로 자제력 상실, 판단력 감소 등으로 인해 술에 취한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고독사 사망자들에게서 검출된 평균 알코올농도는 0.074%였다. 시신이 부패하면 체내 알코올이 형성될 수 있어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인 경우만 따져보면 128명 중 80명이 이에 해당했고 이들의 평균 농도는 0.109%였다.

특히 생전 사회적 고립 이유가 알코올 관련 문제로 파악된 사례도 43명으로 적지 않았다. 이 중 10명은 부검에서 사인이 파악됐는데 간경변증 등 알코올 관련 질환이나 급성알코올중독, 만성알코올중독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 교수는 이런 검토를 토대로 “고독사와 알코올 장애에 대한 상호 유기적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10건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고독사 중 5명은 약물 중독으로 사망했다며 약물 처방의 통합적 관리 필요성도 강조했다.

아울러 나 교수는 “고독사의 정의에서 발견까지 걸리는 ‘일정한 시간’이 명확하지 않다”며 시신의 부패 여부가 아닌 구체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사회적 상황과 연휴·휴가 일수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한 일수는 7일로 볼 수 있으며 이 기준은 충분조건으로 하되 필요조건은 아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10여년 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재직하며 법의학 관련 연구와 법의부검을 해온 전문가로 경찰과 검찰, 법원의 법의학 자문과 과학수사 실무에 기여해왔다.

boi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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