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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메르세데스-벤츠가 후원한 남자프로테니스(ATP) 메르세데스컵에서 우승한 라파엘 나달은 우승 상품으로 벤츠의 고성능 스포츠 카인 AMG GT를 부상으로 받았다. 노란 색깔의 차를 코트 위에 끌고 온 벤츠 관계자는 “도로 위에서도 야생마가 되고 싶다면 이 차가 필요할 거다”며 나달에게 시승을 권했고 관중석에선 함성이 쏟아졌다. 결승전이 열린 장소가 독일 슈투트가르트였으니 그럴 만했다. 벤츠 관계자는 짧은 시승을 마친 뒤 나달을 향해 ‘라팔, 차 어때요’라고 물었고, 그의 대답이 나오는 순간 장내는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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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스폰서 회사인 기아(000270)차 만큼은 좋지 않네요”
나달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벤츠 관계자는 당황해 헛웃음을 지었고, 옆에 서 있던 사회자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마요르카(나달의 집)에서 타실 거죠?’
하지만 나달의 답변에 장내엔 다시 한번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차 색깔을 좀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저한텐 좀 과한 것 같아요”
9년 전 독일 한 복판에서 라파엘 나달은 왜 기아를 외쳤을까. 기아가 스폰서 기업이라고 하지만 무례해보일 수도 있었다. 당시 우승한 대회의 관계자와 후원사인 메르세데스-벤츠 담당자, 그리고 그 차에 자부심을 느낄 독일 팬들을 모두 당황시켜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나달과 기아의 특별한 우정을 이해한다면 당시 그의 발언은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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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메이저 대회에서 21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나달은 떡잎부터 다른 선수였다. 2001년 15세의 어린 나이에 프로에 데뷔했고 17세엔 당시 ‘테니스의 황제’로 불렸던 세계랭킹 1위 로저 페더러를 무실점 세트로 꺾으며 단숨에 세계랭킹 30위권까지 진입했다. 10대에만 10개 대회를 석권했고, 클레이코트 6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그였지만, 부상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고질적인 무릎부상에 손목관절까지 이상이 오면서 코트를 영원히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를 엄습했다. 나달은 훗날 이 때 테니스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2004년 큰 부상으로 실의에 빠진 나달에게 손을 내민 게 바로 기아였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잠재력을 눈여겨 본 기아는 그 해 나달과 첫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은퇴를 고려했던 부상을 당한 선수와 10년 장기계약을 맺은 것이다. 10대의 어린 나이에 엄청난 감동을 받은 나달은 이후 회복에만 전념해 2005년 코트에 복귀할 수 있었다.
나달은 복귀 첫 해에 프랑스 오픈에서 메이저 대회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이후 이후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다. 그가 우승컵을 가져간 메이저 대회만 호주오픈 2회(2009,2022), 프랑스오픈 13회(2005~2008, 2010~2014, 2017~2020), 윔블던 2회(2008, 2010), US오픈 4회(2010,2013, 2017,2019) 등 총 21회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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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2004년 그와 장기계약을 맺은 건 스포츠마케팅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나달은 어린 나에에 세계랭킹 1위 선수를 꺾는 유망주였지만 부상을 겪고 있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기업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유명 선수나 클럽에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붙는다. 다만 철저한 비용 대비 효과다. 당시 기아 글로벌 마케팅팀에서 나달의 잠재력과 부상 회복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했겠지만 쉽지 않은 의사결정이다.
부상회복은 모든 운동 선수들이 가장 참기 힘들어 한다. 기아가 충분한 시장조사와 데이터 분석을 거쳤어도 재활 과정에서 시시각각 변했을 나달의 심리까지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당시 기아 내부에서도 부상으로 언제 은퇴할지 모르는 선수를 후원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엄청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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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리스크 없는 투자는 없다. 20년 전 10대 선수 나달이 유망주라는 사실을 모르는 기업은 없었다. 중요한 건 그 유망주가 부상으로 좌절을 겪고 있을 때 10년이라는 장기계약으로 그의 부활을 응원하는 곳이 기아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유망주라고 하지만 부상에서 언제 회복할지 모를 10대 선수에게 장기계약을 제시하는 건 기업 입장에서 쉽지 않느 일”이라며 “나달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아를 언급하는 건 기아를 스폰서 이상으로 생각하는 감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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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달과 기아는 스폰서 기업과 선수 그 이상의 관계다. 나달은 어려울 때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기아에 늘 고마움을 갖고 있다. 그 결과가 장기계약이다. 나달과 기아는 첫 10년 장기 계약이 끝날 무렵인 2015년 5년 재계약을 맺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스폰서를 하겠다며 줄을 섰지만 나달의 선택은 기아였다. 나달과 기아는 2025년까지 후원계약을 연장한 상태다.
2015년 메르세데스컵에서 우승한 나달에게 벤츠가 최고급 모델을 부상으로 제공하며 시승을 권한 이벤트는 벤츠에겐 ‘흑역사’로 남았지만 기아는 나달의 말 한마디로 유럽에 기아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렸다.
2022년 1월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나달은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도와준 이들을 잊지 않겠다”며 “특히 저의 개인 스폰서 기아에게 제가 테니스를 시작했을 때부터 후원해줘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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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달은 기아가 대표적인 신차 모델을 유럽 지역에 출시할 때마다 홍보 대사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 왔다.
나달은 지난해 10월 플래그십 전동화 SUV ‘기아 EV9’의 유럽 출시를 기념해 기아와 EV9 전달식을 가졌다. 기아는 스페인 마드리드 IFEMA 컨벤션센터에서 기아 관계자와 해외 미디어 및 인플루언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나달에게 기아의 두 번째 전용전기차인 EV9의 GT 라인 모델을 제공했다. 기아는 나달에게 2021년 10월 첫 전용전기차인 EV6 GT 라인을 제공했다. 나달은 EV6에 더해 EV9을 유럽 현지 등에서 적극 이동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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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달은 기아가 23년째 호주오픈의 공식 스폰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호주오픈 때마다 기아의 글로벌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 왔다. 2019년에는 나달이 스팅어를 타고 대회 뒷이야기를 전하는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선보였고, 2015년에는 나달이 소유한 스포티지 차량에 영화 ‘엑스맨’ 테마를 적용한 ‘기아 엑스카(Kia X-Car)’를 공개하기도 했다. 나달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도 기아와 관련된 영상과 사진을 꾸준히 올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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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달은 14일부터 열리는 호주오픈에 부상으로 불참한다. 지난해 1월 호주오픈에서 부상을 당한 나달은 2023 시즌을 조기마감했다. 이달 초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ATP) 투어 브리즈번 인터내셔널에서 1년 만에 호주오픈 복귀전이 예상됐지만 다리 부위에 경미한 부상을 당하며 출전을 포기했다.
2024 호주오픈에는 코트 위에서 뛰는 나달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기아는 그와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줄 계획이다. 기아는 나달과의 파트너십 20주년을 기념해 멜버른 파크 내 마가렛 코트 아레나 테라스에 라파엘 나달의 동상을 설치한다. 이와 함께 나달을 통해 테니스 팬들에게 테니스의 열정과 영감을 이야기하는 브랜드 캠페인 ‘디어 테니스’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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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의 영상으로 제작된 브랜드 캠페인 디어 테니스는 △메인 영상인 ‘디어 테니스’ △파트너십 헌정 영상인 ‘디어 라파’ △호주테니스협회와 협업해 특별 제작한 3편의 스토리텔링 영상 ‘신시어리 테니스’로 구성됐다. 디어 테니스는 11일부터, 디어 라파는 14일부터 기아 온드미디어에서 볼수 있다. 신시어리 테니스 영상은 23일부터 기아 및 호주오픈 공식 소셜 채널에서 공개된다.
기아는 2024 호주오픈을 맞아 멜버른 파크 내에 기아 전동화 플래그십 EV9의 혁신성을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인의 부스를 설치하고 호주에서 ‘더 기아 EV9’의 본격적인 런칭 캠페인을 진행한다. 기아는 전시부스에서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의 움직임과 상호작용해 라파엘 나달의 지난 커리어 성취들을 살펴볼 수 있는 ‘인터렉티브 LED’와 다양한 체험 요소를 마련해 부스를 찾은 고객들과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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