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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돈 2500만 유로(약 360억원)를 어디에 쓸지 결정해주세요.”
오스트리아의 한 상속녀가 자신이 물려받은 돈의 사용처를 결정할 시민 토론단 모집에 나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글로벌 화학 기업 바스프(BASF) 창업자 그룹의 상속인인 마를레네 엥겔호른(31)은 ‘재분배를 위한 선한 협의회’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시작해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엥겔호른은 자신을 포함한 상속인들이 노력 없이 부를 물려받을 수 있는 불평등 구조에 반대하며 상속세 복원과 부자 과세를 주장해 왔다.
이전부터 자신이 물려받은 재산의 최소 90%를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혀왔으며, ‘택스 미 나우(TAX ME NOW)’라는 이름의 단체를 만들어 조세 개혁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2008년 폐지된 오스트리아의 상속세를 복원해 자신의 재산을 세금으로 내기를 원했던 그는 제도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하자 올해 새로운 실험에 나선 것이다.
그는 무작위 뽑기 등을 거쳐 선정된 오스트리아 시민 50명에게 자신의 돈 2500만유로에 대한 결정권을 맡길 예정이다.
이 ‘선한 협의회’ 프로젝트에는 16세 이상부터 참여할 수 있으며, 토론단 50인은 오스트리아의 인구 구조를 반영하도록 성별과 나이, 경제 수준 등을 고려해 구성된다.
이들은 오는 3월부터 6월까지 잘츠부르크에서 6차례 모여 엥겔호른의 돈 2500만 유로를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토론을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토론에 참여할 때마다 1200유로(약 172만원)의 참가비를 제공받으며 토론 참석에 드는 숙박·교통비 등의 모든 비용도 엥겔호른 측에서 부담한다.
엥겔호른은 지난 9일 무작위로 고른 시민 1만명에게 토론 참여 초대장 발송을 마쳤으며 이 중 참가를 원하는 50명을 추려 토론단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엥겔호른이 단순한 기부 대신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는 기부처를 결정하는 것조차 부당하게 얻은 특권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부유한 상속인들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나 단체에 돈을 기부하거나 재단을 만드는 것마저도 물려받은 부에서 나온 권력이라는 것이다.
엥겔호른은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문에서 “좋은 계획에는 여러 관점이 필요하다”며 “이는 우연히 돈을 물려받게 된 한 개인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자기 마음대로 돈을 기부하는 것은 “(부의 불평등에 관한) 정치적 실패를 해결하지 못할뿐더러, 내가 가져선 안 될 힘을 내게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이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원한다고 해서 내게 좋은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의 재분배는 당사자인 나를 넘어선 확장된 절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단이 구성되고 나면 엥겔호른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모든 권한과 의사결정권을 잃게 되며, 토론단이 내린 결론에는 어떠한 거부권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돈의 사용처에 제한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따르면 ‘불법적이거나 적대적, 비인도적’인 단체나 개인에는 돈을 줄 수 없으며 영리 목적의 기관에도 투자할 수 없다.
또 토론 당사자나 그들과 연관된 이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만약 토론단이 기간 내에 합의된 결론을 내리는 데 실패한다면 돈은 다시 엥겔호른에게 돌아간다.
이번에 엥겔호른이 처분에 나선 2500만유로가 그의 전체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프로젝트 측 대변인은 NYT에 그의 재산의 ‘대부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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