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심의 민원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이를 비판한 야권 추천 심의위원 2인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해촉을 건의하기로 했다. 그러자 야당과 시민단체는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고 비판했다.
여권 추천 방심위원들은 12일 오전 10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폭력 행위 욕설 모욕 심의 업무 방해와 비밀 유지 의무 위반 등 범법 행위 대응에 관한 건>에 대해 비공개 회의를 했다. 이날 여권 추천 위원들은 옥시찬 위원과 김유진 위원에 대한 해촉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의결했다.
앞서 지난 3일 야권 추천 김유진 위원은 여권 추천 위원들이 급작스레 회의에 불참해 회의 개최가 불발되자 기자간담회를 열어 회의 안건을 공개했다. 또 지난 9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김유진 위원이 MBC 보도와 관련한 의견을 말하자, 류희림 위원장이 “회의 진행과 관계없는 발언”이라고 발언을 제지했다. 이에 김유진 위원은 “회의 진행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고, 옥시찬 위원은 류희림 위원장을 향해 “너도 위원장이냐”며 욕설을 하고 퇴장했다.
야권 추천 위원들이 이런 행위를 한 배경에는 가족과 지인을 동원한 ‘민원사주’ 의혹을 받는 류희림 위원장의 행위가 있었다. 류희림 위원장은 민원사주 관련 이야기만 나오면 발언을 회피하거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해촉할 방심위원은 류희림 위원장이다!> 성명에서 “류희림 위원장이 저지른 ‘민원사주’를 비판하고, ‘민원사주’ 관련 안건을 공개했다는 것이 이유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고 비판했다.
류희림 위원장이 주도하는 해촉 건의 자체가 이해충돌이라고도 했다. 과방위 민주당 의원들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민원을 사주하고, 스스로 그 안건을 상정 요구, 의결까지 한 사상 초유의 사건을 저지른 주인공은 류희림 위원장”이라며 “‘민원사주’가 드러나자 제보자 색출과 불법·부당한 감사를 지시하고, 위원회 직원들의 언론 접촉 금지령까지 내린 장본인이 류희림 위원장이다. 류 위원장이 주도하는 해촉 건의 자체가 이해충돌”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2020년 6월25일 해촉된 전광삼 전 상임위원은 4·15 총선을 앞둔 2020년 2월 미래통합당(대구광역시 동구갑)에 비공개로 공천을 신청했다. 전 위원은 2020년 2월18일부터 3월6일까지 휴가를 내고 공천 면접에 참여했다. 전 위원은 미래통합당이 공천 명단을 발표하기로 한 2020년 3월6일 돌연 공천 신청을 철회하고 방통심의위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심의위원들은 전 위원 행보가 정치활동에 해당하는지 법제처에 해석을 의뢰했고, 법제처는 “방통위법에 따라 금지되는 정치활동 관여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과방위 민주당 의원들은 “과거 전광삼 전 위원이 대구지역에 총선 예비후보 등록을 해 정치활동 혐의로 해촉할 때도 사안에 대해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통해 법 위반이 확인되어 해촉건의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이번 두 위원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사전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류희림 위원장 주동하에 군사 작전하듯 해촉건의안을 의결했다”며 “윤 대통령이 해촉 건의에 따라 바로 재가한다면, 이들의 처사는 조폭 집단이 하는 행태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과방위 민주당 의원들은 “방심위 노조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직원의 96.8%가 류 위원장에 대해 부정 평가했다. 편파심의를 일삼고 특정 단체 대표로 위원회를 점령군처럼 장악함으로써 방심위를 망가뜨렸기 때문”이라며 “방심위 직원들 절대다수는 류희림을 위원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류 위원장 취임 이후 민간 독립 심의기구로 자부하던 방심위의 위상과 권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류 위원장이 스스로 부끄러움을 아는 인물이라면 사과하고 당장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며 “류 위원장으로 위촉한 윤석열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윤 대통령은 정권의 입맛 맞추기 심의로 일관하고, 전문성은 전혀 없고, 독주·독단으로 방심위를 사조직처럼 운영하는 류 위원장 자리에서 즉시 해촉하라”라고 요구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일당 지배 검열기구 방심위를 개혁하자> 논평에서 “윤 대통령이 해촉안을 재가하면 방심위에는 야당 추천 위원이 한 명만 남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방심위마저 일당 지배 체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래 9인 체제인 방심위는 현재 7인 체제다. 원래 여야 3:6 구조에서 윤 정부 들어 야권 추천 3명이 해촉됐다. 3:3 구조에서 류희림 위원장만 임명돼 여야 4:3 구조가 됐다. 야권 추천 2인이 더 해촉되면 여야 4:1 구조가 된다.
언론연대는 “이로써 방심위는 정권의 입맛에 맞춰 언론표현의 자유를 통제하기 위한 일당 지배의 기구로 완전히 전락했다. 헌법정신을 벗어나 초법적, 탈법적으로 운영되는 기구를 이대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옥시찬 위원의 욕설을 문제 삼고 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야권 추천 방심위원들의 폭력적인 언행은 방심위의 권위와 품위를 심각하게 실추시켰다”며 “방심위는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 기사 : 문 대통령, 전광삼 방통심의위원 해촉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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