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골드글러브 수상자이자 제이크 크로넨워스보다 훨씬 더 나은 내야수인 김하성을 보유하고 있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 최고의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LA 다저스의 무키 베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토미 에드먼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초이자 아시아 내야수로는 처음으로 골드글러브를 따냈다.
수비 능력만큼은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김하성이다. 밥 멜빈 전 샌디에이고 감독도 김하성을 믿고 내야 곳곳에 김하성을 세웠다. 김하성은 2루수(856⅔이닝)와 3루수(253⅓이닝), 유격수(153⅓)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어디에 투입되도 김하성은 안정적인 수비로 사령탑의 믿음에 부응했다.
사실 김하성에게 2루수 자리는 낯설었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에도 유격수로 주로 뛰었고, 2022시즌에도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주전 유격수였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부상과 금지약물 적발로 인해 출장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김하성이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김하성은 골드글러브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로 선정될 정도로 활약했다.
하지만 김하성은 2023시즌 다시 포지션을 옮겨야 했다. 샌디에이고가 FA 유격수 잰더 보가츠와 11년 2억 8000만 달러(약 3681억원)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는 내야진이 포화 상태가 됐고, 멜빈 감독은 김하성을 2루수로 쓰기로 결정했다. 앞서 2루수를 맡았던 크로넨워스는 1루수로 자리를 이동했다. 김하성의 수비가 크로넨워스 보다 더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김하성의 2루수 변신은 성공했지만, 크로넨워스의 1루수 기용은 아쉬움이 남았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MLB.com도 12일(한국시간) “1루수 크로넨워스는 샌디에이고에 난제를 안겨준다”며 “샌디에이고에는 실질적인 1루수가 없다. 크로넨워스가 1루수 역할을 수행했지만,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는 건 명백하다”며 1루수 크로넨워스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수비 능력은 일정 수준을 유지했지만, 다른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비교하면 공격력이 다소 떨어진다. MLB.com에 따르면, 2023시즌 메이저리그 1루수들은 평균 타율 0.254 출루율 0.331 장타율 0.433 wRC+ 108을 기록했다. 2루수들은 타율 0.252 출루율 0.320 장타율 0.397 wRC+ 97을 기록했다. 크로넨워스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타율 0.249 출루율 0.331 장타율 0.418 wRC+ 109를 마크했다.
MLB.com은 “1루수로 활약할 때 크로넨워스는 1루수로 활약할 때 수비 가치가 별로 없는 평범한 타자다. 2루수로 뛰었을 때는 다르다. 크로넨워스는 2022시즌 풀타임을 치르면서 2루수로 활약했는데,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오를 정도로 평균 이상의 실력을 자랑했다”며 1루수 크로넨워스의 부진을 꼬집었다.
그렇다고 크로넨워스가 2루수로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메이저리그 최고 2루수로 등극한 김하성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1루수 말고는 뛸 자리가 없다. MLB.com은 “현재 샌디에이고의 명단을 살펴보면 크로넨워스에게 1루수가 올바른 자리일 것 같다. 그리고 샌디에이고에는 유틸리티 골드글러브 수상자이자 크로넨워스보다 훨씬 더 나은 수비수인 김하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크로넨워스가 2024시즌에도 1루수로 뛰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일시적으로 크로넨워스가 2루수를 맡을 가능성도 있다. 3루수 매니 마차도가 팔꿈치 수술을 받아 시즌 초반에는 뛸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차도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김하성이 3루수로 투입될 수 있는데, 이때 크로넨워스가 2루수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이 경우 샌디에이고에는 1루수 자리가 공석이 된다.
트레이드 역시 어렵다. MLB.com은 “크로넨워스와 김하성에 대한 트레이드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명단에는 수많은 구멍이 있다. 크로넨워스가 트레이드 블록에 있는 이유가 이해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샌디에이고가 움직일 필요가 없다”며 크로넨워스와 김하성이 빠진다면, 내야 공백이 더 커질 거라 내다봤다.
그렇다면 샌디에이고는 내야 정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MLB.com은 “크로넨워스는 지난해 7년 8000만 달러(약 1052억원) 달러 연장 계약을 맺었다. 경제적 여유를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다. 그리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망주 내야수 잭슨 메릴이 있다. 만약 크로넨워스를 트레이드한다면 투수나 외야수 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크로넨워스는 올스타에 두 번이나 선정된 선수다. 지난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었고 시즌 막바지에는 손목 골절 부상을 입었지만, 7~8월에는 생산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김하성도 예비 FA이기 때문에 크로넨워스를 트레이드한다면 내야 상황은 더 어두워질 것이다”며 크로넨워스를 트레이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샌디에이고가 이번 겨울 1루수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MLB.com은 “크로넨워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샌디에이고는 이번 겨울에 1루수를 확보해야 한다. 아직 구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추후에는 지명타자로 활용할 수 있고, 크로넨워스의 백업으로 기용할 수도 있다. 샌디에이고는 1루수를 반드시 영입해야 한다”며 추가 보강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야 구성을 고려하면, 샌디에이고는 크로넨워스뿐만 아니라 김하성도 트레이드하기 어려운 처지다. 재정난 때문에 몸집 줄이기에 나섰지만, 성적을 아예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샌디에이고는 아직도 타티스 주니어, 보가츠, 마차도 등 슈퍼스타들을 보유한 팀이다. 섣불리 트레이드를 진행한다면,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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