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찬 잔류, 혁신계는 충격·친명계는 조롱…진퇴양난 악수됐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혁신계 모임 ‘원칙과상식’의 일원이었던 윤영찬 의원이 막판에 급거 탈당하지 않고 당에 남았지만 오히려 진퇴양난의 약수(惡手)를 둔 모양새다.

윤영찬 의원이 원칙과상식 공동탈당 대열에서 홀로 이탈하면서, 나머지 3인방(김종민·이원욱·조응천)과 연대 보폭을 맞추고 있는 ‘이낙연 신당’에 향후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원천 차단됐다. 윤 의원의 이탈로 원칙과상식이 목소리를 높여왔던 혁신 요구도 ‘결국 공천 보장을 받는 것이 목표 아니었느냐’는 평가절하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당에 잔류를 선택한 윤 의원을 둘러싼 상황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윤 의원이 막판 탈당 번복을 한 것에 대한 두둔이나 응원보다는 지역구 경쟁자인 친명(친이재명)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공천 컷오프 가능성과 맞물려 당내 강성 세력들로부터 ‘제명·출당’ 압박이 이어지는 중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의원이 당에 남기로 결정하자마자 친명 인사들과 강성지지층의 ‘쫓아내라’는 요구가 줄기차다. 이낙연 전 대표 측 등 혁신계 내부에서도 친이낙연계였던 윤 의원이 탈당 후 제3지대 빅텐트 구성에 동참하지 않은 것에 따른 충격이 상당한 상황이다. 이 점에 비춰, 윤 의원이 당의 핍박을 이기지 못하고 추후 신당에 합류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 의원의 당 잔류 결정에는 문재인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던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비롯한 친문 인사들의 설득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이다. 또 때마침 공교롭게도 윤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중원의 경선 상대로 꼽혀온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성희롱 논란으로 당의 윤리감찰단 조사를 받게 됐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윤 의원이 지역구 공천 경쟁 우위를 예상하고 막판 당 잔류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원칙과상식 소속 의원들과 이낙연 전 대표는 윤 의원의 막판 변심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론 윤 의원의 당 잔류가 현 부원장의 거취와 상관이 없다며 오히려 두둔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윤 의원의 탈당 번복을 둘러싼 내홍은 쉽게 잦아들지 않는 모습이다.

조응천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의원의 선택에 대해 “2~3일 전부터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옛날에 도원결의를 다 했는데 ‘혁명가는 못 되는 모양이다. 뭐가 그렇게 밟히는 게 많은지 모르겠다. 고민을 좀 해보고 말씀드리겠다’ 이렇게 문자가 왔다”며 “많은 분들이 설득하고 회유 같은 게 들어왔는데 특히 문재인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했던 분들, 그쪽 그룹의 결속력이 생각보다 굉장히 강하더라”고 토로했다.

다만 “우리가 윤 의원의 멱살을 잡고 방으로 데리고 와서 막 난리를 칠 때, 그때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이 (이재명 대표와 나눈 현근택 부원장 징계 관련 메시지가) 본회의장에서 찍힌 것”이라면서, 윤 의원이 공천을 염두에 두고 당에 잔류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대신 선을 그어줬다.

이낙연 전 대표 역시 탈당 기자회견에서 윤 의원의 당 잔류에 대해 “현근택 부원장 문제가 나오기 전부터 고민이 있었다. 공천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두둔해줬다.

이날 친명 단체인 민주당혁신행동은 윤 의원의 제명과 출당을 공개 촉구하기도 했다. 혁신행동은 “누구도 강제하지 않았는데 혼자 탈당 결심을 밝히다 느닷없는 잔류를 선택하면서도 분열론자인 신당파를 지지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였다”며 “동료를 배신하고 떠나는 신당파를 지지하면서도 자신의 국회의원직 연장을 위해선 당 잔류를 선택하는 파렴치한 배신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에는 친명 원외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이동주·양이원영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가치나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는 이낙연과 탈당파들의 관심사는 오직 권력과 공천뿐이다. 최근 벌어진 상황으로 급하게 꼬리를 내린 윤영찬 의원만 봐도 그들의 의도는 투명하리만큼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당원 커뮤니티인 ‘블루웨이브’에도 윤 의원의 당 잔류 결정이 알려진 이후 ‘현근택이 컷오프 돼도 윤영찬이 공천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필요 없으니까 제발 좀 나가라’ ‘쓰레기 나가라’ ‘윤영찬은 컷오프가 답이다’ ‘윤영찬을 제명하라’ 등과 같은 제목의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친명계 뿐 아니라 이 전 대표의 최측근인 신경민 전 의원조차 윤 의원의 행보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을 했다. 이 전 대표의 실질적 창당 조직으로 여겨지는 원외모임 ‘민주주의실천행동’에는 이낙연계인 신경민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 박병석 모색과대안 대표, 지난 대선 당시 이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했던 김효은 전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등이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이날 신경민 전 의원은 YTN라디오 ‘이슈앤피플’에서 “아주 핵심적으로 (탈당) 만류를 한 분이 윤 의원을 4인방 원칙과상식에서 빠뜨리면 이재명 대표 쪽에다 혁혁한 공을 세우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따져물었다. 이어 “윤 의원이 고민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을 존중은 하지만 잘못된 결정이다. 이것은 공적으로 사적으로 윤 의원이 매우 잘못한 것”이라고 했다.

신 전 의원은 “(원칙과상식과 함께) 안 가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친명 쪽에서 그러면 환영해야 될 거 아니냐. 환영을 하는 게 아니고 조롱한다. 그럼 비명(비이재명)은 원칙과상식 팀들을 포함해서 윤 의원의 결정에 대해서 할 말을 잊어버린 것”이라고 했다.

또 “특히 이 전 대표는 정말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에 이건 매우 잘못된 결정이고, 아마 앞으로도 공사(公私) 간에 윤 의원한테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낙인 효과가 있어서 쉽게 잊히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신 전 의원은 같은 날 BBS라디오 ‘아침저널’ 인터뷰에서도 “(이 전 대표로서는) 무척 서운하다. 윤 의원은 원칙과상식 팀들 중에서도 제일 가까운 사람이었고 이 전 대표와 굉장히 여러 가지 일을 많이 상의하고 도모를 해왔다”라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윤 의원이 원칙과상식에서 빠진다는 것은 엄청나게 큰 충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어떻게 하겠느냐”라며 “국회의원이 그것을 공표하고 그 길로 가겠다는데 더 이상 말릴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체념의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