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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위원장의 공익제보자 감찰, 형사처벌 대상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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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언론정보학회 주관으로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심의한다'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윤유경 기자.
▲ 한국언론정보학회 주관으로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심의한다’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윤유경 기자.

‘민원신청 사주 의혹’ 당사자인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신고자 감찰에 나선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뉴스타파 김만배 인터뷰’ 인용보도 과징금 제재부터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까지 논란의 중심에 선 방통심의위를 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심의한다’ 주제의 긴급 토론회가 진행됐다. 10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진행된 토론회에 방통심의위 직원과 언론, 법조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민원사주 의혹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이해충돌방지법 제5조’ 관련 구체적 법적 해석이 나왔다. 이해충돌방지법 제5조는 직무관련자가 사적이해관계자임을 인지한 직후 이행해야 할 신고·회피·기피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9월 MBC 법률대리를 맡았던 정민영 전 방통심의위원의 해촉 사유에도 적용됐다.

▲ 1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심의한다' 긴급토론회 발제에 나선 김지미 변호사. 사진=윤유경 기자.
▲ 1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심의한다’ 긴급토론회 발제에 나선 김지미 변호사. 사진=윤유경 기자.

김지미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는 “사적 이해관계자가 민원을 넣었는데 회피하지 않은 사실 자체만으로는 형사처벌하기 어렵다”면서도 “공익제보자를 검찰에 고발하고 감찰하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류희림 위원장이 신고자를 감찰하는 것 자체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라는 것이다.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실을 발견하면 즉시 시정을 명하고 지속될 경우 직무를 중지하거나 취소해야 한다. 소속 기관장이 이를 위반하면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통보해야 하며, 소속기관장이 당사자인 경우 따로 지정한 이해충돌방지담당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 공개·보도 등 금지를 어길 경우 5년 이하 징역,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도 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신고자 직무에 대한 부당한 감사나 조사를 하거나 그 결과를 공개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김 변호사는 “현재 권익위, 검찰을 봤을 때 형사처벌이 되더라도 몇 년 뒤에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형사처벌이 되지 않는다고 행위가 정당한 건 절대 아니다. 모든 논의가 형사처벌로 모아지면서 기소를 안하거나 무죄가 나오면 면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경향은 심각하게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성 조항 적용하면 대한민국 모든 프로그램 처벌 가능”

내부 직원들 반발에도 출범을 강행했던 ‘가짜뉴스 신속심의’ 문제도 제기됐다. 방통심의위는 해당 센터를 지난 연말로 종료하되 ‘상시 신속심의’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 센터를 거쳐 상정된 신속심의 안건 대부분은 9일 방송소위에서 다뤄질 예정이었지만 본인의 민원사주 의혹을 의식한 류 위원장의 반복적 정회와 야권 위원 욕설소동 등에 의해 파행으로 끝났다. 관련 안건에 오른 방송 9건 중 7건은 MBC 프로그램으로, 대부분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 윤석열 대통령 등이 언급된 내용이다. 

김유진 방통심의위원(야권 추천)은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 문은 닫았지만 일상적 긴급심의 절차를 만들었다. 위원장이 안건으로 올리거나 위원 3명 이상이 동의하면 긴급심의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얼마나 위험한지 어제 안건을 보고 알았다. 정부·여당에 불리한 보도를 표적으로 해서 심의를 빨리 하기 위한 절차로 굳어져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미선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적어도 신속심의 안건이 되려면 절반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3분의1 이상이 동의하면 된다는 건 위원회를 정파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신속심의가 꼭 필요하다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뉴스타파 인용보도에 대한 수천만 원 과징금 제재 심의 의결서에도 징계 수위에 맞는 설명은 없다”고 비판했다.

방통심의위의 심의 공정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돼왔다. 방송통신위원회 정책연구위원을 지낸 이남표 용인대 객원교수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간 방통심의위 방송소위는 대부분 공정성, 객관성을 문제 삼았다. 어린이·청소년 보호, 간접광고 등 문제가 많은데 대부분 공정성 심의 중심이었다면 정치적 심의 과잉”이라며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해당 조항들을 적용하면 대한민국 모든 방송, 시사프로그램을 다 처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직원들 댓글 모음(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 자료=한국언론정보학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심의한다' 긴급토론회 자료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직원들 댓글 모음(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 자료=한국언론정보학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심의한다’ 긴급토론회 자료집

방통심의위를 둘러싼 혼란이 거듭되면서 내부 반발도 높아지고 있다.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 지부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한 것을 넘어서 분노하고 있다”며 방통심의위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직원들의 댓글 내용을 소개했다. 공개된 댓글엔 “위원회 직원이 목숨처럼 지킬 것은 심의의 독립성, 공정성이다. 위원회를 더 이상 나락으로 떠밀지 말라”, “공익 제보를 민원인 정보 유출이라는 모욕적 표현으로 덮으려 말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민간독립기구 역할 수행 위해 구체적 시스템·기준 필요해

방통심의위가 민간독립기구로서 ‘표현의 자유와 한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라는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어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할까. 심미선 교수는 “‘내가 하면 곧 법’이라는 세상에서 설득력 있을지 회의스럽지만, 기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며 “심의가 일관성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조항이 모호하고, 심의위원이 비전문적이기 때문이다. 공정성 조항 관련해서도 구체적으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표 교수는 “공정성 심의 자체를 없애거나 조항을 개정해, 공정성 심의에 대해선 심의만 하고 의결은 하지 않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며 “행정처분을 내려서 방송사 재허가·재승인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보단 (심의를 통해) 해당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사회적 이슈로 제안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 1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심의한다' 긴급토론회 발제에 나선 이남표 교수. 사진=윤유경 기자.
▲ 1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심의한다’ 긴급토론회 발제에 나선 이남표 교수. 사진=윤유경 기자.

김유진 위원은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 조직 파행을 겪으면서 역설적으로 방통심의위가 더욱 민간독립기구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간독립기구로서 직원들의 신분을 보장했기 때문에 직원들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할 수 있었다”며 “학계에서도 5기 방통심의위가 얼마나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불공정한 심의를 하고 있는지 사례 연구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했다.

4기(2018년 1월~2021년 1월) 방통심의위원이었던 김재영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은 이날 “4기 위원회에선 최소한 셀프심의, 셀프민원과 같은 악의적 행태만큼은 근절하려했다”며 “방통심의위, 방통위, 국민의힘의 ‘삼각 동맹’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현실은 방통심의위를 사회적 해악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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