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장충, 김민경 기자] OK금융그룹이 전 동료 최홍석을 기리며 연승 행진을 이어 갔다. 선수들은 경기에 앞서 코트에 동그랗게 모여 묵념하며 옛 동료를 추모했다.
OK금융그룹은 1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시즌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 4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9, 25-15, 21-25, 25-23)로 이겼다. 블로킹에서 16-9로 OK금융그룹이 압승했다. OK금융그룹은 4연승을 질주하며 시즌 성적 12승10패, 승점 33을 기록해 5위에서 4위로 한 계단 올라섰고, 1위 우리카드는 3연패에 빠지면서 시즌 7패(15승, 승점 42)째를 떠안았다.
OK금융그룹 주포 레오는 블로킹 2개, 서브 4개를 포함해 36득점을 기록하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신호진이 11득점, 차지환이 10득점, 바야르사이한이 9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우리카드는 외국인 선수 마테이가 35득점, 김지한이 11득점으로 분전했으나 OK금융그룹의 연승 분위기를 꺾기는 역부족이었다.
◆ 최홍석 부고로 침통했던 배구계…OK금융그룹, 전 동료 애도 표했다
배구계는 10일 오전 남자배구 국가대표 출신 최홍석의 사망 소식으로 침통한 분위기에 빠져 있었다. 1988년생으로 세상을 떠나긴 이른 나이. 동래중-부산동성고-경기대를 거쳐 2011~2012시즌 남자부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드림식스에 지명을 받을 정도로 빼어난 선수였다. 최홍석은 2011년 10월 3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상무와의 경기에서 24득점(후위 5득점, 서브 3득점, 블로킹 3득점)을 올리며 신인 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트리플크라운을 작성하는 대기록을 수립했고, 그해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배구계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2009년부터는 국가대표로 뛰며 정상급 기량을 보여줬다. 2021~2022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뒤에는 배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날 장충체육관에서는 최홍석의 전 소속팀인 우리카드와 OK금융그룹의 경기가 있었다. 최홍석은 프로에 데뷔했던 2011~2012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우리카드(2013-2014시즌 앞두고 드림식스 배구단 인수)에서 뒤었고, 2018년 11월 한국전력으로 트레이드됐다가 2019년 11월 OK저축은행(현 OK금융그룹)으로 이적해 3시즌을 더 뛰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OK금융그룹은 최홍석이 선수 시절 마지막으로 몸담은 팀이었던 만큼 이날 선수단은 유니폼 가슴 왼쪽에 근조 리본을 달고 경기에 나섰다. OK금융그룹은 구단 SNS에 “전 OK금융그룹 읏맨 배구단 최홍석 선수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하기도 했다.
우리카드도 마찬가지로 구단 SNS에 “우리와 함께 뛰었던, 고(故) 최홍석 선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를 남겼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경기에 앞서 “우리카드에서 나와 잠깐 함께했다. 심성이 착한 선수였다. 후배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정말 안타깝다”며 비통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 우리카드 연패 탈출 의지, 주전 세터를 바꿨다
우리카드는 연패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전 세터를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한태준 대신 이승원을 투입하면서 패턴에 변화를 주고자 했다. 이승원은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OK금융그룹은 3라운드까지 시즌 상대전적 1승2패로 밀리기도 했고, 3경기에서 3세트밖에 따지 못하기도 했기에 더더욱 변화가 필요했다.
신영철 감독은 “세터가 바뀐다. (이)승원이가 주전으로 나갈 것이고, (한)태준이가 백업으로 들어간다. 오늘(10일) 처음 바꿔서 경기를 하니까. 승원이가 잘하면 계속 (주전을) 할 수도 있다. 최근 경기를 보면 태준이가 토스하는 것을 보면 리듬이 조금 안 좋다. 언론에서 좋게 언급해 고맙지만, 아직 그런 실력은 아니다. 선수에게도 ‘그렇게 하면 한 방에 간다’고 이야기했다. 본인은 노력했다지만, 나는 그렇게 본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 “이승원이 예전보다 토스가 안정이 됐다. 사이드 토스는 잘한다. 어차피 우리 팀 에이스가 마테이인데, 마테이가 죽으면 문제가 된다. 마테이가 살아나야 나머지 선수들까지 시너지 효과가 난다. 에이스를 살려서 다른 선수들이 사는 경기 운영이 필요하다. 나름대로 모험 아닌 모험인데, 열심히 한 선수한테 기회를 주는 게 괜찮을 것 같았다. 선의의 경쟁 속에서 살아 남아야 하니까. 승원이에게는 자신 있게 하라고 했다. 긴장하면 자기 실력이 안 나오니까”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OK금융그룹은 연승 흐름을 이어 갈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상위권 도약이 가능하기 때문. 오기노 마사지 OK금융그룹 감독은 연승 비결과 관련해 “시스템이라 생각한다. 블로킹이랑 디그 시스템을 선수들에게 전달했고, OK금융그룹이 추구하는 배구가 어떤 것인지 다시 확인시켜 줬다. 선수들이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레오의 공격 성공률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연패 탈출 의지가 강한 우리카드를 상대하는 마음가짐과 관련해서는 “비디오 미팅에서 우리카드의 패턴이나 버릇을 잘 검사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연습해 그동안 좋은 결과를 얻었다 생각한다. 이제 4번째 맞대결이고, 우리카드도 다른 전술을 갖고 나오리라 생각한다. 빠르게 적응해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경기는 없었다 생각하고 이번 경기에 나서야 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 ‘역시 레오’ OK금융그룹, 리시브 흔들린 우리카드 압도했다
OK금융그룹은 경기 내내 우리카드를 압도했다. 1세트 외국인 주포의 경기력은 비슷했다. OK금융그룹 레오가 12득점, 우리카드 마테이가 10득점을 기록하며 팽팽하게 맞섰는데, 결국 국내 선수들의 득점력에서 승패가 갈렸다. 우리카드는 4득점한 김지한 외에 다른 공격 루트를 차지 못한 반면, OK금융그룹은 진상헌(4득점), 신호진(3득점), 차지환(2득점) 등이 조금씩이라도 힘을 보태면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었다.
1세트 8-8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신호진이 한성정의 퀵오픈을 가로막고, 곧이어 레오가 백어택에 성공하면서 10-8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11-9에서는 차지환이 서브 에이스를 터트리면서 조금 더 거리를 벌렸다. 우리카드가 따라붙으려 하면 레오가 결정력을 발휘하면서 계속해서 점수차를 유지했다. 22-18에서는 레오가 2연속 오픈 공격에 성공하면서 24점 고지를 밟았고, 24-19에서는 진상헌의 속공으로 세트를 끝냈다.
OK금융그룹은 2세트에 더 우리카드를 압도했다. 우리카드 주포 마테이의 득점력과 공격 성공률이 급격히 떨어질 때, 레오는 1세트의 컨디션을 쭉 유지한 덕분이었다. 레오는 2세트에도 9점을 뽑으면서 공격 성공률 75%를 기록했다.
2세트 초반부터 승기를 잡은 것도 레오가 강한 서브로 우리카드 리시브를 완전히 무너뜨린 덕분이었다. 4-2 레오 서브 타임 때 내리 7점을 뽑으면서 우리카드의 기세를 제대로 꺾었다. 레오는 9-2와 10-2 상황에서 2차례 서브 에이스에 성공한 뒤 포효했다. 우리카드 리베로인 오재성마저 리시브에 실패할 정도로 강력한 서브였다. 덕분에 OK금융그룹은 25-15로 손쉽게 세트를 챙길 수 있었다.
3세트는 우리카드의 반격이 매서웠다. 우리카드는 3세트부터 이승원 대신 한태준을 선발 세터로 투입해 변화를 줬다. 14-14까지 좀처럼 균형이 깨지지 않다 우리카드 마테이와 이상현이 연달아 공격에 성공하면서 14-16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17-19에서는 우리카드 박진우가 송희채의 공격을 블로킹하고, 18-20에서는 우리카드 마테이가 백어택 공격에 성공하면서 우리카드로 점점 분위기가 넘어가기 시작했고 끝내 21-25로 세트를 내줬다.
OK금융그룹은 4세트 12-11 박원빈 서브 타임 때 내리 4점을 뽑으면서 매치 포인트를 향해 달려갔다. 13-11에서 바야르사이한과 송희채가 각각 한성정과 마테이의 공격을 가로막은 게 주효했다. 16-12에서 바야르사이한이 다시 한번 마테이의 백어택을 블로킹하면서 OK금융그룹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왔다. 우리카드는 범실을 저지르는 등 눈에 띄게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OK금융그룹은 끝까지 흐름을 이어 가면서 하늘의 별이 된 최홍석에게 승리를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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