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사과·배·단감·계란…차례상 걱정 ‘한가득’
급격히 치솟은 사과값…저온피해·탄저병 영향
계란 ‘7000원 시대’…1달 전보다 15.3% 상승
“농산물 가격변동성 크다…검역 절차 중요해”
최근 사과와 계란값이 치솟으면서 금(金)사과, 은(銀)계란 소리가 나오는 등 설 명절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심심찮게 주위에선 “명절 상 차리기 어렵고 무섭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는 먹거리 물가안정 방안을 담은 ‘설 민생안정대책’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주요 과일값 고공행진은 해를 넘겨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폭염·폭우 등 유례 없는 이상기후가 기승을 부리며 생산량이 줄었을 뿐 아니라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소비자들도 상대적으로 값싼 과일을 찾아 나서며 제철과일은 물론 수입과일까지 오름세가 나타났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가락시장 사과 경락가격(상품 10kg) 평균은 6만3279원으로 1년 전(3만3305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사과값이 안정세를 되찾지 못하는 이유는 지난해 봄철 저온 피해와 여름철 장기간 이어진 강우 등에 따른 탄저병 확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 출하량은 전년보다 약 25%가량 감소했다. 실제로 평년과 비교하더라도 16%가 감소했다. 생육기 기상 악화와 병충해 발생 등으로 과육과 상품성 등이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오름세가 이어지는 이유는 검역 절차와 재배 특성 등이 꼽힌다. 수확기 때 저온 창고에 저장한 사과는 7~8개월 만에 판매를 마쳐야 한다. 이런 구조다 보니 사과값이 한번 결정되면 비슷한 수준의 가격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또 다른 과일에 비해 저장성이 떨어지고 부패가 심해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사과는 배, 단감 등과 함께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돼 해외에서 들여와 공급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국내 생산량으로만 가격대가 형성되다 보니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사과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하지만 외국산 수입 사과를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선 8단계에 거친 검역 분석을 통과해야 하는데 사실상 어렵다.
외국산 과일은 접수부터 착수 통보, 예비위험평가, 개별 병해충 위험 평가, 위험관리 방안 평가, 검역 요건 초안 작성, 입안 예고, 고시로 구성된 검역당국 수입위험분석(IRA)을 통과하면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뉴질랜드 등 11개국이 사과에 대한 IRA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진 국가는 아직까지 없다.
미국의 경우 1993년 사과에 대한 IRA를 신청했지만, 여전히 3단계(예비위험평가)에 머물러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3년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에 사과의 무역장벽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외국발(發) 해충 유입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엄격한 절차를 갖추고 있다”며 “수출국에서 수입허용 요청한 농산물을 과학적 근거에 따라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진행해 오고 있으며 이외 다른 요인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산물은 원천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크고, 과일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검역 절차를 풀어주는 것은 국민건강과 국내 동식물 보호 차원에서 절대 불가능하다”며 “국가 사회적으로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 성수기 수요가 증가하는 배와 단감 가격도 상승세다. 이날 배(신고배 상품 15㎏) 가격은 7만38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3만2605원)보다 2배 넘게 뛰었다. 단감(부유단감 상품 10㎏)도 마찬가지로 1년 전(2만4340원)에서 이날 5만4832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유행하면서 계란 가격도 무섭게 오르고 있다. 대형마트,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계란 한판(특란 30구) 평균 소비자가는 지난 8일 기준 7132원으로 7000원을 넘겼다. 한 달 전보다는 15.3% 상승했다. 이에 정부는 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계란(수입 전량), 계란 가공품(5000t) 할당관세 물량을 신속 반입할 계획이다.
설을 앞두고 식품 물가가 치솟자 정부도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설 연휴 민생 안정 대책에 계약재배물량 집중 공급, 할인지원 강화, 할당관세를 통한 수입과일류 도입 등 먹거리 물가안정책을 담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명절 성수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유통과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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